다만 초진 진료, 초진 처방이 적합하지 않은 증상과 처방에 대한 내용은 권고사항이므로, 최종적 판단은 개별 환자의 상태에 맞춰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에 참여했던 원격의료학회 박상철 법제도분과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기존에 논의가 됐던 식으로 몇 가지 질환에 대해서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게 아니라 초진에 적합하지 않은 증상이나 처방에 대해 네거티브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이어 “네거티브 방식은 처음 만들 때는 힘이 많이 들지만, 한 번 만들고 나면 혜택은 모든 환자와 의사들에게 돌아간다”며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특정 질환을 지정하는 식의 제도는 만들 때는 쉽지만, 해석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의료접근성이 제한되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또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 앞으로는 각 전문과목별로 하나 하나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며 “오늘 발표가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원격의료학회 강성지 정책기술분과위원장(웰트 대표)은 가이드라인이 환자를 중심에 두고 학자적 입장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학회 입장에서 말하는 데도 자꾸 국회 입장에서 보여지는 것 같아 어렵다”며 “순수하게 비대면진료 자체가 어떤 효용과 한계가 있는지 구분하면서 가이드라인에 잘 담아내려고 했다. 진심으로 만들어낸 가이드라인이고, 학자 입장에서 기술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결국 환자가 있다. 그런 점에서 비대면과 대면을 대결 구도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환자와 의사가 대면하는 사이 사이의 공백을 이어줘 환자가 계속 의사와 맞닿아 있는 느낌을 주는 도구로서 기술(비대면진료)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진료가 환자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원격의료학회 강대희 운영위원장(서울의대 교수)도 “이제는 어느 특정 시점에 혈압과 혈당이 올라서 병원을 방문해 약 받고 끝나는 시대가 아니다. 과거와 달리 의료는 컨티뉴어스 케어(Continuous care·지속적인 케어)로 변하고 있다”며 “비대면진료와 대면 진료를 이분법적으로 본다든가 대체재로 보면 안 된다는 기본 취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이드라인은 이 외에도 ▲의사와 환자 본인 확인 ▲환자의 증상·병력·특이체질·환경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의무 ▲설비제공자(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의 효과적이고 안전한 비대면진료 환경 조성 의무 ▲비대면진료의 한계와 발생 가능한 불이익에 관한 고지 및 환자의 동의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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