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판단 있어도 퇴원명령 시 정신질환자 추가 진료 위법”

서울고법, 퇴원명령 무시하고 환자 추가 입원 치료한 의사 4400만원 환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신질환자에 대한 퇴원명령서가 발급된 이후,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진료계약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현행법이 입원요건을 엄격하게 정했기 때문에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진료가 이뤄졌다고 해도 해당 행위는 위법하다는 게 판단의 요지다.
 
서울고등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정부에 위치한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건보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5일 서울고법 판결문에 따르면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지자체 장의 퇴원명령서가 발급됐음에도 환자를 퇴원시키지 않고 진료를 계속 했다. 또한 이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4400여만 원을 건보공단으로부터 지급받았다.
 
이후 건보공단 측은 A씨가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어겼다고 보고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 처분했다. 즉 A씨에 지급된 요양급여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청된 부정수급액으로 본 것이다.
 
반면 A씨는 퇴원명령만으로는 요양급여비 환수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장의 퇴원명령은 의료인들에게 환자들을 퇴원시킬 의무만을 부과할 뿐, A씨와 환자사이의 진료계약을 무효화하는 효력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법정에서 "환자 퇴원의 의무를 위반한 행정‧형사상 제재는 별도로 하더라도 해당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진료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변론했다.
 
그러나 법원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를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임에도 불구, 이를 청구해 지급받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했다.
 
다시 말해 요양급여비를 받기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은폐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애초에 받을 수 없었던 비용을 청구하는 것도 속임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애초에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는 것임에도 이를 청구해 지급받은 것이나 같다"며 "해당 행위는 현행 건보법에 따른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환수가 적법하다"고 말했다.
 
특히 법원은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입원 진료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추가 진료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입원 요건이 갖춰지지 못했다면 환자를 임의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켜 진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신보건법이 정신질환자의 정신의료기관 입원 경로를 엄격하게 구분한 입법 취지를 비춰볼 때,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과 입원 진료의 필요성과 관계없이 입원 요건에 맞지 않으면 입원 진료 자체가 불가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퇴원 명령에 반하는 입원 진료행위 또한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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