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혈액 부족 어쩌나?

혈액 부족에 수술 지연, 전원도

적십자, '인구절벽'에 헌헐률 감소 지적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간헐적으로 일어나던 일선 병원의 (수혈용) 혈액 '보릿고개'가 올해는 유난히 심해지는 양상이다.
 
보통 겨울부터 악화하던 부족 사태가 올해는 몇 달 먼저 일찍 찾아온 것.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A씨는 "해마다 계속된 (수혈용) 혈액 재고 부족이 올해 더 심각해지고 있다"라며, "현재 병원의 적정 재고량을 채워줄 수 없다는 적십자의 공문이 내려온 상태"라고 전했다.
 
A씨의 병원은 적십자 공문을 받은 후, 평소 40유닛이던 혈액형별 적정 재고량을 25유닛으로 줄였고, 얼마 전부턴 이마저도 다시 20유닛으로 조정했다.
 
A씨는 "며칠 전엔 O형 하루 혈액 재고량이 9유닛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면서 "운이 좋아 아직 없지만, 수술 환자와 외상 환자가 겹치면 혈액을 바로 공급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A씨 병원은 계획 수술(Elective operation)의 준비 혈액을 기존 2유닛에서 1유닛으로 유도하고 있다.
 
다른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B씨 역시 "(수혈용) 혈소판이 부족해 수술을 연기하는 경우가 잦다"면서 "혈액 운반차를 기다렸다가 수술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일부 병원에선 혈액이 다량 필요한 환자를 선제적으로 전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병원의 혈액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A씨는 "임상의는 잘 모르지만, 그동안 혈액은행 전문의와 임상병리사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며 "하루 최소 10번 이상 혈액원과 통화해, 혈액을 달라고 요청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혈액이 부족한 병원은 진단검사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가 나서 혈액을 많이 필요로 하는 전문과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혈액량을 조율하는 상황이다.
 
A씨 병원은 적십자 공문에 따라, 환자와 보호자에게 사정 설명 후 지정 헌혈을 권장하고 있다.
 
병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O형과 AB형의 혈액이 특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정 헌혈(appointment blood donation)
 
친척, 친구 또는 가족이 특정인에게 혈액을 주기 위해 대상자를 지정한 후 헌혈하는 것(단, 가임기 여성에게 남편 혹은 남편 친족의 헌혈은 금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혈액량 부족이 심각해지는 이유?
 
혈액량 재고 부족은 헌혈의 절대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혈액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혈액 재고량이 예년 동기간보다 9% 가량 줄어든 것이 맞다"면서 "병원 처방량엔 큰 차이가 없지만, 헌혈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년엔 적정한 재고량보다 조금 여유있게 혈액을 병원에 공급했지만, 올해엔 혈액이 부족해 타이트하게 공급해 맞추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헌혈량이 감소한 근본적 이유는 뭘까?
 
대한적십자사의 최계령 팀장(안전관리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은 이에 대해 "인구 절벽에는 정말 답이 없다"라며, "헌혈의 77%(적십자사 2015년 기준)를 차지하는 10~20대 인구는 지속해서 감소하지만, 수혈의 75%를 차지하는 50대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헌혈의 연령별, 직업별 편중 현상도 지적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연령별로 고른 분포를 보여 중장년층(30~50대)의 헌혈률이 50%에 육박하지만, 국내는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직업군별 헌혈률을 봐도 자영업(1.4%), 종교직(0.2%)이 대학생(31%)이나 회사원(14.4%)보다 현저히 낮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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