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5% 제한에 ‘애물단지’된 말기 암환자…24시간내 병실 안 나오면 ‘난민 신세’

암환자권익협의회, ‘응급실 체류시간 제한’ 행정조치에 항의…“지원대책 마련해야”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응급실 체류 제한 5% 원칙으로 말기 암환자들이 응급실의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응급실 내원 환자 중 5% 이상이 24시간을 초과해 응급실에 체류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응급의료 시행규칙에 따라 지역 및 권역응급의료센터들이 즉각적인 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아닌 말기 암환자들을 병실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KCPRC)는 이 같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응급실 체류시간 제한에 관한 행정조치’에 관한 답변을 요구하고 복지부에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3조의 2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0조의 2에서는 응급의료기관의 장에게 응급실 체류시간을 최소화할 것을 명령하며, 24시간을 초과해 응급실에 체류하는 환자의 비율을 5%로 제한해 그 미만으로 유지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주 협회장은 “정부가 2017년 도입한 응급실 체류시간 제한 행정조치로 중증 말기 암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할 경우 끝끝내 일반병실이 나오지 않을 경우 24시간 뒤 강제로 퇴원해야 한다. 이 규정으로 인해 말기 암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에서 내몰려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떠돌아다녀야 하는 난민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입장에서는 말기 암 환자들이 증상이 악화 돼 응급실을 찾을 경우,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고 뇌졸중, 심근경색, 외상환자 등 시급하고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은 환자들을 우선시하게 된다.
 
김성주 협회장은 “비교적 상태가 좋은 암 환자들은 대학병원의 수익원이지만 말기 환자가 되면 병원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고 합병증 등으로 인해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다”며 “해당 병원에서 항암치료 등을 받다가 건강이 악화해 응급실을 찾았더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조치에 환자들은 쫓겨나는 기분이 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모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담당하던 환자가 응급실에 왔다가 24시간 체류 제한으로 내쫓길 위기에 처해 응급의학과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허다하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24시간 환자들이 밀려들다 보니 병실을 차지하는 암환자에게 하루 이상 입원할 여유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병원과 응급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말기 암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알기에 안타깝다”고 전했다.
 
해당 교수는 “대학병원은 중증환자들에 집중해야 하지만 경증부터 중증까지 모든 종류의 환자가 밀려드는 응급실에서는 중증인 말기 암환자가 수익의 잣대에 따라 뒷전에 내몰리기도 한다”며 “대학병원 쏠림 등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정부도 이러한 법률로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받는 중증 암환자에 대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협의회는 현행 응급실 체류시간 제한이 현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보장성 강화에도 반하는 제도라며 중증 말기 암환자의 응급실 내원 시 방침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성주 협회장은 “복지부에 해당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으나 답변은 없는 상태”라며 “필수의료 강화를 약속한 당국은 이 같은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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