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공보의 120명 전역 의료대란 예고...값싼 의사 의존 아닌 '필수의료 의사' 지원하자

복지서비스로 변모하는 공보의 역할 재정립 필요…의료취약지는 공보의 의존 버리고 지방 필수의료에 재원 투입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강원도 지역 120명의 공중보건의가 이달 26일부터 4월5일 사이 한꺼번에 전역하면서 전체 공중보건의 292명 중 41%가 빠져나가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공보의 감소는 이미 의전원 제도와 여의사 증가에 따라 예견됐던 문제로, 이번 강원도 사례로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의료계는 값싼 의료인력 이용이 아닌 공보의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불필요한 보건지소 통폐합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부족한 인력은 '필수의료' 인력으로 국가 차원의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건의가 이어졌다.

공보의 감소는 예견된 일…공보의 '진료' 아닌 '건강복지서비스' 제공자로 변모

9일 강원도에 따르면 강원도 내 보건소, 의료원 등에서 근무해 온 120명의 공중보건의가 이달 26일부터 4월5일 사이 한꺼번에 전역하면서 전체 공중보건의 292명 중 41%가 빠져나간다.

문제는 공보의 전체 숫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강원도 내에 생긴 공보의 공백을 채워 줄 신규 공중보건의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지방 의료취약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공보의에 의존하고 있는 보건지소와 지방의료원들은 공보의 감소 추세에 따라 의료 대란을 예고하며, 지자체 차원에서 지방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을 재차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보의 감소 문제는 의전원 제도 시행에 따른 군필자 증가, 의대생 중 여성 비율의 증가로 수년 전부터 예고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일찍부터 이에 대한 대책을 만들 필요가 있음을 정부에 요청해 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신정환 회장은 "제반 환경 변화로 공보의 전체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현역병들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공보의를 지원하는 의사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라며 "특히 현역병 복무기간이 18개월로 감소하고 병사 봉급도 200만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처우가 개선되면서 37개월 동안 250만원 봉급으로 근무해야 하는 공보의를 택하기보다 현역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역과 공보의 중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의사들에게 있어 공보의의 근무환경과 처우가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공보의 감소에 따른 '의료 대란'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신 회장은 "처음 공보의 제도가 시작됐을 때는 보건지소 주변이 무의촌이었다. 그 지역의 의료를 책임질 의사가 정말 없었고, 공보의가 보건지소에서 그 지역의 의료를 책임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어 "보건지소 반경 5km 내에 의원이 존재하는 곳이 95%인 상황에서 더 이상 보건지소는 그 지역의 의료를 책임지는 역할이 아니다. 대신 지방의 값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복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보의들이 보건지소에서 진료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당뇨와 고혈압, 금연 교육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에 의원이 없어 진료가 필요한 열악한 의료취약지도 일부 있지만, 보건지소 대다수가 진료보다는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지방에서는 보건지소가 민간 의료기관과 진료 기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회장은 "공보의를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공보의 숫자 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공보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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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의료취약지,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한 것…필수의료에 비용 투입해야

지방의료원에서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근무하던 공보의들도 일부 있다. 이들이 공보의 복무가 끝나면 정말 의사가 부족한 의료취약지에는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값싼 공보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상북도의사회 이우석 회장은 "실제 지방에 위중한 응급환자를 위해 필수진료과 전문의나 공보의가 배정돼야만 하는 지방의료원들이 있다. 울릉군 보건의료원이 바로 그곳이다"라며 "하지만 특정과 쏠림 배정이나 성형, 피부과 의사들이 배정되기도 해 실제 지역주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로 인해 울릉군 자체 예산을 투입해 내과, 외과 전문의를 모집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없어 5차례 6차례 공고해도 채용이 어려운 현실이었다. 속초의료원도 마찬가지였다"며 "단순히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닌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도의사회 김택우 회장은 의료취약지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지나치게 공보의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자세도 지적했다. 특히 필수의료를 공보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공보의가 계속해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지자체는 값싼 노동력인 공보의 확보에만 골몰하고 있다. 민간의료기관도 없는 의료취약지가 있다면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의사를 구해야 한다"라며 "공보의에 의존하려는 것은 손 안 대고 코를 풀려는 자세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MZ 세대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공보의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공보의가 없어도 되는 지역은 통폐합이 필요하다. 이미 시군‧면 단위까지 민간의료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공보의가 필요하지 않은 보건지소는 의료원으로 통폐합하고 정말 의료공백이 심각한 의료 취약지에 필요한 공보의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보건소는 더 이상 진료 기능을 해서는 안된다. 보건소는 예방 기능에 초점을 둬야 하며 공보의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자료 분석도 필요하다"라며 "근본적으로 공보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지방에서 필수의료를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 주장으로 귀결?…수도권 쏠림 해소하고, 필수의료 살리기가 해법

공보의 부족으로 인한 의료 대란은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 절대 아니며, 지방의료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라남도의사회 최운창 회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너무 좋아 한 환자가 하루에 15군데 병원을 다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의료취약지에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모든 사회, 문화, 경제 인프라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과 함께한다. 의사뿐 아니라 모든 직업이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 환자가 있어야 의사도 있는데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의사들도 자연히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라며 "게다가 현재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이 늘어나면서 향후 6000~7000개 병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의료취약지 의사들이 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차출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어 "환자가 없는 지방에서도 필수의료를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지역 의료 수가 차등화가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지방의료 공백을 막길 원한다면 재정 순증을 통해 지방에서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방의료원이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의 역할을 다하도록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상북도의사회 이우석 회장은 "전국 국공립대를 비롯한 사립대들이 의대를 유치하겠다고 떠들썩하다. 과연 하루아침에 의대를 세워 의사가 배출이 되지 않는다. 최대 15년에서 20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의대를 신설해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방에 의대를 세운들 폐교된 서남의대와 동일한 현실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기보단 현재 있는 의대를 보강 확충하고 전문성있는 교수와 학생, 시설에 투자하는 방향이 옳다"라며 "무엇보다 결론은 필수의료 살리기가 해법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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