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지연시키는 세놀리틱스(Senolytics)란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나이가 들면 육체적인 기능이 떨어지고 의료비를 많이 쓰게 된다.노화는 단순한 생명 현상일까, 아니면 질병일까? 노화가 질병이라면 올바른 약을 찾아서 이를 지연, 중단하는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노화가 질병이라고 믿는 과학자들이 노화라는 단어의 “senescence” 와 분해시킨다는 의미의 “lytic”을 합성해 ‘senolytic’ 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노화를 지연시킬 새로운 신약에 대한 일반적인 이름으로 세놀리틱스(senolytics) 라 부른다.

85살 이상의 노인층의 45% 가량이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스트레스에 반응을 못하는 연약한 상태를 경험한다. 이와 동시에 각종 만성 질환과 신체의 이동성 저하를 같이 겪는다. 사람이 늙는 이유는 세포가 노화하기 때문이다. 세포가 노화하면 세포 분열이 정지되고 노화된 세포가 신체에 축적된다. 노화된 세포가 쌓이면 쌓일수록, 노화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세포 노화를 막는 방법이 없을까?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면 어떨까? 미국 과학자들이 동물실험을 통해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면 노화가 개선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런 현상을 노화 치료에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의 한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노화를 지연시켜줄 ‘Senolytic’이노화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해 지난 7월 9일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그 결과를 게재했다. 노화를 질병으로 봤을 때 이의 세포학적 병리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세포 내 직접적인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의 육체적인 기능을 개선하고 임상적으로 유용한 약물 치료가 현재로는 가능하지 않다. 노화된 세포 사멸을 높이는 방법을 이 논문에서 논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연구에서 노화 세포들이 세포사멸(apoptosis)이나 예정세포사멸(programmed cell death) 같이 자신을 손상시키려는 생체 프로그램 인자들에 저항할 수 있도록 노화 세포들이 ‘생존촉진 네트워크(pro-survival networks)’를 구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발견은 유망한 약물후보를 찾는데 기본적인 기준을 제공했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 받은 약제로 사용 가능한 46개의 제제를검색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성분인 항암제 다사티닙(dasatinib)과 소염제로 사용되는 퀘세틴(quercetin)을 후보 물질로 선택했다. 다사티닙은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결정적인 원인 BCR-ABL을 억제해 종양 세포의 증식을 차단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퀘세틴의 경우는 붉은 양파나 자두, 그리고 크랜베리 등 각종 과일과 채소에서 흔히 발견되는 천연 항산화제다.

세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에서 두 물질은 노화된 세포들의 사멸을 유도했다. 관련 실험을 진행하면서 연구자는 두 물질이 각각의 독특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사티닙은 노화된 지방 전구세포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었고, 퀘세틴은 노화된 상피세포와 골수 줄기세포를 없애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두 제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했을 때다. 복합제제는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더욱 효과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는 것을 막았다. 연구진은 이런 복합제가 노화를 지연시킬 약제라고 이유로 세놀리틱(senolytic)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다사티닙과 퀘세틴의 칵테일인 세놀리틱스(senolytics)가 실험용 쥐의 건강 및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걷는 속도,근력,지구력,활동양,섭취량,몸무게 등을 조사했다. 노화된 세포를 단 50만 개만 젊은 쥐에 이식시키기만 해도 빠르게는 2주 후부터 계속적인 신체 기능장애를 일으키고 또한 이식받은 쥐에게 세포의 노화를 퍼져 나가게 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식받은 쥐에서 이식된 양보다 더 많은 노화 세포가 존재하는 것을 관찰했다. 나이가 든 쥐에 노화된 세포를 이식하면 역시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생존 기간이 줄어든다. 이식된 노화 세포는 전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주변 세포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은 건강과 생존 기간을 단축시키는 노화된 세포의 위력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 동물모델에 다사티닙과 퀘세틴의 칵테일을 3일 동안 구강으로 투여했다. 그리고 이 특별한 칵테일이 매우 선택적으로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저용량의 칵테일을 일주일에 두 번, 4달 동안 나이가 든 쥐에 구강 투여했다. 놀랍게도 세놀리틱스 칵테일은 일상적인 노화를 지연시키고 노화에 의한 신체 기능장애가 관찰되지 않았다. 나이든 쥐는 칵테일을 투여 받은 날부터 대조군에 비해 36%의 수명이 연장됐고 사망 위험은 65% 감소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노한 세포가 신체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개념을 증명하고 노약자의 건강수명(healthspan)을 안전하게 연장시키거나, 혹은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나 장애 진행을 연기 혹은치료할 수 있는 세놀리틱스 개발을 향한 큰 걸음이라 주장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메이요 클리닉의 제임스 커크랜드(James Kirkland) 박사는 “이번 실험에서 사용된 세놀리틱 제제들의 프로토 타입은 노화와 관련된 복수의 증상을 한꺼번에 경감시킬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영원한 생명이란 수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노화의 속도를 늦추게 할 수는 있지만, 멈출 수는 없다.그러나 세놀리틱스(senolytics)와 같은 약물로 건강하지 않은 늙은 세포를 생물학적 봄 청소와 마찬가지로 선택적으로 제거하면 늙은 쥐는 다시 건강해졌고 더 오래 살았다. 노화 세포만을 공격해 노화를 지연시키는 세놀리틱스,이를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최근 구글의 헬스케어 회사인 캘리코(Calico)가 설립 시부터 전면에 내세운 주제도 노화와 관련됐다. 이는 인류 생명 현상의 최대의 미스터리인 노화와 생명 연장을 단순히 생명현상으로 연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노화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정복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이후 많은 바이오기업 회사들이 노화 자체를 대주제로 설립해 활발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노화 연구에 많은 자본과 자원이 투자돼 제대로 무르익으면 진시황이 애타게 찾던 세놀리틱스가가 더 이상 허황된 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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