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어린이병원 매년 150억 적자...의료인력 이탈 심각해 현 대책으론 '역부족'

정부, 지역·필수의료 1조 4000억원+α 투입 발표했지만, 소아의료 붕괴 막을 수 있을지 걱정"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발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 제도 개선을 통해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집중 투자 대상이 된 소아의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떠나가는 젊은 의사의 발길을 돌리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5일 보건복지부가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 의료개혁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건강보험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필수의료 보상 위한 건강보험 개편 약속…지역·필수의료 1조 4000억원+α 투입

이날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우리나라 행위별수가제의 구조적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이제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보상 체계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 분야에는 그 가치에 걸맞게 아낌없이 제대로 보상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박 차관은 "질환의 중증도, 치료의 난이도, 위험도, 골든타임을 지켜내기 위한 의료진의대기 시간까지도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 반면 비필수 분야에서는 진료비 팽창을 유발하는 양적 보상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중장기 과제를 담은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과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한 이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역량있는 전문의가 양성될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 제도와 처우를 개선하고 의료 현장에서 사법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방안과 더불어 지역 내 필수의료가 완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해 나가고 있다"며 "정부의 약속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 방안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보완·개선하는 지불제도 개혁과 연동해 2024년 산모·신생아, 중증질환 등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1조 4000억원+α'의 재정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 국장은 "정부는 난이도, 업무강도 등이 높아 의료 공급이 부족한 외과계 및 내과계 중증질환 분야 등에 5조원+α를 투자한다. 또 분만, 소아 등 의료 수요가 감소하는 분야의 인프라 유지를 위해 3조원+α를 투자하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의료기관 간 연계 협력 및 네트워크 구축 운영에도 2조원+α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붕괴하는 소아의료, 정부 필수의료 계획으론 '역부족'…"의료인력 이탈 심각"

정부의 발표 이후 의료계 패널들은 정부 정책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먼저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는 "정부가 다양한 소아의료 보상 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현 소아과 상황을 보면 이 정도로 붕괴를 막는 것이 가능할지 걱정된다"며 "특히 중증도가 있는 소화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정말 대가 끝어지는 상황이다. 이대로 유지될 경우 5~10년이면 중증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소아환자는 갈 곳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적자가 매년 130억~150억이다. 매일 진료를 열심히하면 하루 약 4000만원의 적자가 난다"며 "이 부분은 행위별 수가를 올려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 있다. 정부가 급히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적자를 사후 보상하는 제도를 시행했는데 지역에서는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 진료는 행위별 수가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는다. 투약을 하나 하려고 해도 체중에 따라 용량을 계산하고, 적절한 투약경로를 정해 투약하는 하나하나의 과정이 복합적이고 인지적 결정을 요한다. 간단한 의료행위도 성인의 3~5배 든다"며 "지역에서 소아응급실, 소아 중환자실 인프라를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과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지역 가산까지 붙여 150%까지도 보상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외래 진료 역시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소아 전문의 진료 정책 가산으로 초진 진료 시 1세 미만은 7000원, 6세 미만은 3500원을 추가로 지급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6세 미만이 아닌 8세는 성인처럼 진료가 가능할까?"라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위한 정책 가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령 가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1세 미만에 대해서만 가산을 하고 대부분의 소아 가산은 6세 미만으로 한정하는데, 소아 가산을 12~15세 이하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청과 환자의 수술은 결정부터 어렵다. 6세 이상 소아 환자의 수술과 처치도 정책적 가산이 필요하며, 소아응급은 정말 어려운 진료다. 이들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과 인프라 유지를 위한 지속적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8명 중 4명이 소아외과 선택 안해...미용 선택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이상훈 교수도 "소아환자는 성인과 달리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든다. 수술을 하면 담당 의사가 환자가 수술방에 들어갈 때부터 마취하고 마지막 봉합까지 모두 책임진다. 그런 반면 병원 입장에서는 벌이가 너무 적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러한 소아외과 현실을 오랫동안 방치하면서 이미 소아외과에는 의사들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대부분 지방병원에서는 소아외과 의사들이 혼자 근무하고 있다. 서울도 큰 병원을 제외한 대부분 병원에 소아외과 의사가 한 명 밖에 없다. 그러면 24시간 365일 당직을 서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아외과 의사들은 혼자서 365일 온콜 상태로 환자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병원에 나가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대기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아외과는 특히 젊은 의사들의 이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임의 트레이닝을 마친 8명의 의사 중 4명이 이미 소아외과 의사를 하지 않고 있다. 외과 전공의 4년, 소아외과 전임의 트레이닝 2년을 마치고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소아외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불행이지만, 국가 차원에서도 큰 자원의 낭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로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비용이 엄청난데 그들이 밖에 나가 미용 수술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낭비다"라며 "젊은 의사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하는 정부 말이 꼭 이뤄질 수 있게 도움이 필요하다. 정부가 젊은 의사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보험 급여뿐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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