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료의 원가보전율은 75%…3차 상대가치 개편에서 진찰료에 의사 업무량 반영하고 일차의료 의료행위 점수 보호해야

[칼럼] 김기범 전라북도의사회 보험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회계조사 연구'를 발주했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박사(선임연구위원) 팀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까지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앞두고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여러가지 대내외적인 이유로 고사위기에 직면해 있다. 3차 상대가치 개편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위한 특단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쟁력 강화는 환자가 적정시설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중복진료 감소와 종별기능정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여전히 진찰료와 같은 기본행위의 원가보전율은 75%에 머물러 있다. 상대가치 개편에서 기본행위의 상대가치 보호와 상향 조정을 도모한다면,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양급여비용, 환산지수, 변환지수, 상대가치점수 등의 개념은 

요양급여비용은 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한 상대가치점수에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의약계 대표와의 계약으로 정하는 점수(상대가치점수에 변환지수를 적용한 값)당 단가(환산지수)를 곱해 산출된다. 그래서 해마다 ‘수가협상’이라고 일컫는 것은 엄밀히는 정부와 의료공급자간에 ‘환산지수’를 정하는 협상이다.
 
환산지수=요양기관이 가입자인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 방법으로 상대가치 단위 점수 당 비용(원가)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이 지수에 따라 검사 및 행위료가 결정된다.

예전에는 의원과 병원의 환산지수가 동일했으나, 의원과 병원 간 환산지수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2017년에는 의원은 79.0원이고 병원은 72.3원으로 ‘6.7원’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2019년 현재는 의원이 83.4원이고 병원 및 종합병원은 74.9원으로 더욱 차이가 나게 되었다. 그러므로 같은 상대가치점수라면 의원급이 병원급보다 비싸보여, 수가가 역전되어 있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의료수가는 여기에 종별가산율을 곱하여 계산하기 때문에(의원 15%, 병원 20%, 종합 25%, 상급종합 30%) 당연히 상급종합병원의 수가가 가장 높게 된다. 
 
의료수가(건강보험수가) = 상대가치점수(변환지수로 보정된 값) × 환산지수(점수 당 단가) × 종별가산율

여기서 상대가치점수(resource based relative value scale, RBRVS)란 진료비용, 의사의 업무량, 위험도, 세가지 요소로 행위의 가치를 점수로 평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외과계열의 일부 행위에 사회적 편익을 고려한 정책점수를 고려하여 책정하고 있다. 
 
진료비용은 임상인력의 인건비와 장비비, 재료비 등을 고려하여 산정한다. 이때 진료비용에도 일괄적으로 변환지수를 적용하고 있다. 사실 상대가치점수 중에서 진료비용은 진료에 필요한 지출을 합해 산출한 값인데도 불구하고, 같은 비율로 변환지수를 적용해 일부만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미 건강보험공단은 보험자병원(일산병원)을 운영하면서 해마다 원가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일산병원은 지난 19년간 의료수익 측면에서 흑자를 낸 기간은 단 1년이었다. 그나마도 장례식장수익을 통한 보전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용된 비용을 전부 인정하지 않고, 변환지수를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현실이다.
 
위험도 비용은 각 의료행위점수에 위험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의료배상책임보험을 기초로 위험도를 반영했는데, 우리나라는 실제 소송 건이나 보상금액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

2차 상대가치개정에도 75%에 머무른 원가보전율 

흔히 상대가치 점수는 총점고정 원칙을 적용하여 변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수많은 신의료행위가 상대가치점수를 받고 등록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총점은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물론 상대가치개정에서는 각 진료행위별로 가치를 비교평가하기 때문에, 총점을 고정하고 비교하게 된다.
 
상대가치수가는 2001년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같이 시작됐다. 처음 시행된 상대가치 점수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2006년에 1차 상대가치개정을 단행했다. 이때는 전문과목별로 총점을 고정하고, 과목내에서 점수를 결정했다. 1차 개정이후부터 행위의 위험도를 상대가치에 반영하게 됐다. 
 
2017년 7월 시행한 2차 상대가치개정에서는 진료과목간의 벽을 허물고 수술, 처치, 기능검사, 검체검사, 영상검사로 나눠서 유형별로 점수를 평가했다. 이때는 행위유형별로 원가보전율을 기본진료 75%, 수술 76%, 처치 85%, 기능 74%, 검체 159%, 영상 122% 로 평가하고, 계산된 원가에 따라 점수를 수정했다. 이에 따라 원가보전율이 낮게 나온 수술 및 처치유형 수가는 올리고, 원가보전율이 높은 검체 및 영상검사유형 수가는 낮추게 됐다. 그러나 원가보전율이 가장 낮은 기본진료행위(75%)는 2차 개정에서도 개선되지 않았다. 
 
  기본진료료 5개 유형
구분 진찰 입원 수술 처치 기능 검체 영상
규모 7조 4조 1.7조 4.6조 1.2조 3.4조 2.7조
원가보전율 75% 76% 85% 74% 159% 122%

여기서 검체 행위만을 예로 들어 자세히 살펴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원가보전율은 평균인 159% 보다 30% 이상 낮았고, 병원급의 원가보전율은 190% 이상으로 평가돼 평균보다 원가보전율이 높았다. 그럼에도 검체검사수가를 일률적으로 인하시킴으로써 병원급은 여전히 원가이상이고 의원급은 70% 수준의 원가보전율이 됐다.

더군다나 검체행위 수가인하로 생긴 잉여금은 대부분 병원급에서 주로 시행하는 행위나 처치 수가를 올리는데 사용해 불균형을 초래했다. 결국 의원급의 주요 수입원인 진찰료는 10년 이상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서 의원급의 검체수가를 병원급으로 이전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1차 상대가치개정에서는 과별 총점을 고정했고, 2차 상대가치개정에서는 5개 유형별 총점을 고정했다. 앞으로 시행될 제3차 상대가치개정에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해서 의료기관의 기본진찰료와 입원료 위주로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종별가산제를 비롯한 각종 가산제도에 대해 별도의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하는 중이다. 

행위유형별 총점고정방식은 1차의료기관의 손해만 유발해 종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에 3차 상대가치개정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기대해 본다. 

3차 상대가치개정에 바라는 4가지 방향

3차 상대가치 개정에 4가지 고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번째, 기본진찰료 개선을 통해 의사의 업무량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상대가치 점수는 의사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 비용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본진찰료는 그 중에서 의사업무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기본진찰료에 대한 상대가치 점수를 정할 때 현재 임상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업무량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서 설정해야 한다. 

의사가 의원을 운영하게 되면 진료와 관련한 의무기록 작성 외에도 많은 행정업무를 해야 한다. 의료폐기물관리, 노무관리는 물론이고 매년 각종 교육(개인정보보호, 마약관리, 검체검사 질가산, 건강검진, 성희롱예방, 국가예방접종사업 등)도 받아야 한다. 이밖에도 많은 관리장부(의료장비, 냉장고, 실내 온도 및 습도, 내시경소독장부, 물리치료장부 등)가 잘 작성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각종 신고(전염병신고, 아동학대, 노인학대 등)의무도 늘고 있으며,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투여한 백신 내역까지도 ‘관련홈페이지’에 입력을 권유받고 있다. 또한 앞으로 분석심사가 시행되면 청구명세서 변경으로 인해 청구업무량마저 추가될 전망이다. 여기에 평상시에 의학관련 세미나까지 참석해 근무시간 외에도 의사로서의 기본적 소양도 관리해야 한다. 물론 이런 현실까지 의사의 업무량에 포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가보전율이 낮은 채로 계속 방치되고 있는 진찰료는 정말 답답한 현실이다. 이로 인해 의원급에서 진찰료는 요양급여 비율 중에서의 비중이 점차 감소되고(2004년 32.8%--> 2014년 22.5%)있으며, 진찰의 위상도 점차 낮아지게 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병원급에 비해 매출에서 상대적으로 진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진찰료의 감소는 의원급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현실이다. 
 
진료에서 ‘진찰’은 고도의 판단력과 지식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의사가 그동안 배웠던 의료지식(위에 언급한 각종 병원운영과 관련한 교육까지 포함)에 임상적인 경험까지 갖추고, 오랫동안 쌓아온 환자와의 유대도 있어야만 비로소 빠르고 쉽게 진단을 내린다. ‘진찰을 통한 진단과정’이 비싼 의료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소평가 받게 됨으로 인해 ‘진찰’이라는 의사 고유의 영역은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3차 개정에서는 진찰료의 적정화를 통해 ‘진찰’의 의미를 정상화해야 한다. 

두 번째, 1차의료기관에서 주로 시행하는 기본적이면서 전통적인 행위들은 상대가치점수가 하향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기본적이면서 전통적인 행위라 함은 1차의료기관인 의원에서 환자를 진찰하는데 주로 시행하는 행위로서, 국가건강검진의 일반검진에 포함된 행위와 유사하다. 예를 들어 심전도, 단순방사선촬영, 기본혈액검사, 소변검사, 단순처치, 단순 위대장내시경검사 등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원에서는 일반검진 수준의 행위를 시행할 때 의사가 직접 관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병원에서는 이런 기본행위를 의료기사가 대량으로 시행하고, 의사는 고도의 시술이나 신의료행위 등을 주로 시행하게 된다. 현재의 상대가치 수가 시스템은 이런 차이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1차의료기관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상급종합병원이 시행하는 복잡한 행위는 연구 결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개원가에서 많이 하는 기본행위는 빈도와 행위정위에 따라 점수를 낮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예전부터 시행해온 기본행위는 소모되는 비용도 낮고, 위험도도 낮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인 신의료행위의 유입으로 인해 기본행위는 상대적으로 저평가가 진행된다. 물론 이런 기본행위의 총량은 의원급보다는 병원급에서 더 많이 이뤄지지만 ‘의원’은 진찰료와 기본행위 외에는 다른 수익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1차의료기관의 수익저하는 의료를 왜곡시키고, 결국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향후 어떤 방식으로 상대가치개정이 되더라도 1차의료기관에서 주로 시행하는 행위점수가 하향 조정이 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종별 상대가치 총점을 고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세 번째, 기본행위에 별도의 정책적 비중을 감안한 충분한 재정 투입을 기대한다. 

기본적인 행위의 상대가치 점수를 정할때 고가 장비나 재료를 사용하는 다른 행위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점수를 부여하게 된다면, 앞으로도 기본행위점수는 개선될 여지가 없다. 이미 거의 모든 행위가 원가이하의 수가를 받고 있는 현실임을 고려할 때 회계조사를 통해서 나온 결과에 변환지수까지 같은 기준으로 적용한다면 기본행위의 저수가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로운 상대가치점수 모델(New RBRVS Model) 
 진료비용점수, 의사의 업무량 점수, 위험도점수(상대가치위원회에서 기존 체계로 완성) 
 정책점수 - 정부가 정책적으로 가산, 별도 재정투입, 총점외 점수를 종별로 차등적용

그러므로 1차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를 ‘정책적 의료행위’로 정의하고, 이런 ‘정책적 의료행위’에는 소위 정책점수를 부여함으로써 제대로 된 상대가치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을 제안해본다. 최근 ‘비급여의 급여화’로 함께 시행된 외과 계열 행위에서의 정책점수 적용 사례를 인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즉 정책점수를 부여한 행위를 종별로 구분해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기본행위에 대한 적절한 평가는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네번째, 고가의 장비나 재료대를 사용하는 의료행위를 재평가해야 한다
 
현행 상대가치제도는 신의료기술의 지속적인 도입을 유인하는 단점이 있고, 이로 인해 종별 불균형이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새로 도입된 의료기술에는 고가의 장비나 소모성재료가 꼭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런 고가의 장비나 소모성 재료를 이용해 실시하는 행위들은 그 행위량이 늘어날 때마다 결국 재료 제작업체나 장비 업체로 건강보험 재정이 소모되는 결과가 생긴다. 그러므로 단지 사용되는 장비가 고가라는 이유로 또는 새로운 의료기술이라는 이유로 상대가치점수를 높게 평가받는 현실이 바뀔 필요가 있다.
 
고가의 장비나 재료대를 사용하는 의료행위를 재평가하고,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부분은 대폭 하향하고 의사의 업무량에 해당하는 부분은 상향해야 한다. 



※이 글은 전북의사회 소식지에도 게재됐으며 전북의사회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칼럼(기고)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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