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오남용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대통령이 맞은 주사 과대포장 우려도 있다

[칼럼] 정명관 원장(정가정의원)

사진: 청와대 제공

지난 몇 주 동안 청와대 의무실에 태반주사, 마늘주사, 감초주사, 신데렐라주사 같은 비급여주사가 반입되었다는 소식으로 의료계는 물론 전국이 떠들썩했다. 심지어 대통령도 맞는 주사라는 보도로 인해 효과와 안전성이 과대 포장되어 수요를 증가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과거 수년 사이에 개원가를 중심으로 진료과목을 막론하고 이런 비급여 주사와 비급여 시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의사 연수강좌에서도 과거에는 한두 꼭지에 불과하던 비급여 주사/시술 강의가 점차 확대되어 절반 이상이나 차지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비급여 주사나 비급여 시술이 늘어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누구 책임일까?

의사들만의 책임일까?

필자가 보기에 이런 상황에 대해 책임있는 것은 다음의 세 그룹이다. 
 
첫번째 그룹은 당연히 의사들이다.

근거 있는 의료행위로 국민 건강을 돌보아야 할 의사들이 다소 근거가 부족한 치료로 수익을 올리려고 했다면 이는 이유를 불문하고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설사 저수가 때문에 병원 경영이 어려워져 그랬다고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수가 때문에 의사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지경이라면 비급여 주사나 시술로 돌파구를 찾는 대신에 주치의 제도 같은 의료제도의 변화를 모색하며 의사들이 수익 추구에 열중하지 않고도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사들은 의료제도 개선 노력은 소홀히 한 채 수가 인상만 요구해 왔고, 환자 늘리기, 비급여 개발 등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고 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대다수 의사들과 의사협회는 그러한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두번째 그룹은 정부다.

사실 의사들만 비판할 수 없는 이유가, 의사들이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데에는 그동안 정부도 제대로 된 의료체계를 정립하지 못하고 건강보험 저수가를 유지한 채 의료영리화 정책만 추구해 왔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전 국민이 의료 이용에 소외되지 않도록 일차의료를 굳건히 하고 수가체계를 정비해 필수의료에 대해선 비용 부담으로 꼭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이 없도록 하고, 의료기관은 비급여 치료에 열중하지 않아도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의료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병의원을 사기업처럼 만들어 놓고 수가까지 낮춰 놓았으니 사기업이 도산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겠는가?

그래 놓고 병원과 의사의 윤리에만 기대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해법이다. 급기야 이번에 청와대와 공직자까지 나서서 비급여 시술을 받는 것이 공개됨으로써 전 국민에게 나쁜 본보기까지 보여 주고 말았다.
 
세번째 그룹은 국민이다.

우리 국민은 근거 중심의 의료에 취약하다. 광고에 쉽게 현혹되고 내 몸에 좋은 것이라면 얼마의 돈이 들든지 관계없이 소비하면서 사이비 의료를 키웠고, 결과적으로 비급여 주사를 한약처럼 소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건강보험료 인상에는 반대하면서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사보험에 들이고, 약이나 주사나 시술을 받지 않으면 정당한 의료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아는 사람도 많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검증된 방법에 들이는 노력보다 영양제나 미용 시술 등에 들이는 관심이 턱없이 높다. 국민들의 이러한 인식에서 국가의 정책도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실은 다지고 외형에만 치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비급여 치료로 나가는 돈도, 사보험으로 나가는 돈도 결국 국민의 의료 부담에 모두 포함된다. 필수의료에 자원이 더 배분되고 비급여 치료나 피부미용 등의 선택의료에 자원이 덜 배분되도록 정부와 의사와 국민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가 점점 더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비급여 #청와대 #필수의료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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