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FDA 상호교환성 최종지침은 정말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희망이 될까

약국처방·병원처방 구분해 실익 따져야…지침이 美정부의 우호정책 보여준다는 점에선 기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바이오시밀러(biosimilar)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상호교환성(interchangeable) 입증 시 고려사항에 대한 최종 지침을 발표했다. 최종본은 23페이지로 초안 30페이지보다 다소 단촐해졌고, 일부는 업계 의견을 수용해 내용이 완화됐다.

스위칭(switching) 연구 시 미국에서 허가받지 않은 비교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스위칭 연구 설계에 대해 사례에 따라 프로그램별 과학적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美FDA, 바이오시밀러 상호교환성 최종 지침 발표]

그동안 상호교환성 인정 여부는 특히 만성질환 적응증에서 바이오시밀러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상호교환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보험사들은 신규 환자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선호하는 정책을 펼치더라도 기존 환자에서는 오리지널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보험사들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제조사가 상당한 할인을 제공하거나 제품이 상호교환성을 인정받는다면 바이오시밀러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정책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FDA에 최종 지침 발표를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FDA는 총 19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승인했지만 그동안 최종 지침이 나오지 않아 이 가운데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은 제품은 하나도 없다.
 
사진: 미국 FDA 바이오시밀러 승인 목록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지만 바이오시밀러 침투 속도가 엄청나게 더디기로 악명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2016년 12월 셀트리온(Celltrion)의 인플렉트라(Inflectra, 램시마), 2017년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Samsung Bioepis)의 렌플렉시스(Renflexis)가 출시됐지만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Remicade, 성분명 인플릭시맙)는 여전히 시장 점유를 압도하고 있다. 이번 1분기 존슨앤존슨(J&J) 컨퍼런스콜 발표 내용에 따르면 레미케이드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92%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FDA의 상호교환성 최종 지침은 과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까. 먼저 상호교환성이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호 교환 가능한 제품(interchangeable product)은 바이오의약품 가격 경쟁 및 혁신법(BPCIA)에 따른 추가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상호교환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느 환자에 투여해도 오리지널과 동일한 임상적 결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정보가 필요하다. 또한 1회 이상 투여되는 제품은 안전성, 다시 스위칭 했을 때 효능 감소, 제품 간 대체 또는 스위칭 측면에서의 위험 등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은 제품은 의사 처방과 무관하게 약국 수준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램시마나 렌플렉시스와 같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이용하려면 원래 해당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처방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만약 두 제품이 FDA로부터 상호교환성을 인정받는다면 환자는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Remicade) 처방전으로도 약국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받을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 업계 관계자는 이 때 병원처방과 약국처방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약국처방에서 상호교환성 인정 여부는 중요하지만 병원처방에서는 혜택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인플릭시맙 정맥주사(IV) 대부분이 병원처방인데 병원처방에서는 리베이트를 통한 보험사 등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향후 출시될 항암 바이오시밀러 IV 제품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최종 지침이 나왔다 해서 바로 상호교환성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램시마와 렌플렉시스는 이미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고, 허가 임상에서 스위칭 연구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상호교환성 인정을 받기 위해 추가로 스위칭 연구를 진행해야하는데 이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약국처방을 받는 인슐린 제품은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으면 약국 수준에서 대체되면서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경쟁을 통해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효과 기대할 수 있다. FDA 네드 샤프리스(Ned Sharpless) 임시국장도 지침과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서 인슐린 제품을 언급했다.

최종지침이 국내 바이오사 제품을 포함해 전반적인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매를 당장 촉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최종지침의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실제 판매에 어떤 구체적 영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면서도 "미국 FDA의 바이오시밀러 우호정책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향후 바이오시밀러 미국 진출과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침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지침이 가지는 상징성 측면에서의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FDA는 최종지침 발표와 함께 바이오시밀러 개발 촉진을 위한 추가 지침 발표도 예고했다. 이를 통해 FDA가 바이오시밀러를 개방적으로 보겠다는 시그널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샤프리스(Ned Sharpless) 임시국장은 성명서에서 "바이오시밀러와 상호교환가능한 제품 관련 조만간 비교 분석 연구의 설계 및 평가와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다른 중요한 과학적 고려사항에 대한 권고사항을 담은 지침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면서 "이 데이터는 바이오시밀러 또는 상호교환가능한 제품 후보물질 개발 프로그램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사진: 2013~2018년 바이오시밀러 대체 사용 법안을 마련한 주 현황(출처=미국 전국주의회연맹)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우호적인 움직임은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정부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3~2014년 8개 주가 처음으로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법을 제정한데 이어 지난 5년간 누적 합계로 최소 49개 주가 바이오시밀러 대체 사용(substitution)에 대한 법을 고려했다.

미국 전국주의회연맹(NCSL)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0월 기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사실상 미국 전역에서 바이오시밀러 대체 사용에 대한 법을 제정했다. 오클라호마(OK), 아칸소(AR), 미시시피(MS), 앨라배마(AL) 등 4개 주에서는 아직 통과되지 않았지만 2013~2018년 사이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특히 메인(ME)주는 2018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에게 오리지널 제품을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법을 제정했다. 개정된 메인주 약사법(Maine Pharmacy Act)에서는 오리지널사가 이미 승인된 제품의 제네릭 버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사에게 판매하도록 한다.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분명 더디게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더디게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등장 전 레미케이드의 미국 분기 매출은 12억 달러(약 1조 4280억 원)이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19년 1분기 미국 매출은 7억 7400만 달러(약 9210억 원)로 35% 줄었다. 근소하지만 시장 점유율도 줄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특허권 문제로 아직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6월 허셉틴(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미국 물질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미국 정부의 우호정책 아래 계속 제품군과 질환군이 추가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더욱 탄력받길 기대한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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