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력 불균형 심각...의사 임금 다른 국가 2배 수준인데 어디까지 높여줘야 하나"
다양한 보건의료인력 직종 노동 가치 반영한 수가체계 전환 필요성 주장…건정심 탈피한 인력 심의기구도 강조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근로자 평균임금 대비 의사 임금이 다른 국가에 비해 2배 수준이다. 어디까지 급여를 높여줘야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나."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의료인력 간 급여 등 처우 불균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다.
보건의료단체협의회에 소속된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은 3일 오전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관련 토론회'를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진행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의료서비스 수요 급증과 반대로 의료기관의 양극화와 지역별 편중에 따라 지방의 경우 의료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근무환경 및 처우 수준의 열악함으로 인한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2년 전 제정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코로나19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제대로 기지개도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관련 실행사항은 ‘보건인력지원전문기관’ 지정과 ‘인력정책심의위원회’ 상견례, 인력실태조사와 종합계획수립에 대한 연구의뢰 정도에 불과하다.
의료인력 논의에 비협조적인 의료계 질타…의사 급여 문제까지 비판
이날 토론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이행의 출발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통해 적정한 인력 기준을 마련하는 점이라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또한 이를 실제로 인력 양성과 적정배치 등 인력정책으로 완성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로 봤다.
특히 인력 양성과 배치 등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질타하는 발언도 쏟아져 나왔다. 현재 대부분의 보건의료인력 관련 단체들이 보건의료단체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대한의사협회는 협의회에 빠져있다.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력 증원과 병원 확충, 수가 인상 등 정책 패키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의료계 파업으로 정책이 무산됐다"며 "파업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1~2년 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발 나아가 김 교수는 의사들의 임금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삼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평균 임금과 의사 임금의 차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배 가량 높다. 연도별 임금 격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김 교수는 "지역의사제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논리를 보면 지역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 의사 수입과 근로자 평균 임금의 차이는 OECD 대비 2배 이상 차이난다”며 “더욱이 중환자를 보고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등 핵심 기능을 하는 대형병원 의사보다 규모가 작은 병원의 의사들의 임금이 더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의사 중에서도 임금이 더 높게 받는 작은 규모의 의료기관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과잉 공급되고 있다. 이 같은 과잉공급과 의사 임금을 보면 전체 국가 의료시스템에 무언가 잘못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김원일 임상바이오헬스대학원 강사도 "우리나라에서 모든 돈이 의사들에게 집중되는 이유는 수가가 의사 업무량을 기반으로 한 상대가치이기 때문"이라며 "보건의료인력의 급여 등 처우와 복지를 높이기 위해선 지역의 소규모 의료기관에 대한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직종 노동가치 반영한 수가체계 전환…새로운 인력정책 거버넌스 강조
보건의료인력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모색됐다.
김원일 강사는 "의사에 비해 간호사 1인당 임금소득은 4만50달러로 OECD 평균인 4만5700달러에 미치지 못한다"며 "의사와 다른 보건의료직종 간의 급여 불균형 완화를 위해 의사업무량 중심의 상대가치기반 행위별수가를 보건의료인력들의 노동가치를 반영한 수가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간호 관련 재정투자가 임금 인상으로 연계되도록 간호관리료 수가 독립과 야간간호료, 간호등급 조정 등이 필요하다"며 "의료기관 내 보건의료인력들의 임금과 휴가일수, 야간근무 등 근로조건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민간병원도 공개를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인력 문제를 논의하고 심의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보건의료노조 정재수 정책실장은 "보건의료인력정책은 건정심이 아닌 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인력심의위를 명실상부한 인력정책 거버넌스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정책실장은 "해당 위원회에 인력 양성과 수급에 해당하는 대학과 전공의 정원 책정 권한을 부여하고 의료기관 내 적정 인력 배치 결정 기능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실태조사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인력 기준 수립을 위한 거버넌스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김문수 의료기관지원실장은 “실태조사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예전처럼 병원을 돌면서 서면으로 인터뷰 등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부에 있는 자료나 각 기관에 있는 자료를 취합해 건강보험 자격과 연계해 인력 상황을 추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료기관지원실장은 “자료 수집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 규정과 관련해서도 국가 승인을 받아 개인 정보를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 개인정보 처리 규정도 개정하려고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의료인력정책과장도 “보건의료인력이 건강해야 국민이 건강하다는 것이 오늘 토론회를 관통하는 철학인 것 같다”며 “보건의료인력 배치 기준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강조됐는데 향후 각 기관들과 소통하면서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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