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신약 연구개발시 의사결정에 중요한 근거자료"

빅데이터로 신약 '케이캡정' 개발, CJ헬스케어 전략지원실 김현경 부장·김현정 대리 인터뷰

CJ헬스케어 전략지원실 김현경 부장(우)과 김현정 대리(좌)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빅데이터는 신약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제약기업에서 심도 있게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CJ헬스케어 전략지원실 김현경 부장과 김현정 대리는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국내 제약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CJ헬스케어는 지난 7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케이캡정'은 국산 신약 30호에 등재됐다. 이 회사에 따르면 '케이캡정'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P-CAB) 계열 약물로는 최초로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과 식도의 점막 손상이 관찰되지 않는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심평원 빅데이터 활용한 국산 신약 30호 ‘케이캡정’ 국내 허가

특히 업계에서 CJ헬스케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 품목에 빅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김현정 대리는 "CJ헬스케어가 처음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4년 수면제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며 "과거 유비스트나 아이엠에스(IMS)와 같은 데이터들을 활용했지만 패널에 따라 집계되다 보니 신뢰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비스트의 원외처방데이터는 민간업체에서 약사의 동의를 얻어 약국 처방프로그램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가공한 것을 말한다. 다만 약국에서 조제한 급여의약품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하는 내역만 포함돼 비급여 의약품은 집계가 되지 않는다.

IMS(현 아이큐비아) 데이터는 약국 외에도 병·의원과 도매업체 등에서 사입된 자료를 통해 급여의약품, 비급여의약품, 일반의약품 등까지 집계한다. 유비스트나 IMS 데이터의 경우 허용된 패널에 한해 집계돼 전체 처방시장을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대리는 "케이캡정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잡고 있는 프로톤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에 대한 시장분석을 했다"며 "기존 PPI는 늦은 약효 발현시간과 짧은 작용시간 등으로 제산제나 히스타민수용체길항제(H2 Blocker)를 같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CJ헬스케어는 약동학적으로 입증된 '케이캡정'의 ‘빠른 약효발현’과 ‘지속적인 위산 분비 억제’를 특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됐다는 것이다. 

또 "신약 연구개발 과정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근거자료로 후속 적응증이나 제형 변경, 콤비네이션(병용요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빅데이터 업무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인력도 충원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정부·제약사, 빅데이터 활성화 위해 전문인력 양성 및 채용

이와 함께 김현경 부장은 국내 제약업계의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전문인력 양성과 채용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장은 "정부 3.0이 시행되면서 공공정보를 개방했지만 대부분 연구자들만 사용하는 줄 알았다"며 "처음에는 빅데이터를 연구개발에 활용할 방안을 알지 못했다가 공용기관윤리위원회(공용IRB)를 통해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CJ헬스케어는 지난 2016년 심평원의 의료빅데이터 분석을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의뢰했다. 정해진 부분에 대한 영역만 볼 수 있는 공공데이터와 달리 의료빅데이터분석 과제는 제약사에서 원하는 특정 분야의 빅데이터분석을 신청할 수 있다. CJ헬스케어는 위식도역류질환의 신약 적응증 확대 및 복합제 개발에 대한 빅데이터분석을 의뢰했다.

실제로 본지 확인 결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의료빅데이터 분석과제 신청이 처음 등록된 2009년 9월 21일부터 2018년 8월 23일 현재까지 총 743건의 과제가 등록됐지만 제약사에서 빅데이터분석 과제를 신청한 곳은 CJ헬스케어가 유일했다. 대부분은 대학교나 병원, 학회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의뢰하고 있었다.

김 부장은 "2016년 빅데이터 분석과제 신청 이후부터 1주일에 2번씩 빅데이터 담당자가 R&D센터를 직접 방문했다"며 "빅데이터를 처음 활용하다 보니 심평원의 데이터베이스, 로직 등을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약사에서 빅데이터 전문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그러나 사실 빅데이터 전문인력 자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빅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줘야 한다"며 "제약사들이 빅데이터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다만 아직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심평원 빅데이터를 활용해본 결과 매우 철저하게 데이터 점검이 이뤄진다. 우려하는 개인정보 유출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했다.

또한 "다른 나라의 경우 빅데이터에 연구소나 임상 수치까지 연결되는 등 신약개발에 포커싱이 많이 돼 있다"며 "건강보험관리공단의 데이터에서는 생존율도 확인할 수 있다. 유용한 데이터들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간 합의가 하루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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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란 기자 ([email protected])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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