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의료보험 제도: 보험자와 공급자간 형평성 유지, 의사단체와 민간보험 인정

[칼럼]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


4. 외국의 의료보험 제도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대한민국에 맞는 올바른 의료 시스템과 보험 정책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는 외국의 의료 시스템과 보험 정책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나 의료의 질 적인 측면에서 대한민국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국민 의료비 부담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시스템을 알아보고, 대한민국에 적용될 수 있는 적절한 제도나 시스템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외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알아보기 위해 주로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17년 12월에 발간한 ‘주요국의 건강보험제도’를 참고했고, 추가적인 자료 검색을 통해 관련 내용을 파악했다.
 
① 독일의 의료보험 제도
 

- 전 국민은 공적 또는 민간 의료보험에 의무 가입이 원칙이다.

- 보험자는 공적보험(직종별 6종류의 건강보험조합이 120여개 있음)과 민간보험이 있다.

- 의무가입 범위(공적, 민간)는 정해져 있으나 그 범위 안에서는 보험자를 국민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 공적보험 가입자도 보충형 민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 공적보험의 보험료는 소득의 14.6% 정도로 높으나 환자의 본인부담금(소득의 1~2% 이내로 정해짐)은 거의 없다. 따라서 병원에서 고지서를 대부분 따로 받지 않는다.

- 리스크 구조조정(Morbi-RSA): 건강기금은 리스크 구조조정(Morbi-RSA)을 통해 보험자에게 연령, 성별, 질병 이환율을 고려한 피보험자 수만큼의 총액을 분배함에 있어 보험자의 리스크를 균등하게 고려해 배분한다.
 

 
- 외래부분은 보험자와 보험계약의사 단체간의 계약에 의한 총액계약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급여비 지불은 보험자가 아닌 의사단체가 개별 의원들에 진료량에 근거해 지불한다(총액계약제+행위별수가제). 그리고 의원 개설을 위해서는 지역 보험계약의사 단체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 정부는 주치의제 참여를 유도하며, 국민들이 주치의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로우나 주치의 선택 이후로는 1차 진료는 항상 주치의에게만 받아야 한다. 주치의 지정을 하지 않아도 되나 주치의를 지정하게 되면 혜택을 더 주는 방향으로 국민들의 주치의제 참여를 유도한다.

- 병원은 외래 진료를 거의 하지 않고 입원 진료 위주로 운영된다. 입원 부분은 포괄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에서 각 병원은 주(州) 건강보험조합연합회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 공적보험과 관련하여 의료 정책 및 수가 등을 결정하는 의결기구인 연방공동위원회(G-BA)가 있으나 G-BA(우리의 건정심과 비슷)는 민간보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의장 및 중립위원 3인, 보험자 대표 5인, 공급자 대표 5인으로 구성돼 관련 내용을 의결하며, 환자 대표자 5인도 위원회에 참여할 수는 있으나 의결권은 없다.
 

독일의 의료보험 제도를 보면 전체적으로 정부가 많은 부분에 관여하고 있지만 제한적이지만 가입자의 선택권이 주어지고, 공급자의 자율성도 보장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병원급에서는 외래 진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과 개별 병원들은 강제 지정이 아니라 지역 의료보험 조합과 계약을 통해 보험 진료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외래 진료 부분은 총액계약제를 채택하고 있어 의료의 자율성이 상당히 침해될 수 있으나, 이러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급여비 지불권이나 의원 개설 승인권을 의사 단체에 맡김으로써 의사 내부적으로 조율이 가능하도록 해놓은 점도 인상적이었다.
 
공급자에게 매우 불리한 구조로 돼있는 대한민국의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과는 다르게 건정심과 같은 조직인 독일 연방공동위원회(G-BA)는 인적 구성이 보험자와 공급자 사이의 형평성을 비교적 유지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연방공동위원회의 결정은 민간보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전체 국민 중에 가입자의 비중이 적긴 하지만 민간보험의 자율성과 민간보험 가입자의 권리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었다. 이는 공보험과 민간보험 사이의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장치로 생각되고, 공보험 조합도 120여개의 달할 정도로 다양하여 공보험 조합간에도 경쟁 유발이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모습이 대한민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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