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전문가들, 직접 가운입고 대구에서 검체 채취해서 안전성 검증해주시길"

[독자투고] 후배 공보의들을 위한 긴급 제안

가운의 예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글은 지방의 한 병원의 의사가 후배의사들을 위해 익명을 전제로 투고한 기고입니다.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관계 없습니다. 

전국이 코로나19, 우한폐렴(자꾸 이렇게 불러주지 않으면 중국에서 신천지 폐렴, 대구 폐렴이라고 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으로 난리다.

특히 대구 지역에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해 많은 공중보건의사들이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긴급하게 투입돼 일선을 누비고 있다. 고생하는 후배의사들에게 따듯한 밥 한끼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원래 전염성 질환의 진료에는 레벨D 전신보호복을 착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술용 가운인지, 방수 가운인지를 입고 마스크와 고글, 장갑을 끼고 검체를 채취한다고 한다.

모의대 교수는 “비말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눈, 코, 입과 호흡기만 잘 막아주면 된다. 전신보호복은 너무 더워서 입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보호복 착용에 대한 국제적 지침이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메르스 때 과도하게 적용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수정했다고 한다.

단기간에 누구의 조언에 따라 지침 개정이 이뤄진 것인가. 이 가운을 입었을 때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검증했나. 만에 하나 가운을 입은 의료진이 검체 채취 후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원래 모든 약이나 임상 술기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다음에 도입하는 것이 맞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이런 전염성이 높은 질환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검증 기회가 왔다. 새로운 방식의 가운을 주장한 정부 관계자와 의대 교수께서 이번 기회에 대구에 직접 내려가셔서 몸소 체험해보시길 바란다. 2주 정도 가운을 입고 코로나19 의심환자의 검체를 채취해서 감염이 안된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시길 바란다.  

그렇다면 추후 다른 의료진들도 안심하고 가운을 입고 검체를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가운 의무화법을 제정하고 제안한 사람의 이름을 넣는 것도 가능하다.

가운 제안자들은 본인은 실행하지 못하면서 남에게만 강요하는 내로남불 유형은 아니리라 믿는다. 가운을 입고도 아무 탈 없이 감염없이 코로나19 검체 채취가 이뤄진다면, 굳이 그 덥고 힘든 레벨D 전신보호복을 안입고도 검체 채취가 가능하다면, 공보의들에게도 정말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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