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동자 68% "이직 생각하고 있어"

심각한 보건의료 종사자 이직률, '열악한 노동강도와 근무조건'이 가장 큰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실태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8%가 최근 3개월 간 '이직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8314명으로 23%로 4명 중 1명은 적극적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가끔씩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만6281명(45%)이었다.

이 같은 응답에 대해 이직 고려에 대한 사유를 물은 결과(복수응답)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 2만72명(80.2%)으로 압도적으로 높았고2018년 실태조사 결과 1만6899명(79.6%) 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의 이직고려 사유로는 낮은 임금 수준이 51.6%, 다른 직종/직업으로의 변경이 26.6%, 직장문화 및 인관관계가 25.9% 순이었다.

주목되는 점은 직장생활 만족도에서 인력수준에 대한 부정비율이 81.2%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임금수준 66.1%, 인사승진 60.1%이 뒤를 이은 결과다.

인력수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임금과 승진 등 보상적 동기부여 요소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높아 전체적으로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 '낮은 임금수준'이 이직을 고려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짜노동, 열정 페이'로만 유지되는 보건의료 현장

반면 업무만족도를 물어본 결과 '업무에 대한 자긍심'은 긍정비율이 75.7%를 보여 상대적으로 대비되고도 있다. 업무자율성 긍정비율 65.9%, 능력의 발휘 62.7%, 업무장래성 58%는 소위 '열정 페이'로 보건의료현장이 유지가 되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부족한 인력수준과 열악한 근무조건, 불만족스러운 임금수준 등 중장기적 직업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의 적절한 해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높은 이직 고려율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주된 이직이유인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와 관련된 노동조건에 대한 부정적 상황이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현장의 노동강도를 알아보기 위해 식사시간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그 결과 업무로 인해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작년 2018년 46.7%에 이어 올해 2019년 47.5%로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21.8%에 이르고 있으며 간호사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1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63.2%로 특히 많으며 3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비율도 31.3%에 이르고 있었다.

간호조무사의 경우에는 간호사보다는 적으나 32.3%의 응답자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어서 실제 평균 식사시간(이동 및 휴식시간 제외)은 5분 미만이 3.8%, 5~10분 미만 29.8%로서 전체 응답자의 1/3 가량이 실제 식사시간으로 10분미만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의 노동강도를 충분히 가늠케 하는 지점이다.

노동의 지속을 위한 연차사용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2%가 연차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작년 2018년 57.0%에 비해서는 10%p 가까이 감소한 결과이나 상당수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여전히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 없는 공짜노동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48.7%가 30분~90분의 하루 평균 연장근무를 한다고 답했으며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0.5%에 달했다. 일부만 보상 받는다는 응답자는 38.1% 으로 전체의 78.6%가 공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그러나 연장근무에 대한 기록 여부에 대해선 56.7%가 기록되지 않아 시간외 근무 계산 근거자료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외 교육에 대해서도 보상받지 못한다는 응답자가 54.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져나가가는 보건의료인력, 무너지는 보건의료 현장

인력의 문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세부적으로 물어보았다. 먼저 주요 직종별로 모두 부서 내 인력 부족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체감하는 경우(85.9%)가 그렇지 않은 경우(14.1%)에 비해 월등히 많았고, 간호사(88.6%), 방사선사(80.9%), 임상병리사(80.8%) 순으로 인력부족을 많이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요소로는 노동강도 심화가 86.5%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건강상태 악화 77.2%, 사고위험 노출 72.1%, 직원 간 갈등 53.9%을 보이며 인력문제로 인한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에 대한 악화된 인식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점은 인력부족으로 인해 환자, 보호자,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등에 있어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응답이 매우 높은 양상을 보여 인력부족 문제가 의료서비스 전반의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의료·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81.0%, '환자, 보호자, 대상자에게 제공할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됐다' 80.1%, '환자, 보호자, 대상자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못했다' 75.8%로 답해 안전과 의료의 질에 대한 심각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작년 2018년 응답률보다 소폭이지만 오히려 상승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가 36개 병원에 대한 간호사 이직률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18년 한 해 동안 36개 병원의 전체 간호사 1만 6296명 중 이직한 간호사는 총 2535명으로 이직률은 15.55%에 달했다.

또 같은 조사에서 1~3년차 퇴사자가 66.54%에 달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특단의 이직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병원에서의 인력부족 문제는 노동자 개개인의 단순한 노동 강도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상태의 악화와 사고에의 노출이라는 위험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특히 시급한 해소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 이어 실질적인 정책지원 이뤄져야

보건의료노조, 노사 공동선언 앞구조화된 설문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실태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보건의료 현장의 모습은 더욱 어렵고 힘든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다만, 보건의료노동자 정기실태조사는 노동현장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추려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추진하고자 한다.

올해 4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제정되었고 그에 따른 시행령도 준비 중에 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보건의료 현장의 노동조건 개선과 인력의 양성을 기하기 위한 법이다.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가 광범위한 조합원을 바탕으로 짚어내는 현장의 실태인 만큼 향후 법에 따른 여러 대안마련에 직간접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보다 세밀하고, 적극적인 노동현장의 접근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부터 이 같은 정기 현장 실태조사에 입각해 '공짜노동, 비정규직, 태움·갑질, 속임인증'을 근절하기 위한 4OUT 운동을 전개한 것은 물론 의료법준수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2OK를 더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제정된 만큼 이직률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큰 테두리의 요소에 대해 보다 집중해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 현장의 높은 이직률이 잡힌다는 것이야 말로 곧 위기에 처한 보건의료 환경을 개선하여 궁극적으로 환자가 안전한 병원, 모든 국민이 건강한 나라에 도달하는 첫 번째의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사고, 의료진에 대한 폭력, 의료기관 직원의 이직률 증가 등이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고, 이로 인한 환자안전 및 직원안전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이에 노‧사와 정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나서서 환자안전병원·직원안전병원에 대한 시급한 정책대안을 마련해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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