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통제하려는 비급여 종합대책, 수가 정상화만이 답이다

[칼럼]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장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는 지난 12월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을 수립, 발표했다. 그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비급여 항목을 실효성 있게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당장 1월부터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해야 하는 의료기관이 의원급까지 확대됐고 공개 항목도 원래 564개에서 615개로 확대됐다. 의료진은 비급여 진료 전에 제공 항목과 가격을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간 연계와 협력의 근거 마련을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및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비급여 종합대책이라고 했지만 결국 비급여 통제라는 의미로 읽힌다. 비급여는 과연 악(惡)인가? 

비급여 제도는 신의료기술 창출과 의료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대 의학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한 신의료기술에 대한 비급여는 계속될 것이다. 이는 최신의 의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돌이켜 보면 비급여의 역사는 오래됐다. 국내 건강보험 제도 도입 당시  ‘저(低)수가’ 보험 급여를 실시하면서 의료기관의 손실 부분을 메울 수 있도록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에 대해 피보험자가 전액 의료비를 부담하게 한 것이 바로 비급여 진료이다. 

비급여 진료는 의료 행위의 자율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과거 대한의사협회가 요양기관 건강보험 강제지정제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비급여 영역이 있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비급여 통제로 인해 의료의 자율성이 사라지면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또한 위헌 소지가 높아진다. 

공사(公私)보험연계법 역시 불합리하다.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현황 및 상호 영향과 관련된 주요 사항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다는 것은 명분일뿐,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의료행위를 통제함으로써 국민들의 사적 계약까지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보장성 강화를 목표를 한다면, 이로 인해 국민이 더욱 건강해지길 원한다면,  비급여 진료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현재의 ‘저수가’ 체제를 뜯어고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체제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현행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야말로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인정한 필수 의료 영역이 아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건강보험 급여 수가를 정상화함으로써 의료기관들의 보험 진료율을 높이는 것이야 말로 보장성 강화의 첩경일 것이다. 불필요한 한방 진료나 검증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필수의료 및 중환자 치료 관리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건강보험의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

전세계에 자랑하는 우리의 건강보험 길게보고 크게 보며 이끌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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