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안협의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전락…최운창 회장 "의대정원 논의 위해 수임사항 변경"

[인터뷰] 의료현안협의체서 의대정원 문제 활발한 논의 필요하지만 현재는 그 누구도 나서서 논의 이끌지 못해

전라남도의사회 최운창 회장은 최근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자체를 '묘항현령'이라고 비유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금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문제를 논의조차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누가 협상단에서 논의를 앞장 서서 할 수 있나. 지금 의료계에서 의료현안협의체는 사실상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됐다."

숙종 4년에 홍만종이 지은 '순오지'에 보면 '묘항현령(猫項懸鈴)'이라는 말이 나온다. 흔히 말하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뜻으로, 실행할 수 없는 공론을 이르는 말이다. 전라남도의사회 최운창 회장은 최근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자체를 '묘항현령'이라고 비유했다. 의대정원 문제와 관련해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그 누구도 나서서 논의를 이끌지 못하는 현 상황을 빗댄 말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수임사항으로, 의대정원 증원 자체가 불가하다고 정해져 있으니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관련 어떤 논의도 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의료현안협의체 2기 협상단 체제가 지난 15일 가동됐지만 실효성 있는 의대정원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료계 내부 인식이 팽배하다. 최 회장은 빠른 시일내에 대의원회가 임시대의원총회라도 열어 수임사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지금 상태론 2기 협상단이 출범해도 논의가 활기를 띄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는 "대의원회 권고문이 나온 이유가 의대정원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라는 것인데, 현재 상황에선 논의를 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의료현안협의체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됐다. 누구도 책임지고 싶지 않은 자리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의원회 수임사항이 협상단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협상에 나가서 잘해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의협 내부적으로도 (차기회장) 선거기간이 겹치다 보니 협상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운창 회장은 지금까지 의협 집행부가 잘못한 부분도 많다고 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논의 내용 중 대외비는 공개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논의 아젠다 정도는 시도의사회장단에게 공개했어야 했다. 그러나 회의 전 논의 방향이나 회의 이후 결과 등 어떤 내용도 공개가 되지 않으니 여러 오해가 쌓인 상태"라며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국민 홍보도 부족하다 보니 의대정원이 밥 그릇 싸움이라는 프레임에 잠식당했다. 당장의 협의나 내부 의견 공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국민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 부분이 2기 협상이 이뤄지는 기간동안엔 더 활발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운창 회장은 최근 의대정원 증원 기조에 맞춰 전남 지역에서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대 신설이 아니라 지역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도록 기존 병원들을 지원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삭발을 감행하는 등 전남지역 공공의대 신설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최 회장은 "의대와 상급종합병원이 들어오면 기존에 있던 종합병원 3곳 중 하나는 무조건 망한다. 의대와 새 병원을 지을 비용에 절반만 기존병원들에게 투자하면 충분히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의대를 만들어도 의대 기초교수도 당장 구하기 힘들다. 병원도 사실상 2차병원 역할을 하면서 기존병원들과 경쟁하는 구조가 뻔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제성이 있더라도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을 가지고 수도권 병원을 가게 되면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전남지역에서 외지로 빠지는 환자가 75%에 육박한다. 이런 상태에선 어떤 의사도 지역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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