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최근 불면증 등 수면장애환자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면제', '수면유도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수면장애 초기 환자들은 병의원을 찾아 정확한 치료를 받기 보다는 대증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보조제 섭취 등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보니 '멜라토닌'이라는 성분도 널리 알려져 있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타 국가와 달리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멜라토닌 성분제제가 잇따라 승인·출시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최근 5년간 수면장애 환자가 연평균 8.1%씩 증가해 2018년 기준 국민의 1%에 해당하는 57만명이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았다. 수면장애환자 중 극심한 고통이 이어지는 경우에만 요양기관을 찾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환자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불면증 환자가 다수 분포해있는데, 이들 환자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를 병용한다. 약물치료는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 비벤조다이아제핀계 수면제, 항우울제나 항히스타민제제 등을 이용하거나 멜라토닌과 같은 호르몬을 약제로 복용해 수면을 호전시키기도 한다.
사람의 몸은 약 24시간 주기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에 따라 수면·각성주기를 보이며 이는 멜라토닌·코르티졸·프로락틴 분비와 관련이 있다. 빛 자극에 따라 멜라토닌의 생성이 조절되고 일주기리듬은 이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면장애 환자들에게 멜라토닌을 복용해 수면에 이르게 돕는 것이다.
멜라토닌 제제는 대부분 국가에서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조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정제 뿐 아니라 젤리, 음료 등 식품형태로도 나와 있어 어디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멜라토닌을 전문약으로 지정한 동시에 수입금지품목으로 지정돼 있어 해외직구 등을 통한 건기식 구입도 막혀있는 상황이다.
비급여 처방으로 비싼 약값이 감당이 안 되는 일부 불면증 환자들은 보조제나 식품형태의 멜라토닌 제제를 국내에서도 유통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멜라토닌 수용체 약물인 서카딘의 경우 정당 1000원인데, 직구를 통해 구매해왔던 멜라토닌 건기식제품의 경우 100여알에도 1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해 가격 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환자와 소비자들은 식약처 민원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규제 완화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으나 식약처 입장은 완강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멜라토닌 성분 전문약 시장은 점차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2014년 건일제약 서카딘서방정2mg을 시작으로, 올해 제네릭인 펜믹스 펜믹스멜라토닌서방정2밀리그램, 씨엠지제약(CMG제약) 슬라밸서방정2밀리그램, 한림제약 멜라토서방정2밀리그램, 제일약품 멜라탄서방정2밀리그램 등이 출시됐다.
게다가 마더스제약(멜라엠서방정2mg)과 이니스트바이오제약(멜라딘서방정2mg) 등도 제품 출시를 위해 서카딘서방정 2 mg의 생물학적 동등성 평가를 시행한 바 있으며, 한국유니온제약 유니온멜라토닌서방정(가칭), 아이월드제약 아이월드멜라토닌서방정(가칭), 안국약품 안국멜라토닌서방정(가칭), SK케미칼 멜라톤서방정, 영진약품 영진멜라토닌서방정 등도 생동시험을 진행 중이다.
서카딘은 복용 후 내인성 멜라토닌 방출 형태와 유사하게 멜라토닌을 8~10시간동안 서서히 방출시켜 리듬을 깨지 않으면서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같이 불면의 원인을 해소하면서도 타 수면제와 달리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 모두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처방·투약을 하고 있다.
서카딘의 위임형 제네릭으로 나온 펜믹스멜라토닌서방정, 슬라밸, 멜라토, 멜라탄 등도 같은 특징을 지닌다.
실제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서카딘(건일제약) 처방량은 올해 1분기에만 17억 3448만원(전년 동기 대비 약 8.28% 증가)에 이른다. 가을, 겨울철 수면제와 수면유도제 처방량이 더욱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 한 해에만 70~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고령화 등으로 환자 증가 속도도 매우 가파른 편이며, 식약처의 전문약 위치 고수 입장도 완강한만큼 멜라토닌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롭게 출시된 제네릭 제품들이 합류,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경우 시장 확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여전히 불면증 환자 중 매우 극심한 환자 일부만이 요양기관을 찾아 처방받는다는 질환 특성을 고려할 때 레드오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을지대병원 김의중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심한 불면증 환자의 단 5%만이 병의원을 찾는다. 특히 대학병원을 온 환자는 수면제를 장기간 처방받다가 효과가 없어 오는 환자이기 때문에 멜라토닌 처방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불면증 환자마다 적합한 치료 방법이 다르고 쓰는 약제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멜라토닌 제품이 많이 나온다고해서 바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여러 선택지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시장은 늘어나게 된다"며 "멜라토닌 제제 특성상 향정약 대비 비교적 부담 없이 처방할 수 있기 때문에 개원가 등에서는 초기 불면증 환자 대상으로 처방량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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