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세금 지연납부하면 가산세 꼬박 받더니…정부는 의료급여비 늦게 주면서 이자 한 푼 없나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27화. 의료급여비 지연 지급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에는 매년 ‘보릿고개’의 시기가 있다. 빠르면 9월, 늦어도 11월부터 시작되는 보릿고개 시기는 고난의 행군과 마찬가지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입원환자의 절반 이상, 많게는 80% 이상이 저소득층인 의료급여 환자와 기초생활수급자로 이뤄진다. 이들은 외래 진료와 입원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없다. 정부가 이들의 진료비 전액을 병원에 바로 지급한다. 이를 ‘의료급여비’라고 한다. 그런데 연말이 가까워지면 의료급여비 예산이 바닥나서 짧게는 2개월, 길게는 3개월씩 지급이 밀린다.
 
이렇게 밀려 있던 의료급여비는 다음해 1월에 한꺼번에 지급된다. 이에 따라 그해 예산은 다시 모자라고 연말이 되면 또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
 
밀린 의료급여비는 병원마다 최소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단위에 이른다. 병원은 비록 의료급여비를 받지 못했지만 인건비 등 지출을 미룰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병원은 적자 운영 상태에 들어간다. 병원은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거나 사채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가 나중에 돈을 지급할 때는 조금의 이자도 쳐주지 않는다. 의료급여비 연체에 대한 모든 부가적인 책임을 병원이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은 납부기한 내에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으면 가산세와 가산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가산세는 미납 세액의 연 10.95%이고 추가로 1개월마다 1.2%의 중가산금이 5년 동안 붙는다.
 
병원이 국가에 세금을 체납해도, 반대로 국가가 병원에게 지급을 미뤄도 모든 부담은 병원이 짊어진다. 병원이 언제나 국가에 희생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왜 이렇게 의료급여비 지급이 매년 미뤄지는지에 대한 근본 원인에 있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 보장 정책조차 현재의 건강보험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의료급여비 지연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급여 환자들이다. 병원으로서는 진료비를 언제 받을지 모르는 급여 환자들의 치료와 입원을 꺼리게 된다. 이 환자들은 매년 겨울이 되면 자신을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헤매게 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예산 확보에 대한 명확한 고민과 뚜렷한 대책 없이 무분별하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의사들은 의료급여비 지연 지급 등의 경험을 토대로 예산 확보 없는 무분별한 보장성 확대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하면 자칫 의료급여가 아니라 일반 건강보험 환자들의 급여비 지급도 지연될 수 있다. 정책에 따른 정확한 예산 계산과 예산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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