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국회의원들, 전과 2범이 의료인 면허 처벌 강화 법안 발의"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22화. 모든 범죄 금고 이상 형 선고 시 면허 취소·5년간 재교부 금지법  

지난 10월 16일 국회 운영위원회 손금주 의원 등은 의료인이 의료법 위반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고, 취소된 날부터 5년 이내에 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의료법상 기존의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 받아 면허 취소시 3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의료법이 아닌 모든 법안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재교부 금지 기간도 더 길어진 것이다. 

의료인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업무를 한다. 의료인은 직업 특성상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생명을 다루는 업무가 높은 직업윤리를 필요로 한다면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얼마나 높은 수준의 준법 정신과 직업 윤리가 요구되는 것일까.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016년 총선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자 전과현황’에 따르면, 전체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중 전과기록을 보유한 자는 92명이었다. 이는 전체 국회의원의 30.7%에 달했다. 

해당 의원들의 전과 내용을 살펴보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국가보안법위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음주운전 등이 가장 많았다. 상해, 내란음모, 뇌물, 뇌물알선수재 등의 범죄도 포함됐다. 금고 이상의 형으로 범위를 좁히더라도 전체 국회의원의 20%인 59명이 해당됐다. 

이번 의료인 면허 처벌 강화 법안에 서명한 국회의원들의 명단을 살펴보니, 전과 2범을 포함한 다양한 전과 기록이 존재했다.

“의사들을 처벌하려 하는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깨끗한가”는 식의 양비론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 스스로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잣대를 남에게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논리가 당황스러울 뿐이다. 

화폐 위조의 달인이 수표 위조방지 시스템을 고안해 금융계에 혁명을 일으킨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 2세가 떠올랐다. 마치 프로 범죄자가 법의 수호자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할까.

법의 잣대는 선의의 의사를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고 억울하게 의사 면허를 규제할 수 있다. 이번에 의사 3명은 소아의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지 못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따라 모든 의사들, 심지어 전공의 1년차들도 이 법의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이들의 첫 항소심이 오늘 진행됐지만 최종 판결에서도 실형이 그대로 유지되고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5년간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일부 일탈한 의사들의 중범죄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대리 수술이나 살인과 같은 심각한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을 처벌하고, 의료인 자격이 없는 자가 의업에 다시 종사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고 처벌 수위를 올린다면 힘든 의료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선의의 의료인들, 특히 생명과 직결된 의료 현장의 다수의 의료인들을 희생시킬 수 있다. 

의료인에 대한 처벌, 규제에 관한 법 개정과 적용은 매년 충분히 강력해지고 엄격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희생된 의료인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의업을 그만 두는 의료인 뿐만 아니라 의료인에게 치료받던 환자, 의료인으로부터 구해질수 있었던 환자가 포함된다는 점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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