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은 마약청정국 예외 구역, 한의원에서 아편 주문해도 복지부는 모르쇠"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21화. 한의원, 불법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 4000여개 유통    

한국은 마약청정국이다. 최근 들어 논란이 조금 있기는 해도 마약 뿐만 아니라 마약류 의약품 관리에 있어서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사법부 등의 관리감독 능력은 매우 탁월하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의 정신건강이 지켜지고 마약의 해악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본다. 중독자를 치료하고 있는 한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정부에 깊은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런데 이런 엄격한 마약 관리감독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지난 10월 29일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전국 한의원의 13%에 해당하는 1855개소의 한의원에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스테로이드, 백신 등의 전문의약품 7만 6170개가 납품됐다. 이 중 모르핀, 펜타닐 등의 마약류 의약품 2733개가 납품됐고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 1478개가 납품됐다. 

모르핀은 아편류 진통제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아편은 아편전쟁에서의 아편으로, 중국과 홍콩의 역사를 바꿀 정도의 약물이다. 프로포폴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전 국민이 아는 수면제이자 향정신성약물이다.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는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일이다. 마약류 의약품과 향정신성의약품은 진통제, 진정제, 마취제 등으로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이에 따라 병원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약물이다.

하지만 이 약물들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오남용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약물 유통부터 폐기까지 모든 수량이 엄격하게 관리된다. 병원은 이런 의약품 관리에 별도의 금고를 두고 각별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만일 하나라도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 수량이 어긋난다면 복지부의 엄한 감사와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엄격하게 관리돼야 할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이 그 누구의 관리 감독 없이 한의원을 통해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됐다.

여기서 더 큰 반전이 있다. 윤일규 의원이 복지부에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복지부는 “한의원에서 마약류 등 전문의약품이 처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의계와 의료계가 영역 다툼을 하고 있어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즉,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 관리 감독을 책임지는 복지부는 이런 의약품의 불법 유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왜 의료계에 적용되는 그 엄한 회초리가 한의계에는 적용되지 않을까. 

한의계와 의료계의 영역 다툼은 이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다. 전문의약품은 법적으로 의사가 처방, 관리하는 것이고 의사의 처방권과 관리 감독에 대한 책임도 의사가 진다. 복지부는 합법과 불법 범죄 사이의 명백한 경계에 있는 한의원의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 유통을 그저 '영역 다툼'이라는 변명으로 물타기했다.

한의원에 불법적으로 흘러 들어간 마약, 스테로이드, 향정신성 의약품 등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대다수의 선량한 한의사들에 의해 선의의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사용됐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런 굳건하고 선한 믿음에 경의를 표한다. 

끝으로 윤일규 의원의 주장을 싣는다.

“10%의 불법적인 한의원 때문에 나머지 90%의 선량한 한의원까지 불신을 받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복지부는 하루빨리 한의원 전문의약품 납품과 투약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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