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학회 건강관리 플랫폼, 디지털헬스센터, 그리고 창업까지 도전

[인터뷰] 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사람의 건강에 기여하는 제품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상열 교수는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오디엔'을 창업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세계적인 디지털 헬스케의 대가 에릭 토폴(Eric Topol)의 스크립트중개연구소 연수, 에릭 토폴의 딥메디슨 번역서 출간,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자문, 경희대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설립, 그리고 대한비만학회 비만 플랫폼 설계까지…항상 쉼없이 새로운 도전에 임하려는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상열 교수가 이제는 스타트업 ‘오디엔’ 대표에 도전한다.  

이 교수는 창업 이유에 대해 "연구원들의 고용안정성 문제가 가장 크다. 대학에 소속된 연구원의 고용 기간은 통상 2년 단위로 단기에 그치기 쉽다"라며 "교수의 회사 창업이나 경영은 이윤의 추구 뿐 아니라 대학 외 조직을 기반으로 대학의 일과 연구를 더 공고히 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일등이 아니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이상열 교수로부터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앞으로 헬스케어를 위해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만학회 비만 플랫폼, 그리고 경희대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항상 많은 일을 해왔고 또 할 일도 많아 보인다. 최근에는 대한비만학회와 함께 만드는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여념이 없다고 들었다.

대한비만학회 내에서 IT융합대사증후군 치료위원회 이사를 맡고 있다. 10~15년 전부터 이름만 달랐을 뿐, u헬스, e헬스, 스마트헬스 등의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비슷비슷한 연구를 해왔고, 생각보다 성공적인 사례는 드물었다. 이제 학회와 같이 대표성을 갖춘 차원에서 전체 회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 건강관리를 위해 실제로 일반인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 스스로 건강증진과 건강관리를 해나갈 수 있도록 누구나 쉽게 보고 따라 하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6월 22일 비만학회와 디지털 헬스케어기업 휴레이포지티브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관리 플랫폼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공개하긴 어렵지만 9월 초 대한비만학회 국제학술대회 ICOMES(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에서 공식화할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다.

-최근 경희대의료원 내에 디지털헬스센터가 설립됐다. 센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디지털헬스센터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디지털치료제, 비대면진료 4개 파트로 나눠져 있고 각각의 주제에 대응하도록 돼있다. 대학 산하에서 국책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팀이면서, 병원에서 대규모의 연구를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연구자들이 빠른 속도로 논문을 내서 근거를 창출해내고 연구의 학술적인 가치를 키우고자 한다. 또한 관련 연구자들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울타리가 되고자 한다. 
 
가령 작년에 받았던 인공지능 데이터 구축사업은 6개월만에 19억원의 연구비가 책정됐다. 단기간에 많은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청년 고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연구가 끝난 이후에도 해당 팀이 유기적으로 대학과 병원을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를 느꼈다. 이에 학교와 병원의 도움으로 별도의 공간을 확보했다. 인원도 하나둘 늘어가고 있으며 새로운 과제를 계속 수행해가고 있다. 

-최근 디지털헬스센터, 경희의과학연구원과 365mc네트웍스가 디지털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디지털치료제는 약물은 아니지만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 가상현실(VR), 메타버스, 게임 등을 기반으로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헬스센터의 첫번째 MOU다.
 
이번 협약에 따라 ▲인공지능(AI)와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한 디지털 비만 치료제 개발 ▲빅데이터 활용 맞춤형 비만 치료 서비스 개발 등 보다 효과적인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할 방침이다.

창업하는 회사는 신약에 버금가는 디지털치료제 개발 

-새로 준비하는 회사 ‘오디엔’은 무엇을 만드는 곳인가. 비만과 관련한 연구개발을 이어나갈 것인가.  

전체적인 구상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단계마다 알고리즘을 열심히 만들어 특허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비만 디지털치료제를 중심으로 연구개발하려고 한다. 디지털치료제는 의사 처방을 전제하는 것인 만큼 기존의 웰니스 자체와는 설계가 달라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개인정보보호나 호환성 이슈를 보완하면서 병원의 EMR(전자의무기록)과 연계해 환자 정보와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디지털치료제 역시 신약에 버금가는 엄격한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디지털치료제는 기존 약제에 비해 임상 검증의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제도권 의료 환경에서 성공하려면 임상의 규모나 형식이 경우에 따라 현재의 규제보다 엄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치료제 역시 다기관에서 수행하는 대규모의 전향적 연구를 통해 그 임상적 효용을 입증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마치 신약과 같이 제약사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을 통한 글로벌 진출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를 운영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연구원들의 고용안정성이 걱정됐다. 대학에 소속된 연구원의 고용 기간은 통상 2년 단위로 단기에 그치기 쉽다. 교수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연구원을 채용하는 형태라면 오히려 고용 안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교수의 회사 창업이나 경영은 이윤의 추구 뿐 아니라 대학 외 조직을 기반으로 대학의 일과 연구를 더 공고히 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

경희대가 홍릉강소특구 지역에 있고 규제나 실증이나 연구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이다. 하지만 학교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있다면 회사를 기반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다. 창업을 통해 홍릉단지 특구 내에서 학교와 연계한다면 의미있는 목적을 만들어갈 수 있다. 현재 스타트업 대표의 겸직을 위한 대학 내부 승인절차가 진행 중인데, 공식화되면 대학, 연구소, 병원, 기업이 더욱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대한당뇨병학회 소속의 여러 연구자들과 함께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발생의 예측을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병원에서 인공지능 도입을 늘리고 있고 진료보조나 의료프로세스 혁신으로 의사들이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토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산학협력, 기술이전, 실용화 단계 등을 좀 더 민첩하게 추진할 수 있다.

-의대 교수로서 하는 일을 보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 동기가 있다면. 

어느 날 아버지께서 '의사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마침 대기업 경영자이자 리더십 멘토인 신수정 리더의 인스파이어 과정에 참여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멘토링을 받았다. 이러한 리더십 과정의 참여는 병원이나 학교를 벗어나 의미있는 일을 하고 사회에 기여도 하고 살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 의사와 환자의 허브 역할을 통해 역량을 집중한 다음, 작지만 강한 회사를 만들어서 잘 키워나가려고 한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독보적이지 않아도 좋다. 독자적이면 좋다. 굳이 일등이 아니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것이다. 

내가 속한 조직을 넘어서 사람의 건강을 위해 기여했다는 기억 한 가지를 꼭 세상에 남기고 싶다. 건강증진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론을 개발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 독자적으로 생각해 제품을 개발하고, 동료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어나가면서 의미있는 가치를 남기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앞으로 의대 교수로서, 그리고 창업가로의 제2인생도 기대해달라.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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