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기술 '덮죽' 사례? 의료기기 회사가 의사 아이디어 갈취 후 단독으로 특허 등록

의사는 공동연구 원했으나 회사가 아이디어만 도용…특허 취소 요청 합의 무산돼 '소송전'으로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한 인기 TV예능에서 '덮죽'이란 메뉴가 소개된 후 우후죽순으로 이를 따라하는 식당이 생겨났고, 심지어는 누군가가 먼저 상표 출원으로 선수를 치면서 '특허'에 대한 거센 논란이 일었다. K-아이돌의 착용으로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 역시 개발자가 특허를 등록하지 않아 모방상품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6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의료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특허 논란이 불거졌다. A의사가 공유한 아이디어를 B의료기기 회사가 빼간 후 단독으로 특허 등록을 마치고 이를 상용화하는 연구개발을 해온 것이다.

앞서 지난 2019년 한국의료기기협회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산업 육성·진흥차원에서 의사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의료기기업체에 소개하고 공동으로 상용화하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A의사 역시 협회의 주선으로 B라는 의료기기회사와 만나게 됐고, 따로 사용되는 2개의 의료기기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들은 B회사는 A의사와 공동연구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해당 아이디어의 기술화는 유아무야되는듯 했다.

그러나 지난해 B회사는 A의사에게 일언반구 없이 단독으로 해당 아이디어를 기술화했고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뒤늦게 이를 확인한 A의사와 아이디어의 권리를 가진 A의사 소속 산학협력단 측은 즉각 반발하고 '특허 취소'를 요청했으나, 의료기기회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협회에서 산업진흥 측면에서 의료기기와 관련된 아이디어나 아이템을 가진 의사, 병원 등을 의료기기업체와 이어주는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으나 B라는 회사가 아이디어를 도용해 특허까지 내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매칭프로그램을 통해 기술화한 성공 사례가 많은데, 이 같은 한 회사의 일탈로 인해 다른 의료기기업체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오픈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에 대해 명확하게 사과하고 문제를 수습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해당 병원 산학협력단 측은 특허 취소만 하면 된다는 입장임에도 회사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료기기회사 측이 외부 제3자로부터 해당 기술에 대한 R&D 비용을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특허취소가 어려울 것이란 후문이다. 때문에 해당 의료기기업체는 병원 산학협력단이나 해당 의사에 아이디어 명목의 비용을 일정부분 지불하고 합의를 원하고 있는 상태다.

양측은 지난달말까지 추가 논의를 이어가면서 합의점을 찾으려고 했으나, 서로가 원하는 바가 분명하게 엇갈리면서 소송까지 이어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산학협력단은 특허 취소를 거듭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특허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면서 "특허 관련 사안인 만큼 11월쯤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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