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응급실 뺑뺑이' 4개 병원 결국 행정처분…후속 대책 놓고 응급의학과 '분개'

대구시 6개 종합병원, 119구급환자 수용능력 없어도 환자 받기로…"실효성 없는 대책, 응급의학과에 책임 떠넘기기" 반발

경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구시에서 17세 외상환자가 2시간가량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사망한 사건 조사 결과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개 응급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로부터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대구시 6개 종합병원도 이러한 처분에 대한 후속 조치로 대구시 소재 종합병원 응급실이 모두 환자 수용이 곤란할 경우,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병원을 선정하면 해당 병원이 일단 환자를 받기로 이송환자 수용 원칙을 세운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 4개 병원 과징금 처분 등 행정처분…대구 6개 병원 환자 수용계획 개선키로

4일 보건복지부는 3월 19일 대구광역시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사망 사건의 조사 및 전문가 회의 결과를 토대로, 관련된 8개 의료기관 중 4개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응급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은 응급의료법 제31조의4, 제48조의 2를 미이행한 책임자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과 더불어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포함해 보조금 지급 중단,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대해서는 응급의료법 제48조의2에 대한 시정명령 및 이행시까지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받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대구파티마병원(최초 내원한 지역응급의료센터)은 119구급대원과 함께 환자가 응급실 입구 인근으로 진입 당시 환자의 중증도는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것을 권유해 미수용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한 응급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북대병원(두 번째 내원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역시 환자에게 중증도 분류를 시행하지 않았고,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을 당시 모두 다른 외상환자 진료 및 병상 부족을 이유로 미수용했으나, 가용병상이 있었으며 진료 중이었던 다른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경증환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각 병원에 대한 행정처분에 더해 대구광역시에 지역 응급의료 자원조사에 기반한 이송지침을 마련하고, 응급의료체계 관련 협의체(지자체·소방·의료기관)를 구성해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대구 6개 종합병원도 일찍이 '119 구급대 이송환자 수용 원칙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해 119구급대가 수용을 요청해도 병상 부족,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환자 이송을 거부해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6개 종합병원 응급의료기관이 전부 119구급대가 이송하는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이송병원 결정 권한을 부여해 센터가 결정한 이송병원이 환자를 수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환자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재이송한 경우는 373건에 이르며,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42.4%)가 가장 많았고 장비 고장, 병상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환자를 의료진에 인계할 때까지 1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2425건이나 됐다.

즉,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접근성, 수용능력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이송 응급의료기관을 정해 해당 병원에서 수용 가능 여부를 물으면 해당 병원은 무조건 환자를 받아야 한다.

병원 간 전원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수용?…의료진에게 책임 '떠넘기기', 응급의료 전문의료진 이탈 야기할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에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기관들이 공통적으로 미이행한 것으로 지적된 법률은 응급의료법 제48조의 2로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 거부 불가' 조항이다.

현재 해당 조항은 그 후속 조치로 이뤄진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 시행규칙' 개정령안과 더불어 일선 응급의료 현장 의료진의 반발을 사고 있다.[관련 기사="중증응급환자, 응급실 수용능력 없어도 일단 받아라?…응급의학과 사지로 모는 법"]

그런 상황에서 대구시에서 응급환자 수용을 사실상 거부하지 못하도록 '119 구급대 이송환자 수용 원칙 계획'이 수립되면서 근본적으로 병원 응급실이 환자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지 않은 채 일단 환자를 병원에 이송함으로써 문제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환자수용의 최정결정권은 응급의학과가 아닌 각 진료과 의사에게 있고, 응급의학과 의사는 이심전심으로 그 결정을 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구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병원 간 전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응급의학과에게 책임을 모두 돌리는 것이라며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는 "그간 의료계가 강력히 우려해왔던 응급의료 이송과 분류체계의 실패에 대해 상투적인 징벌적 대응에 크게 낙담할 수밖에 없다"며 "응급환자 흐름에 대한 시스템적 혁신 없이 의료기관과 의사를 처벌하는 대안 없는 접근은 모든 위험을 떠안은 응급의료 영역의 숙련된 전문의료진 이탈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을 지켜낼 재정적, 법률적 보호방안이 먼저 필요하다. 채찍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비판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대구 장중첩 사건에 이어 응급의료 관련 사건때마다 의료진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정처분이 계속되고 있다"며 "환자를 받아 살리고 싶지 않은 병원은 없다.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인 필수의료와 응급의료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번 후속대책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필수 의료, 응급 의료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되지 않는다면 모두 미봉에 그칠 수 밖에 없다"며 "응급의료 현장 의료진들의 책임 소재 떠넘기기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어 이탈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수도권 모 대학병원 응급의료기관 전문의 A씨는 "일단 119 구급대가 요청한 환자를 받아주더라도 환자를 진단한 이후에는 중증환자에 맞는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중증환자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배후 진료 인프라가 없을 경우, 응급실에서도 해당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라고 꼬집었다.

A씨는 "해당 응급실에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인력이나 수술대가 없을 경우 즉시 전원이 필요한데 이러한 여력을 갖춘 병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전원을 시도하는 중에 환자 상태가 악화될 경우 해당 환자에 대한 책임은 수용한 병원에게 있는데 병원 의료진들은 어마어마한 의료소송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일단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것이 무슨 해결책이 되겠나. 일종의 보여주기식 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우려와 반발이 크다"고 전했다.

이형민 회장은 "우리나라 응급의료기관 중 2명 이상의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이 전국에 150개 밖에 안된다. 전국 250개 응급실은 근무 시간에 전문의가 1명밖에 없다. 만약 전원을 해야하는 일이 생기게 되면 전화를 붙잡고 다른 병원에 전원이 가능한 지를 물어야 해 다른 인을 하나도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또 응급실에서 응급실로 전원할 때 중증 응급환자의 경우 의사가 함께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그러지 않았다가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의사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이사가 혼자 당직을 서는 병원에서는 그마저도 어렵다. 응급구조사라도 있으면 함께 가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환자 안전 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일단 환자를 병원 응급실에 데려다 놓겠다고 하는 것은 전원이 원활할 것이라는 전제하애 가능한 것이다. 전원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무의미하다"며 "받아들이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는 병원에 환자를 떠넘기는 것처럼 느껴져 현장에 있는 전문의들이 굉장히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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