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병원별 노조 설립’ 추진…이번엔 다를까

과거 전공의노조 활성화 시도 번번이 실패…대전협 강민구 회장 “근로환경 개선위해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병원별 전공의 노조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지지부진하던 노조 설립 논의에 불이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전협은 병원별 노조 설립이 전공의법 이후에도 여전히 열악한 전공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노조 설립시 병원 측과 근로시간, 임금 등 근로환경 전반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대전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단위 전공의협의회 및 전공의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사업계획 인준 건이 의결됐다. 병원별 전공의 노조 설립을 돕기 위해 관련 정보 및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대전협은 노조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대한전공의노조 심포지엄 개최를 검토하고, 특정 병원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OOO병원노조설립추진TFT’를 구축하는 등 병원별 노조 설립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대전협은 이 같은 병원별 노조 설립 지원을 위한 예비비로 3000만원 가량을 책정해 둔 상태다.

전공의노조는 지난 2006년 의사노조 중 가장 먼저 출범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별다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직이 된 상태다.

이에 전공의노조 활성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 지난 2018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2019년 길병원 전공의 사망 사건,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등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2020년 파업 이후에는 병원별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내용의 안건이 몇 차례 대전협 대의원총회에 상정됐으나 기존 대한전공의노조를 활용하자는 의견, 병원별 노조 설립은 동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며 번번이 부결됐다.

이처럼 전공의노조가 지지부진한 사이 오히려 뒤늦게 생겨난 일부 공공병원과 의과대학의 의사노조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계에선 의사 직종 중 가장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노조 설립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건 전공의라는 신분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라고 본다.

교수 등 다른 직종과 달리 일정 기간에 한해서만 수련을 받는 계약직 신분이다 보니 문제가 있더라도 수련 기간이 끝나길 기다리며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외에 다른 의사 직종에 비해 시간적∙경제적으로 열악하다는 점도 역설적으로 노조 설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두 차례의 대전협 회장 선거에서 병원별 노조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주예찬 후보도 “노조 설립을 위해 2명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전공의들이 업무 외에 다른 활동을 할 여력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소속 병원 내 전공의 노조 설립 시도가 여의치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대전협은 병원별 전공의 노조 설립을 전공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달성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지만 근시일 내에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전공의 근무시간, 임금 등 전반적인 근로환경에 대해 매년 협상을 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더 나은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권익보호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병원별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일부 전공의들이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실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곳은 없는 상황”이라며 “전공의들이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병원별 노조 설립을 추진할 때 병원 내 다른 의사 직군을 함께 묶는 방안들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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