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전달체계 논의 중, 대개협이 상의없이 복지부에 간담회 요구…일원화된 대화창구 중요"

[칼럼] 김재연 전라북도의사회 정책이사 의협 의료전달체계 개선 TF 위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환자의 합리적 의료이용과 의료기관의 기능에 적합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후 상급종합병원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 수가 개선과 환자 의뢰-회송 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 추진을 공식화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단기대책은 의료전달체계의 의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각 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는 질환을 분류하도록 했다. 특히 의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질환을 세부적으로 규정했다. 이렇게 되면 오진에 따라 이송이 지연되거나 경증 환자를 보다가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1차 의료기관 책임 문제 등을 미리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현재 의료전달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환자 비율을 줄이기 위한 편법으로 질병명을 업코딩하는데, 이를 법적으로 환수 조치할 수 없어 대책안을 요구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환자를 중증 환자로 둔갑시키는 업코딩을 통해 질환을 더 심한 질환으로 청구하거나, 질환을 추가해 청구하는 사례가 많다. 더 심한 질환으로 청구하는 것은 질병의 중증도와 관련된 것이다. 질환을 추가해 청구하는 것은 보험 기준이나 급여기준의 문제점에 따른 것이다. 두 가지는 접근법을 다르게 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일단 복지부는 이번에 발표한 대로 단기대책을 가급적 시행하고 추가적인 문제는 중장기 대책안으로 협의하려고 하고 있다. 복지부는 중장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전달 체계 TF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 의료전달체계TF는 강력히 반대하고 협의를 거쳐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었다. 

그런데 대한개원의협의회가 27일 독자적으로 표준업무규정 개정과 의료전달체계 개편 관련 복지부 간담회를 긴급하게 소집했다고 밝혔다. 간담회 취지 자체는 좋다. 하지만 사전에 의협 의료전달체계TF와 아무런 협의를 한 적이 없다. 복지부는 내년 2~3월까지 논의하고 내년 상반기에 건정심에 이를 상정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개정되는 것이 아닌데 임시대의원총회를 앞두고 긴급하게 서두르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의협 의료전달체계TF가 복지부에 단기대책의 개선방안을 요구하면서 중장기대책을 논의하려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개협이 나서면 의료계 대화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의협 의료전달체계TF와 상의하고 의견을 제시한 다음 여기서 의견이 개진되지 않으면 별도의 간담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도 의료계가 의료전달체계를 놓고 의료기관 종별, 과별, 단체별 분열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의료계가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복지부가 의료계의 사분오열을 핑계 삼아 단기대책과 관련한 요구마저 패싱할 수 있다.  의료계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화 창구는 하나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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