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접근성 세계 최고, 의사수 부족이 문제 아냐…정부의 OECD통계 왜곡 심각"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공공병원·공공의대 늘리는 것 아닌 민간병원 활용해 필수의료 보장성 강화해야"

회피가능 사망률 지표. 사진=의료정책연구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정연)는 3일 "우리나라 의료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부가 밝히지 않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의료 통계와 지표가 존재한다"며 보건복지부가 일부 유리한 통계만 부각시켜 의료체계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정연이 주목한 데이터는 우리나라의 낮은 회피가능 사망률(AM)과 높은 급성기 의료 지표, 도시와 농촌 간 의사분포 차이 등이다. 

의정연은 우리나라 AM지표가 OECD 다른 국가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을 들어 의사 수가 훨씬 많은 국가들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 AM지표는 인구 10만 명 당 144명으로 OECD 평균 199.7명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 보다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미국(265), 프랑스(153), 독일(182)에 비해서도 적어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아사망률 지표. 사진=의료정책연구소

이외에 우리나라는 영아사망률에서도 OECD 평균에 비해 굉장히 낮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영아사망률이 출생아 1000명 당 2.7명에 그치는 반면 OECD 평균은 4.2명, 미국은 5.7명으로 의사 수가 많은 독일(3.2)과 프랑스(3.8)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었다.

급성기 의료 지표도 OECD 평균보다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출혈성 뇌졸중 환자 100명 중 사망자는 15.4명으로 OECD 평균인 22.6명보다 낮은 편이고 허혈성 뇌졸중 환자 100명 중 사망자도 3.5명으로 OECD 평균인 7.7명보다 낮았다. 

암 관리 의료 지표에 있어서도 OECD 평균을 상회했다. 국내 7개암에 대한 5년 생존율은 대부분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며 위암 생존율도 OECD 평균 29.6%에 비해 우리나라는 68.9%로 높았다. 

특히 의정연은 우리나라 의료가 접근성 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도시와 농촌 간 의사분포 차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봤다. 

실제로 2017년 OECD 국가별 백내장 수술 대기시간은 스웨덴이 48일, 캐나다가 66일, 노르웨이가 108일이며 OECD 16개국 평균은 129일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백내장 수술시 당일 검사와 수술이 가능하므로 수술별 대기시간에 대한 자료 조차 없는 상황이다. 

높은 의료접근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또 있다. 2019년 기준 OECD 국가별 의사 상담건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의사 상담건수가 연간 17.2회로 OECD 국가 중 의사를 가장 많이 만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 상담건수는 OECD 평균인 6.8회보다 2.5배나 많았다. 
도시와 농촌의 의사분포 차이. 사진=의료정책연구소

의사의 지역적 분포도 OECD 평균에 비해 고르게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보건통계를 가공해 발간하는 ‘OECD Health at a Glance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도시와 시골지역 의사분포 차이는 0.6명에 불과하다. 반면 OECD 평균은 1.5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의정연 우봉식 소장은 "적은 의사 수와 비용으로 모든 건강지표를 최상위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의료계의 헌신과 희생에 의한 것임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OECD 보건지표 전반에 대해 있는 그대로 팩트에 기반해 균형감 있게 통찰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현 수준을 평가하고 정책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과잉 공급 상태에서 기존 민간병상 인프라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추가 공공병상이나 공공의대를 늘리는 것보다는 비영리 민간병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병상기능을 조절하고, 병상 활용에 따른 인력·시설·비용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기존 민간병상을 적정 가격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필수의료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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