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설…정부 '선 발표·후 물색' 논란

"모더나 자회사 설립설 맞물려 기정 사실화됐으나, 이제서야 가능 제약사 물색...'여론 달래기'에 불과"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정부가 올해 11월 코로나19 집단면역 목표 달성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8월부터 국내 제약사가 백신 위탁생산을 담당한다고 발표했으나, 제약사들로부터 위탁생산 계획을 발표한 이후에서야 물밑작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월 백신 위탁생산' 발표가 국민 여론 달래기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15일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체결을 진행하고 있다. 8월부터는 승인된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모더나의 자회사 설립설이 나오면서 정부 발표와 맞물려 국내 제약사가 모더나의 코로나19 mRNA 백신을 위탁생산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 발표 후 지난해부터 자체 mRNA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 에스티팜 등 mRNA 관련 연구가 진행되는 기업들의 주가가 급증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휴온스글로벌이 러시아 스푸트니크V백신의 글로벌 공급 물량 대응을 위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 등과 컨소시엄을 구축해 기술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모더나가 아닌 러시아 백신 도입이 아니냐는 추측도 돌았다. 

정부는 모더나 계약설이 돌았을 때는 '계약 사항은 발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에스티팜 등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이 없다'며 사태 수습을 했으나, 러시아 백신 도입설이 불거지자 즉각 해명에 나섰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8월 위탁생산 코로나19 백신이 어느 제품인지 공개할 수 없으나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백신이 아니라는 답변 외에는 어느 제약사의 백신인지, 또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국내사가 어느 곳인지, 해당 제약사가 11월 전까지 국민들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지 등 전반의 사항에 대해서는 '비밀계약'이 이유로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위탁생산과 관련해 제품명이나 제약사명은 커녕 GMP여부나 공장가동률, 제약사 규모와 인프라 등까지도 언급을 하지 않자, '백신을 제때 맞지 못할 것'이란 불안을 잠재우는 여론 달래기용이었을 것이란 의혹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정부 발표가 실체 없는 '설'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백신 수급량 부족으로 인한 접종 지연 우려만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실제 정부의 8월 위탁생산을 발표한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자체 공장으로 백신 제조가 가능한 국내 제약사들은 "금시초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정부가 이제서야 위탁생산이 가능한 제약사를 찾고 있는 단계이며,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백신 수급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8월 위탁생산'을 먼저 발표하고, 발표한 후에서야 실행을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부정적 여론이 이어지자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1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영국, 이스라엘, 미국 등과 비교해서 우리나라가 백신접종률이 낮은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접종률만 따질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방역상황과 환자 수, 사망률 등을 고려해서 평가해야 한다"면서 "현재 접종률 자체는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방역과 거리두기를 통해 일상생활이 보장되고 있다. 영국은 백신접종을 통해 최근에야 비필수시설의 실내 활동이 재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도 허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백신접종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공감하지만, 백신은 방역의 한 축이다. 현재 과도하게 백신 이슈에만 집중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거리두기 강화,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대응들도 한 축으로 해서 코로나19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상황이 이런 가운데, 기존에 2분기 계약이 체결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수급이 하반기로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급 불안정 사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가 2분기에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 4000만회분(2000만명분)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으나, 상당 부분 상반기에는 들여올 수 없는 상황이다. 하반기에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모더나를 비롯해 여러 제약사와 상반기 공급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과 스와프(미리 받은 후 나중에 갚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다방면으로 백신 수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수급 지연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자 앞서 위탁생산과 관련 없다고 선을 그어왔던 러시아 백신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손 반장은 "아직은 스푸트니크V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으나,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외국의 허가 사항을 참고하는 한편 이와 관련한 상세한 데이터를 확보해 추후 도입 여부 등을 논의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월까지 목표로 했던 3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하고, 6월까지 12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해서 국민들이 예방접종으로 인해서 불안해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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