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포도당 대사 능력을 잃으면 치매가 된다

[칼럼]한국아브노바 배진건 연구소장

해당 과정 조절,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가능성 시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제2형 당뇨병이 알츠하이머(Alzheimer) 치매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추정했지만 어떤 기전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둘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고한 연구는 없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6일에 알츠하이머 협회에서 발간하는 '알츠하이머 치매(Alzheimer’s & Dementia)'라는 과학잡지에 처음으로 사람의 뇌에서 포도당(glucose) 대사 능력이 저해돼 포도당이 뇌에 쌓이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병리 현상인 아밀로이드의 응집(beta amyloid plaque)과 타우 단백질 엉킴(tau tangles)이 더 많이 관찰되고 임상증상도 더 심해진다는 상관성이 보고됐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결국 뇌가 포도당을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능력을 잃게 된 결과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인간 노화에 대해 가장 오래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 National Institute on Aging)' 소속의 과학자들은 ‘볼티모어 노화 종단 연구(BLSA: 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후(死後) 뇌세포조직을 관찰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신체적인 상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상태와 신경학적(neurological) 상태를 관찰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수십 년 동안 모아 보관·관리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BLSA에 참여한 사람들을 3그룹으로 분류했다. 살아있을 때 알츠하이머 치매로 판정됐고 사후 뇌조직에서 아밀로이드 응집과 타우 엉킴이 확인됐던 그룹, 생애에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판정되지 않았으나 사후에 아밀로이드 응집과 타우 엉킴이 상당히 관찰된 그룹, 그리고 건강한 참여자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뇌의 각기 다른 부분,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치매의 병리적 소견이 많이 나타난 정면 및 측두엽 피질(frontal and temporal cortex)과 병리적 소견이 보이지 않았던 소뇌(cerebellum)에서 포도당 함량을 측정했고, 뇌 포도당 분해기전인 '해당(解糖) 과정'(glycolysis)에 문제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해당 과정이 낮고 뇌 포도당이 쌓여 있으면 플라크와 탱글이 더 많이 관찰됐다. 생애 인지기능 등 이상행동으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그룹은 해당 과정이 더 심각하게 낮은 것을 발견했다.

NIA 소장인 호드(Dr. Hodes)박사는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뇌의 당 분해 과정과 알츠하이머 치매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제는 이 연구에 관여한 과학자들은 어떻게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제2형 당뇨병과 알츠하이머 치매가 유사한 것이 오랫동안 알려졌지만 포도당이 뇌에 들어가고 신경세포에 들어가는데 인슐린이 필요하지 않기에 두 병을 같은 선상에 두기가 어려웠다. 해당(解糖) 과정(glycolysis)을 거치면 포도당은 피브루산(pyruvate)으로 전환되는데, 이 탄소 3개짜리 산(酸)은 세린(serine), 글리신(glycine), 시스테인(cysteine)과 같은 아미노산으로의 전환이 매우 간단하며 역으로 당을 합성하거나 지질 합성을 위한 기본 물질로 이용될 수 있기에 에너지 원으로 효율적이다.

연구팀은 세린, 글리신, 시스테인 3 가지 아미노산과 포도당에 대한 비율을 계산함으로써 뇌의 포도당 사용량을 구하고 해당 과정에 있어 중요한 스텝들의 속도를 측정했다. 연구자들은 중요한 해당 과정의 효소 반응속도(enzyme kinetics)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경우에 정상인의 세포에서보다 더 낮은 것을 관찰했고, 더 나아가 낮은 효소반응속도가 많은 아밀로이드 응집 및 타우 엉킴과 관련이 있음을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또한 신경세포에서 포도당 수송체(transporter) 단백질인 'GLUT3'의 단백질 량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GLUT3' 단백질의 함량이 정상인보다 더 낮은 것을 발견했고, 응집과 엉킴이 더 심하게 많이 관찰됨을 보고했다. 끝으로,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생전 혈당을 추적했다. 그 결과, 생전 혈당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후에 조사한 뇌 포도당의 양도 증가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 발표된 바 있다. 지난 8월 세계적인 임상학술지 란셋(Lancet)에 당뇨 약인 지속형 엑세나타이드가 파킨슨병의 임상 증상을 감소시킨다는 임상연구 결과는 GLP-1 계열의 당뇨병 치료 약물이 퇴행성 뇌 질환에서 뇌세포사멸 억제와 신경보호(neuroprotective) 작용을 한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포도당 해당 과정(glycolysis)을 조절하는 물질을 개발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가능성을 시사한다. 신경세포가 죽는 경우 포도당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기에 알츠하이머 치매에 있어 뇌 포도당 해당 과정(glycolysis)의 감소가 원인인지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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