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국 정상화 수순…'초기 대응실패'‧'공공의료 공백' 등 문제 도마위

공식 통계에 빠진 중국 코로나19 무증상자 4만3000명 달해, 통계 오류 '심각'

투자늘고 있지만 대량 감염 사태 막기에 공공의료 역부족…의료 사각지대 ‘방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 후베이성을 포함해 중국 전역이 정상화 수순을 보이고 있다.
 
24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2일 코로나19 중국 신규 확진자는 39명으로 모두 해외 입국자들이었다. 신규 사망자는 9명 수준이다. 오히려 이제는 최초 발생 두달여가 지나면서 유럽, 미국 등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는 등 중국 이외 지역에서 펜데믹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더불어 이번기회에 부족한 공공의료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의 공공의료시스템의 공백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사태를 겪으며 공중보건과 감염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후베이성을 중심으로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낡은 중국의 공공의료 시스템이 아직 대규모 감염 상황에 대처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당국, 불확실한 통계 발표 가장 큰 문제

중국을 향해 가장 먼저 제기되는 비판은 초기 대응문제다.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부터 통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붉어졌었다. 이 때문에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언론통제와 경직된 관료시스템, 중앙정부와 지방의 소통부재 등을 이유로 중국 내 절대 권력으로 불리는 시진핀 주석에 대한 비판도 나오던 상황.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식 통계에 빠진 코로나19 무증상 환자는 4만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인원을 현재 확진자 통계에 합하면 환진자는 12만명을 훨씬 웃돌게 된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증상이 없더라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확진자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대부분 국가가 이 같은 기준을 따르고 있다. 

SCMP는 "중국 정부 기밀문서는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없는 무증사자는 4만명이 넘는다"며 "이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반가량에 달하는 인원"이라고 보도했다.

투자 불구 대량 감염 대처 역부족…외신 “우한 의료 마비 됐었다”

중국의 공공의료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국민총생산(GDP) 1만 달러를 갓 넘긴 국가다. 경험도 있고 투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대량 감염 상황에 대처하기는 시스템과 인프라가 턱 없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안 소장은 “이번 코로나19와 비슷하게 최근 벌어졌던 쓰촨성 지진 상황을 돌이켜봐도 중국이 대규모 환자들을 입원시킬 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국가적으로 급작스러운 천재지변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신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특히 우한지역 공공의료는 마비 상태였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중국은 한명의 의사가 보통 하루에 200명 정도의 환자를 돌봤다"며 "우한과 같은 중국의 가난한 지역에서 이 같은 의료취약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우한시에 거주하는 샤오쉬빙(51)씨는 15일 이상 고열과 호흡기 문제로 고통 받았지만 남은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26일간 병원에 입원하지 못했다.

입원 이후에도 밀려드는 환자로 인해 폐렴 바이러스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그의 아내 펑 시우씨는 "병원에서 환자는 마치 공처럼 이리저리 차이고 있다"고 증언했다. 매체는 "중국 정부는 평상시에도 과부하가 걸리는 의료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번 우한 사태로 인해 중국 의료의 허점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한이 위치한 후베이성의 8개 병원은 여전히 N95 마스크, 고글, 수술용 마스크와 수술용 가운 등 필수 의료장비가 매우 부족했다. 일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부 병원은 장비가 없어 플라스틱 서류철로 임시 고글을 만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옌중황 미국외교협회(CFR) 글로벌 보건담당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사스를 계기로 공중보건 구축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너무 급작스럽고 엄청나다. 중국 당국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공공의료 취약 문제 심각”…의료 사각지대 ‘넘쳐’
 
그렇다면 현재 중국 의료 상황은 어떤 수준일까. 도시 의료에도 문제가 있지만 특히 우한과 같은 빈곤지역의 의료 취약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5년에 발표된 중국 농촌 의료보장제도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빈곤지역 의료제도는 △자원개발과 조직화 △경제적 지원 △의료체계의 관리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체계의 관리가 허술한 탓에 낮은 수준의 의료위생이 중복 확립돼 의료 인력의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비해 빈곤 지역은 전체 의료자원의 30%만 지원 받는 등 자원배분의 불균형에 놓여있다. 실제로 1998년 중국 전체 위생비용 776억 위안에서 빈곤지역 투입액은 92.5억 위안에 그쳤다.

비효율적인 보건의료체계 관리도 문제로 지적된다. 장슈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빈곤지역의 경우, 의료기금에 대한 통일적인 계산과 지불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의료비용 청구 시 사후 청구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시스템의 비효율과 의료자원에 대한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도시도 문제가 심각하다.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중국의 빈곤층 노동자인 농민공들이 의료사각지에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중국 정부는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추진하는데 국유기업의 정식고용인원인 정규직만을 보험제도에 포함시켰다. 반면 개인경제조직 업주와 종업인원, 향진기업 직공과 도시의 사영기업 등에 종사하는 농민공의 경우는 의료보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1억5000만 명에 달하는 외래노동자들은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게 됐으며 중국 산업재해의 대부분이 농민공이 집중돼 있는 비공유 중소기업에서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의료보장제도 개혁의 실태와 특성 보고서’(탄밍샤, 2008)는 "농민공 가족은 도시의료에서 배제됐다. 사스가 발생했을 때 대도시의 농민공에게는 의료자원이 집중돼 있는 도시에 머물기보다 귀향을 선택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공공의료시스템이 다방면에서 잘 갖춰진 나라가 아니다"라며 "특히 감염 대응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사태가 터지니 확산을 막지 못한 것 같다. 선진국 수준의 의료체계가 갖춰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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