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에 '간호진료행위'를 업으로 하는 요양기관 개설 가능, 무면허 의료행위 위험성

[칼럼]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변호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2개의 간호법안(김민석, 서정숙 대표발의)과 1개의 간호조산법안(최연숙 대표발의)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간호법안은 '간호진료행위를 업'으로 하는 요양기관 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행 보건의료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간호법안은 간호사가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진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업무영역을 정하고 있다. 즉, 간호사가 아닌 사람의 간호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간호진료행위를 업'으로 하는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기관을 간호사가 개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의료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기관을 개설해야 하는데(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90조), 개설된 의료기관은 법률상 당연히 요양기관에 편입돼 요양급여를 거절할 수 없다(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문, 제5항).

또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보건범죄단속법) 제5조는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하여 ①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業)으로 한 행위, ②치과의사가 아닌 사람이 치과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행위, ③한의사가 아닌 사람이 한방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행위에 대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대법원 역시 현행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 나목의 '진료의 보조'는 '의사가 주체로 되어 진료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그 지시에 따라 옆에서 보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해 간호사의 진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도2306). 

간호법안이 입법된다면 간호사가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기관에서 '간호진료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업'을 할 수 있게 돼 보건의료법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다. 의료법은 의료면허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발생케 할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면허제도를 운영하고자 하는 목적과 취지는 무분별한 의료행위로부터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두기 위한 것이다. 

간호사는 일반 대학의 간호학과나 4년제 간호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국가고시를 통과해 면허를 받았고,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므로 의료행위는 할 수 없고 보조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2019년 2월 13일 의료법에 간호조무사 단체를 설립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간호사 업무영역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대체하는 위험한 상황이 가속화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보건의료기본법 제3조 제3호는 '보건의료인'이란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자격·면허 등을 취득하거나 보건의료서비스에 종사하는 것이 허용된 자라고 정의하고 있어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는 의료인은 아니지만, 보건의료기본법에서 정한 보건의료인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간호조무사는 비의료인이므로 의료행위가 아닌 “간호 및 진료 보조 업무”를 제한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대한의사협회 역시 간호조무사 단체에 의료인 단체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부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간호조무사 법정단체에 반대 뜻을 밝혔다.

국회는 최근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국민 건강권 침해를 막고자 2020년 12월 29일 의료법 제27조 제5항을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종사자는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에서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로 개정했다. 그렇지만 간호법안이 입법된다면 간호사가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기관에서 의사, 치과의사 및 한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간호조무사' 또는 '요양보호사'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할 수 있게 된다.

간호법안 제3조는 간호법안이 간호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하고,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의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간호업무에 관해서는 의료법을 적용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간호법안은 간호사에게만 '독자적 의료행위'를 인정해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기관'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발생 위험이 있다. 국가가 아무런 기준 없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 돼 헌법에 위반되고, 현행 보건의료법 체계와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간호법안은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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