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압박' 나선 교육부…의대 평가인증 인정기관 재지정에 조건 달아

재지정 통보 시 전례없는 조건 포함…의평원 "수용 불가 이의 제기, 의평원 독립성 중요"

교육부가 지난 5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보낸 공문. 사진=의평원 양은배 수석부원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교육부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에 대한 인정기관 재지정 시 그간 없었던 조건을 달아 압박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의평원은 2014년부터 5년마다 교육부로부터 의과대학을 평가인증하는 인정기관으로 지정받아 왔으며, 지난 5월 재지정을 받아 2029년까지 인정기관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교육부 인정기관인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의 입학생들은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다.
 
의평원 양은배 수석부원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지난 5월 초 교육부가 의평원에 보낸 공문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공문은 의평원을 인정기관으로 재지정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주요변화계획서 평가, 중간평가를 포함한 평가·인증의 기준, 방법 및 절차 등 변경 시 인정기관심의위원회에서 사전 심의’라는 재지정 조건이 달려있다.
 
2025학년도에는 대규모 의대증원으로 다수의 의대가 주요변화계획서(기존 정원 대비 10% 이상 증원 등의 변화 시 제출)를 제출하고 심사 받아야 한다.
 
갑작스런 대규모 증원으로 다수의 대학에서 불인증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가 의평원을 압박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지정 조건을 문제 삼아 언제든 의평원에 대한 인정기관 지정 취소를 가능하게 하려 한다는 것이다.
 
양은배 의평원 수석부원장, 안덕선 의평원 원장.

양 부원장은 “과거에는 없었던 조건이고,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인정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이런 지정 조건을 붙인 것에 대해 의평원 집행부가 논의를 했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정식으로 교육부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 의대증원과 관련된 평가원의 활동에 대해 계속해서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그래서 의평원 평가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양 부원장은 “독립성 중에는 재정 안정성 확보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이번 평가와 관련해 정부가 의평원에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하면 받을지 여부도 고민”이라며 “(지원을 받을 경우)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의평원 안덕선 원장은 외부 압박과 무관하게 기존의 기준에 맞춰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원장은 “압박이 많이 온다. 정부나 증원된 의대들은 조금이라도 기준이 완화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고, 반대로 의료계는 의학교육 질 저하가 우려되니 조금 더 엄격하게 평가를 해야하지 않겠냐고 한다. 압박을 양쪽에서 동시에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평가 결과의 공정성·타당성·신뢰성을 위해선 기존에 의평원이 공표했던 기준에 맞춰 질적으로 잘 평가하겠다는 의평원의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이런 의평원 입장에 힘을 실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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