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에 등돌린 의대생들, '바이털과' 고려 84%→19%

투비닥터, 의대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공개…일반의 희망 비율 늘고 해외진출 고려 학생도 대폭 증가

사진=투비닥터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의 의대증원 2000명,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 이후 바이털(생명)과를 고려하는 의대생이 10명 중 2명으로 이전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의대생단체 ‘투비닥터’는 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국 의대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은 인천성모병원 이준서 교수의 ‘정부 정책에 따른 의대생 진료과에 대한 인식 변화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의대생 859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정책 발표 전후 의대생들의 희망 전공과는 크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발표 전에는 내과 지원을 희망하는 비율이 17.6% 가장 많았고 내과, 외과를 합하면 희망자가 25.6%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책 발표 후에는 내과와 외과 희망하는 의대생 비율은 4.5%로 급감했다. 대신 일반의(GP)를 희망하는 비율이 0.8%에서 21.2% 크게 늘었다. 피부과, 안과 등 비바이털과에 대한 선호도 증가했다.
 
전공을 결정하지 못한 의대생의 비율도 정책 발표 전 16.3%에서 정책 발표 후 37.4% 늘어 의대생들의 복잡한 심경을 보여줬다.
 
의대생들은 희망 전공과가 변한 이유로는 ▲과에 대한 부정적 전망(29.3%)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한 반대(24.7%)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존중 부재(20.9%) ▲소송에 대한 걱정(11.5%) ▲근본적 원인 해결에 대한 정부 의지 부재(4%) 등을 꼽았다.
 

바이털과 전공을 진지하게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정책 발표 전 83.9%에 달했지만, 정책 발표 후에는 19.4%로 대폭 감소했다. 인턴, 전공의 수련이 필수적이냐는 질문에도 정책 발표 전에는 91.4%로 그렇다는 응답이 절대적으로 높았지만, 정책 발표 후에는 32.4%로 쪼그라들었다.
 
정책 발표 전후로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의대생도 크게 늘었다. 정책 발표 전에는 1.9%에 불과했지만, 발표 후에는 41.3%로 튀었다. 고려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67.1%), 일본(24.7%) 순이었다.
 
의대생들은 해외 진출을 고려하게 된 이유로는 ▲한국 의료 환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79%) ▲처우 개선에 대한 기대(13.1%) ▲적절한 보상(4.1%) 등을 꼽았다.
 

연구책임자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외과 이준서 교수는 “의대생들의 진로에 대한 인식은 앞으로 의료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라며 “정부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투비닥터 측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 시행으로 오히려 의대생 내부에 반작용이 발생했단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는 정책을 통해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단 의지를 보였으나, 정작 의대생들은 일반의, 해외진출 등 제3의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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