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금지인가...정부 발표에 보험업계 주가만 '떡상'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독소조항]④ 향후 비급여 지급보험금 줄어들 것이란 분석…보험사 지급 거절 횡포만 심해질 우려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자 국내 실손보험사들 주가가 요동쳤다. 사진=국내 주요 보험사 주가 그래프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1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자 뜻밖의 수혜를 본 산업이 있다. 바로 보험업계다. 

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 정책 발표 직후 국내 실손보험사들 주가가 대폭 상승했다. 가장 높게 오른 한화손해보험은 하루만에 17.43%나 오르는 진풍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9.67%, 한화생명은 10.54%, 현대해상 4.57% 등 많게는 10% 이상, 적게도 5%씩 대부분 주가가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은 보험사들의 역대급 실적 발표와 본인부담상한액 초과액은 실손보험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 등에 따른 것이지만,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내용 중 비급여 관리를 강화한다는 대목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혼합진료 금지로 보험사 손해율 감소 예상…보험업계는 경사

정부는 1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발표를 통해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와 급여 진료를 함께 진행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즉 물리치료를 하면서 비급여인 도수치료 등을 끼워팔기를 하면 건보 적용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실손보험 지출 상위 비급여 혼합진료 비율은 도수치료가 89,4%, 노안교정 백내장 수술이 100%, 체외충격파 95.6%, 비밸브재건술·하이푸·맘모톰절제술 100%, 하지정맥류 96.7% 등이다. 

사실 혼합진료 금지는 그동안 보험사들이 줄곧 주장하던 정책이다. 비급여 과잉진료가 늘어나면서 진료비가 늘어나고 실손보험 손해율이 과다해지고 있다는 게 보험사들의 주장이었다. 

보험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총 진료비 규모는 111조원으로 이중 비급여 진료비는 17조3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1.3% 늘어난 수치다. 비급여 진료비 증가는 보험사 손해율과 직결된다. 비급여 진료비가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의 60%를 차지할 만큼 많기 때문이다. 

손해율을 줄이고 싶은 보험사 입장에서 비급여 지급보험급이 늘고 있다는 점도 큰 골치거리다. 비급여 지급보험금은 2021년 7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 보험연구원 통계를 보면 지금 상태로 2032년이 되면 비급여 지급보험금은 14조7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보험사들은 구체적으로 적정한 비급여 항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시키는 등 정책을 주장해왔다. 실제로 최근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는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혼합진료 금지로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줄어들면 보험사 손해율은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에 혼합진료 금지제 도입은 현실 불가능…보험사 횡포 더 늘어난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혼합진료 금지를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긴 어렵다고 평가한다. 혼합진료 금지제도를 도입했던 일본과 우리나라 상황이 다르고 본질적으로 의료이용에 대한 환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혼합진료를 금지했던 일본도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오히려 혼합진료 금지를 풀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시대역행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협성대학교 오은환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보건행정학회지를 통해 발표한 혼합진료금지제도 관련 연구에서 혼합진료금지제가 한국 상황에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사진=의료서비스 선택과 비급여 의료비 부담: 일본 혼합진료금지제도 고찰

2021년 보건행정학회지에 실린 '의료서비스 선택과 비급여 의료비 부담: 일본 혼합진료금지제도 고찰' 연구에서 협성대 오은환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일본의 혼합진료금지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일본의 혼합진료금지제도를 한국에 도입하는 것은 당위성의 여부를 떠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 봤을 때 현실적 이유로 불가능하다"며 "일본은 전면 금지였던 것을 부분 허용, 점차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전면 허용했던 것을 부분 허용하겠다는 것이므로 부작용이 많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혼합진료 금지제는 의사 및 환자의 의료서비스 선택에 제한을 주고 신의료기술 이용에 제한을 둔다는 큰 단점이 있다"며 "비급여 의료이용을 통제하고 싶다면 새로운 논리를 찾아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부담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환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이번 혼합진료 금지로 인해 오히려 실손보험사들이 정당한 혼합진료 비용마저 보험금 지급 거절의 근거로 삼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혼합진료 금지제도를 의료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 좌훈정 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혼합진료 금지는 엉뚱한 주장이다. 원래 혼합진료 금지는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사한 급여와 비급여 항목이 있을 경우 가능하면 급여 진료를 하라는 취지"라며 "한국은 간강보험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이 각각 별도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혼합 진료를 금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좌 회장은 "일본식 혼합진료 금지의 취지도 모르면서 정부가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재산권(보험)을 침해하는 일이며 또한 의료 선택권도 제한하는 것"이라며 "보험사들이 정부에 사전 로비를 했는지 여부는 모르지만 앞으로 정부 발표를 확대 해석해 정당한 혼합진료 비용에 대해서도 보험급 지급 거절 사례가 많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혼합진료 금지를) 바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급여와 비급여 진료에서 여드름과 피지낭 등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 사례를 포함해 진료 과정에서 비급여 검사와 주사 등 처방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등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이번 대책이 비급여 통제의 목적이라면 비급여 진료를 강제지정제나 임의비급여 제도로 완전히 풀어주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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