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절차법 위반·전문가 논의 없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 ‘안인득 사건’ 실수 되풀이 말아야

[칼럼]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변호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는 정신의료기관의 환자 및 의료진 안전과 입원실 환경의 개선을 위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지난해 11월 26일 입법예고했다. 시행규칙의 내용은 감염에 취약한 정신병동의 감염예방과 관리 강화를 위한 격리병실 설치, 입원실 병상기준 강화와 정신의료기관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비상경보장치, 보안 전담인력, 진료실 비상문의 설치 등의 근거를 담고 있다.

입법예고 주요 내용은 ▲입원실 당 병상 수를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줄이고 ▲입원실 면적 기준을 현행 1인실 6.3㎡에서 10㎡로,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강화 ▲병상 간 이격거리는 1.5m 이상 두도록 하는 것이다. ▲입원실에 화장실과 손 씻기 및 환기 시설을 설치하고 ▲300병상 이상 정신병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병실을 별도로 두도록 했다. 특히 정부는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3월 5일부터 시설 및 규격기준을 적용할 방침으로 시행일 후 신규 개설 허가 신청 정신의료기관에는 모두 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19조 제1항 후단은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및 장비 기준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상위 법령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고시나 지침에 대해서는 상위법령과 결합해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갖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99두5207 판결 참조). 

행정절차법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을 행함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의견진술을 듣도록 하고 있고, 대법원은 청문절차를 결여한 행정행위를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4. 7. 8. 선고 2002두8350 판결 참조).

행정절차법 제38조의2는 행정청은 공청회와 병행해서만 전자공청회(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공청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면서 행정절차법 제38조의2 제1항을 위반해 전자공청회를 실시하면서 공청회를 병행하고 있지 않다. 

정신질환자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이다. 정신의료기관은 행위별수가제의 적용을 받는 다른 요양기관에 비해 불합리하게 차별받고 있음에도 정신질환자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의 시설 규정이 적용되면 2년내로 의원급의 입원병실은 폐업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며, 150병상의 중소규모 입원시설은 병상 수의 40%~50% 정도, 대형정신병원도 병상 수의 40%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법을 위반해 정신질환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지 등을 알고 있는 관련 단체와 충분한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정신의료기관의 감염전파가 예방되지 않는다. 사회에서 정신의료기관의 감염전파 예방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여할 의향이 있는지가 중요하고 이를 위한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충분한 논의 없이 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해 ‘안인득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기억하고, 모든 개정 논의를 충분한 의견청취를 진행한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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