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아닌 게임으로 ADHD 치료?…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치료제를 주목하는 이유

식약처, 제품화 가이드라인과 빠른 상용화 추진....과기부, 정서장애 280억·자폐성 장애 300억 등 대규모 과제 예정

아킬리 인터렉티브(Akili Interactive)사의 디지털치료제 에보(EVO). 사진=한덕현 교수, 디지털치료제 리포트.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아직 국내에 생소한 개념인 디지털치료제(DTx)를 적극 받아들여 국내 헬스케어와 의료수준에 접목해 시너지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개발 지원과 함께 정확한 규정과 처방 기준, 라이센스 보호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학 약물로 해결 어려운 한계 극복…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기술 선정
 
디지털치료제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치료 약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수단으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인 치료와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통적인 화학적 약물 치료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메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디지털치료제는 화학 약물의 보조 치료제 역할을 하면서 환자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AI 기반 디지털 맞춤형 치료법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중독치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장점을 인정받아 디지털치료제는 지난해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30대 유망기술로 선정된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은 게임 등을 활용한 디지털치료제에 관한 기준을 마련, 관련 시장을 주도하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2018년 2조 6063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후 연평균 19.9%씩 성장해 2026년엔 11조 85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아킬리 인터렉티브(Akili Interactive)사의 디지털치료제 에보(EVO)는 4주 동안 일주일에 3시간씩 이 게임을 통해 훈련한 60세 이상 85세 이하 고령 참가자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크게 상승시켰다. 또한 실험이 끝난 이후 훈련을 받지 않은 상태로 6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개선된 인지 능력은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중앙대병원 한덕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디지털치료제 연구조사 결과 발표회 및 토론회에서 "감각통합기능장애(SPD)와 ADHD를 동시에 가진 소아 환자에게 4주 동안 일주일에 5일 30분씩 에보를 플레이하게 한 결과, 환아의 주의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며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아무런 부작용 없이 환아들이 주의력과 작업 기억력, 억제 능력이 향상된 것이 관찰됐다"고 소개했다.
 
디지털치료제 연구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가 23일 오전10시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2층에서 진행됐다.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생중계 캡쳐

임상승인까지 최소 5년…개발지원과 정확한 규정‧처방 기준 확립 중요
 
그러나 문제는 디지털치료제 비용과 수가 적용 등 현실적인 부분이다. 또한 개발 과정이 길고 임상 승인까지 절차가 까다롭다는 문제도 산적해 있다.
 
한 교수는 "제공자들이 전달한 서비스 양에 따라 지불 받는 전통적인 가격 책정과 지불인 배상 모델들은 디지털치료제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치료제 산업은 가격 책정과 배상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비용 지불에 대한 기준이 잘못 조정돼 있어 의료 제공자, 지불인, 제약회사들이 전통적인 가치사슬 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도입 확대를 위한 정확한 규정과 처방 기준이 확립돼야 한다. 또한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대한 라이센스 보호와 투자 확대 방안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대병원 한덕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생중계 캡쳐

치료제 보급 확산을 위해 민영 건강보험보장 범위에 디지털치료제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험연구원 김규동 생명연금연구실 연구실장은 "환자들로부터 충분한 치료 효과가 입증된다면 국민건강보험의 급여에 포함되기 전이라도 민영 건강보험의 보장에 포함시킴으로써 보급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은 "민영 건강보험보장 범위에 포함되기 위해선 도덕적 해이가 통제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하기 위한 조건과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가 명확해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임상이나 최종 승인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최대 5~10년 정도로 매우 길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장기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박혁태 산업정책팀장도 "게임업계가 뜻이 맞는 의료계 전문가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네트워킹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며 "또한 정부는 게임업계와 의료계가 공동으로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협업의 장, 컨설팅 등을 적극 지원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내년부터 대규모 R&D 예정…부처 간 협업 통해 신속한 상용화 추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도 이 같은 조언을 참고해 신속한 디지털치료제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강영규 첨단의료기기과 팀장은 "지난해 디지털 치료기기로 명명해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업체들이 신속하게 제품화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든 것이다"라며 "도입을 위한 허가심사의 주요 관점은 단순한 효과 입증도 중요하지만 작용 기전이 임상적으로 근거가 있는지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범부처 협력을 통해 내년부터 큰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선제적으로 제품화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고 효과적으로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아람 생명기술과 사무관도 "비대면 정서장애 예방과 관리 플랫폼 구축을 위한 디지털치료제 연구개발 과제가 올해 7월부터 2024년을 목표로 280억원 규모로 착수 예정에 있다"고 말했다.
 
조 사무관은 "자폐성 장애를 위한 혼합형 디지털치료제 기술개발도 내년부터 2024년까지 300억원을 투자해 추진 예정에 있다.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협업을 통해 신속한 디지털치료제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과 제도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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