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평가 통과한 전신 엑스레이, 급여화되니 하루아침에 수가 30만원→1만6000원

척추외과학회 등 관련 학회 "유지비도 나오지 않아 검사장비 철거 위기"...의료기기업계 "신의료기술 사장시키는 급여화 반대"

전신 엑스레이 촬영 영상. 적은 선량으로 척추 측만증이나 고관절, 하지 변형 진단 등의 이상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EOS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비급여 수가로 30만원 정도를 받던 영상진단검사가 어느 날 갑자기 급여화 고시가 떴는데, 수가가 1만6000원에 불과하다면 의료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검사장비 유지비가 한달에 800만원에 달하고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20~30분이라 하루에 검사건수가 제한적이라면 아무리 검사가 환자들에게 꼭 필요하더라도 시행할 수 있을까.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고시 개정을 통해 ‘행위 제3장 영상진단 및 방사선 치료료 다-200 전신 정측면 동시 촬영술’란을 신설, 5월 1일부터 전신엑스레이가 기존의 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본인부담금 80%의 선별급여로 등재된다. 

전신 엑스레이는 기존 영상장치와 달리 환자 자신의 체중이 실린 상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촬영하는 장비다. 근골격의 정확한 분석 및 진단이 가능해 척추 측만증이나 고관절, 하지 변형 진단 등 환자들의 이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수 기술을 적용해 CT는 물론 기존 엑스레이 대비해서도 10분의 1에 불과한 방사선량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전신 엑스레이가 급여화로 전환되면서 책정된 수가다. 전신 엑스레이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 비급여 수가로 그동안 일선 병원들이 비급여로 30만원 정도를 받아왔지만, 급여로 전환되면서 수가가 1만6000원으로 책정됐다. 

그러자 기존에 장비를 도입한 15개 병원에서 일제히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들은 “급여화에 따른 책정 수가로는 유지비조차 나오지 않는다. 10억원의 비용을 주고 환자들을 위해 구매한 장비를 하루 아침에 못쓰게 되는 일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자료=보건복지부의 급여화 고시 

①일반 엑스레이와 다르고 ②촬영·판독 시간 소요 ③해당 전문가 자문 빠져

대한척추외과학회와 대한척추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등은 고시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이번 급여화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학회들은 첫째, 전신 정측면 동시 촬영술은  바이플레인(biplane, EOS) 기술을 이용해 저선량으로 전신을 동시에 촬영한다는 핵심 기술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기존 엑스레이와 분명히 다르지만 기존 엑스레이 수준으로 인정해 상대가치점수 산정에 오류가 발생했으며, 촬영장비 및 방법에 대한 정의가 기술돼 있지 않아 행위정의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학회들은 “전신 엑스레이는 저선량으로 체중부하 상태의 정측면을 동시에 촬영함으로써 전신 근골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3D 입체영상 구현이 가능한 검사다. 단순영상보다는 CT에 더 가까운 기술”이라며 “제3장 제1절 방사선단순영상진단료가 아닌 제2절 방사선특수영상진단료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회들은 둘째, 20~30분 소요되는 촬영과 판독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전신을 동시에 촬영 이후 제공되는 측정치는 특정 워크스테이션 장비에서 세부적으로 기준점을 정하고 검증된 연결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의사 1인이 별도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수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학회들은 “전신 정측면 동시 촬영술은 별도의 삼차원좌표계를 설정해야 정확한 수치가 얻어진다. 이는 일반적인 방사선 촬영에서 영상획득 후 PACS 뷰어 등으로 측정이 불가하다”라며 “이 과정은 숙련된 의사가 작업하더라도 정렬 작업에 10분, 회전변형기준점 설정 및 삼차원모델 적용 작업에 15-20분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밝혔다. 

학회들은 셋째, 전문가 자문 및 관련 학회의 의견 수렴과정이 빠진 상황에서 임상적 근거 확충을 통한 수가 산정의 재평가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해본 전문가가 급여화 과정에서 참여하지 않아 전신 엑스레이의 이점이 수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회들은 “전신 엑스레이는 저선량 방사선 노출과 전신 촬영에 대한 이점이 있으나, 기존 행위에 비해 임상적 유용성이 제한적으로 평가됐다”라며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했지만 급여화 과정에서 신의료기술 평가의 취지는 담기지 않았고 기존 엑스레이와 똑같은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장될 위기...수가 재산정하거나 비급여 인정해야 

실제 사용자인 의대 교수와 병원장들을 중심으로 더 이상 전신 엑스레이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A대학병원 교수는 이번 급여화에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A교수는 "신의료기술은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는 기술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일부 제한적인 전문가의 의견만 듣고 급여화를 진행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A교수는 "전신 정측면 동시 촬영술은 무엇보다 전신 하루에 할 수 있는 검사수가 제한된다. 일반엑스레이는 계속 찍으면 되는데 전신엑스레이는 기계를 식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촬영에 일정 시간이 소요돼 8시간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하루에 30~40개밖에 찍기가 힘들다. 수가가 터무니없이 낮다면 당장 10억원에 이르는 장비를 사용하기가 어렵다”라고 했다. 

A교수는 “신의료기술이 통과된 다음 실제로 기술을 접해본 의사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급여화 과정에서 병원별 전신 엑스레이의 처방건수, 검사건수조차 파악하지 않아 제대로 된 자료로 급여화를 추진했는지 의문이 든다”라며 수가의 재산정을 건의했다. 

B대학병원 교수는 “장비를 도입해 환자들의 진료에 잘 사용하고 있다가 급여화 발표 이후 한순간에 터무니 없는 낮은 수가로 장비를 유지하는 것조차도 힘든 상황이다. 장비 철거에 대한 고려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도 급여화의 적응증은 척추측만증, 인공관절 치환술, 대퇴부 전경, 경골 비틀림 환자로 지정돼 있다. 환자에게 몇 년간 몇 차례까지 적용되는지, 수술 전후 급여를 적용할지 등을 상세히 확인할 수 없다"라며 "척추 후만증, 성인의 퇴행성 척추변형, 척추 수술 전 후의 척추정렬의 변화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적응증도 빠졌다"고 했다. 

그는 “전신 엑스레이는 일반 엑스레이 촬영에서는 측정할 수 없는 척추체의 회전변형 정도, 골반, 대퇴골, 경골 등의 회전변형 정도를 3차원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고 노출되는 선량도 줄여준다"라며 "필요한 환자들에 한해 별도의 비급여를 인정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료현장과 의료기기산업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급여화 강력 반대   

전신 엑스레이는 현재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기술의 이점을 인정받아 연세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사업단 국산화 과제로도 선정, 현재 2단계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 만약 수가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으면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실제로 기술이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업계는 급여화에 따라 해당 신의료기술을 장려하기는 커녕 해당 기술을 의료현장과 의료기기산업에서 사장시키는 부작용으로 이번 급여화에 강력히 반대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관련 입장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의료기기업계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비합리적인 수가 산정 및 그 시행으로 발생하는 의료현장의 혼란과 신의료기술의 소멸을 우려한다”라며 “수가 개정의 근거와 기술 평가에 대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련 학회들의 기술소견 및 의료산업계의 의견을 경청해 고시개정의 취소 혹은 재검토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의료기기업계는 “비급여의 급여화 개정은 의료공공성과 의료산업 육성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라며 “기술의 도입과 운영을 위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산정으로 신의료기술이 의료현장에서 사장되는 불행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급여화가 보편의료의 가치를 고양하고 선진의료기술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누리지 못하게 하는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의료기기를 유통하는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이번 급여화는 해당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임상적 가치를 기반으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며 "단순히 수가의 많음이나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평가가 적합한 전문가를 통해 진행되지 않은 절차적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학회들과 관련 업체의 의견서를 받았으며 별도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진 않은 상태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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