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꽉 차니 외상환자 적당히 받으라는 아주대병원, 이러려면 외상센터 반납해야"

'포스트 이국종' 아주대병원 정경원 교수 인터뷰 "유희석 원장과 이국종 교수 간 갈등이 본질 아냐"

"2016년부터 입원실 비어도 안내줘...상급종합병원 평가도, 적자도 아닌 외상환자 받을 의지 없는 것"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정경원 교수(외상외과장)는 "아주대병원이 외상센터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권역외상센터 100병상에 입원환자가 꽉 찬 상태에서 긴급 수술이 필요한 외상환자가 오면 아주대병원 본관 입원병실 1~2개라도 내달라고 부탁합니다. 많은 환자를 받아달라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아주대병원은 본관 입원병실이 비어있더라도 내주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그러면서 외상센터 입원환자는 받아주지 않고 다른 진료과로 입원한 환자는 받아줍니다.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아주대병원 소속이 아니라 다른 병원 소속인가요? 당초 아주대병원이 권역외상센터 설립에 동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환자 진료 거부를 하지 못하는 현행 의료법 위반 아닌가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장 정경원 교수)  

아주대병원 경영진이 2016년부터 최근까지 권역외상센터 환자에 한해 본관 입원병실을 내주지 않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외상외과 11명, 정형외과 4명, 신경외과 1명 등) 16명이 병원 본관 입원실로 입원장을 내면 받아들여지지 않고 다른 진료과에서 입원장을 내면 입원이 허용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이에 외상센터가 외상환자를 받지 못하는 '바이패스'가 2017년 11건, 2018년 53건, 지난해 63건 등으로 점차 늘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정경원 교수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상센터 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것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외상센터가 2016년 3월 설립되고 환자가 넘쳐난 이후 5년에 걸쳐 반복해서 일어난 고질적인 문제였다”라며 “병원 측은 외상센터 병상 안에서만 외상환자 입원을 운영하도록 했다. 사실상 외상환자를 받지 말라고 한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 사건을 두고 이국종 교수와 유희석 의료원장과의 갈등으로 몰아가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라며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때문이라거나, 적자와도 관계 없다"라며 "아주대병원은 외상센터 환자만 유독 본관 입원실에 입원하지 못하게 해왔다. 아주대병원이 외상환자를 받을 의지가 돼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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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경영진, 2016년부터 지속된 본관 입원실 배정 거부   
 
▲2016년 아주대병원 원무팀에 붙어있던 공지사항
“외상센터 환자는 본관 배정이 원칙적으로 불가, 외상병동으로만 배정 가능, 배정가능 병상 없을시 외상중환자실 배정 유도, 외상중환자실 병상 없을 시 입원대기” (2016년 아주대병원 원무팀에 붙어있던 공지사항)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016년 3월 공식적으로 개소한 직후부터 전국의 외상환자가 몰려 들어 몸살을 앓았다. 100병상을 다 채우고도 병실이 모자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권역외상센터 병실이 꽉 찬 상태에서 추가로 환자를 받는 일이 어려웠다. 아주대병원 원무팀에는 외상센터 환자를 본관에 배정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외상환자 입원실 배정 요청 공문 

권역외상센터는 2016년 5월 26일 병원 경영진에 공문을 보내 “중증 외상환자 특성상 일단 환자를 퇴원시켜서 외래 통원을 시키다가 다시 입원시켜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럴 때 원무팀이 외상센터 소속 의료진이 주치의로 돼있는 환자의 경우 본원 병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병원 방침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진위여부 및 기관의 공식적인 입장을 알고자 한다”고 밝혔다.
 
권역외상센터는 “응급실에 내원한 외상환자임에도 본원에 환자의 병실을 배정해주지 않아 장시간 지체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현재 외상센터가 설립되면서 기존 병원의 100병상에 해당하는 환자 부담을 가지고 나와있다. 조금이라도 병실 운영에 있어 이런 점을 고려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병원 경영진은 “외상환자는 외상센터 내 수요에 따라 입퇴원을 조정하는 별도의 TFT를 운영해서 본관과 같이 정해진 병상 내에서 운영해야 한다”라며 “본관 역시 모든 진료과에서 병실이 부족하다며 할당된 병실을 더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상환자만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했다. 

병원 경영진은 “다른 진료과에서 일부를 외상센터 병실로 할애한다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외상병동을 외상센터 내에서 원활히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다. 외상센터는 정해진 병상 내에서 운영해달라”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경원 교수는 “신생아실 등 일부 사용할 수 없는 병실이 포함돼있지만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를 통해 100~150병상이 빈 병상으로 확인됐다”라며 “많은 병실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단 1~2병상을 요구한 것인데 다른 진료과와의 형평성을 운운하며 외상환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VIP병실 사용을 원하는 환자에게도 병실이 배정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외상센터 사업계획서, 109억원 금액 투자에 비용 조달 약속도 

병원 경영진은 2013년 신청했던 권역외상센터 사업계획서에 이미 비용 지원 등을 약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평가 항목에 외상센터 사업 추진에 대한 의료기관의 의지가 들어 있었다. 

2013년 외상센터 사업계획서에 나온 의료기관장 추진결의서에 따르면, 유희석 전 아주대병원장(현 아주대의료원장)은 “아주대병원장으로서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과 협조를 다하겠다”라며 “국고지원금 외에 사업비에 대해 사업계획서에 제시한 약 109억원을 투자하겠다. 예측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한 경우 이의 조달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국고지원금과 자체 분담금은 반드시 본 사업을 위한 비용으로만 사용되도록 하겠다”라는 서류에 사인했다. 
 
아주대병원장의 외상센터 추진결의서

유 원장은 또한 “본 사업을 위해 국가 지원외 사업수행에 필요한 추가 설치비용 및 중환자실 간호인력(간호 2등급 이상) 등 운영비용을 자체 부담하겠다. 국비 지원 외상외과 세부전문의(정부 지원 수련지원 프로그램 수료자 포함) 등 전담전문의를 임상교수 이상의 교원으로 임용하겠다”고 했다. 

유 원장은 “본 사업의 진척사항을 수시로 점검하고 관련 부서의 입장을 조율하겠으며, 사업 실무자의 정당한 의견을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겠다. 만약 교부 결정 취소사유가 발생하면 법률에 따라 교부 결정이 최소되고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경원 교수는 “외상센터를 정식으로 개소하기 전에는 외상 입원환자들이 본관 병동을 썼다. 외상센터 설립 이후에는 100병상이 본관 병동에서 별도로 나가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제기를 할 때 입원실을 일부 내주다가 다시 반복해서 입원 불가를 통보해왔다”라고 토로했다. 

정 교수는 “외상환자를 받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아예 외상센터 지정을 신청하지 말았어야 한다. 아주대병원이 앞으로 외상센터를 끌고갈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재차 반문했다. 

정 교수는 “외상센터 의료진이 입원장을 내면 병실이 있어도 입원을 반대한다. 병원에 계속 이야기했는데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하거나, 병원 운영에 적자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관련해서 정확한 자료를 달라고 했지만 이를 받지 못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정 교수는 “외상센터 의료진은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 고생은 실컷 하고 헬기까지 타면서 환자를 살려보겠다고 하는데, 병원 평가와 처우가 이렇게밖에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일하라는 것인가"라며 "반면 외상센터 의료진이 다른 외상센터에 가면 월급을 두세 배 받으면서 환자가 적게 일할 수도 있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책임 안지려,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외상환자일 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손해를 보는 것은 외상 환자들이다. 병실이 없어서 환자를 입원시키지 못시키거나 돌려보내는 일이 늘어났다. 간신히 정형외과 앞으로 입원한 다음에 수술하거나, 응급실에 입원시킨 다음에 수술하면서 일부 해결할 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긴급한 외상환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진 못하고 있다.  

정 교수는 “외상센터에 환자가 오면 받지 못할 때가 있다. 이른바 바이패스다. 가급적 환자를 돌려보내지 않으려 하는데, 입원을 못시키다 보니 발만 동동 구른다. 일단 억지로 받은 환자는 수술을 마치더라도 입원이 안되니까 소생실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일이 많다”라며 “그러다가 무리하게 환자를 퇴원시켜야 한다. 병원이 입원실 배정에 협조하지 않아 환자를 받지 못하고 바이패스를 선언하는 것은 진료거부를 못하도록 한 의료법에도 반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정 교수는 “단순히 유희석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사과하고 물러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임 문제는 병원이나 재단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원장이 사임하더라도 결국 외상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다른 진료과가 입원을 의뢰하면 비어있는 병실을 채울 수 있게 돼있다. 하지만 외상센터만 항상 입원실 사용이 거절된다. 많은 병실도 아니고 하루에 1~2병상에 불과한데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외상센터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자 지난해 11월 11일 병원 경영진이 구두로 원무팀에 소아외과 병동, 응급병동(평일, 주말 및 공휴일), 외상소속 정형외과 전담전문의가 입원 처방한 환자에 한할 때 등에서만 일반병실 입원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원무팀은 이를 공문 형태로 만들어 외상센터에 통보했다. 

정 교수는 “이번 공문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더라도 입원실 배정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정형외과, 소아과, 응급실 등을 통해 입원한다고 하더라도 외상환자를 받지 못하는 것은 똑같다”라며 “공문 작성 이후에 소아 외상환자 입원장을 내도 본관 입원실을 내주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외상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권역외상센터 허요 교수는 “외상환자 중에서 경증이어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가 있다. 이 환자들을 무리하게 퇴원시키기 보다는 입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외상센터에서 환자 경과관찰이 막혀있다"라며 “외상센터는 환자 안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병원 경영진은 이런 상황을 알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또는 적자 탓 아냐 

외상센터 의료진은 외상환자를 많이 받으면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 불이익을 받거나, 적자가 나는 상황에 동의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정 교수는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환자들이 중증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전국에서 중증 환자를 가장 많이 본다. 지난해 손상중증도점수(ISS) 15점 이상의 중증 환자가 1000명이 넘었다.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외상환자를 제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라며 “병원이 외상 환자를 받지 않는 상황이 늘어나면 지난해 외상센터 평가점수 최고점을 받았지만 올해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외상센터 의료진은 아주대병원 소속이 아닌 듯하다. 전국 각지에서 외상센터로 칭찬받을 때는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라고 하지만, 본관 입원 문제가 지적될 때는 본원과 외상센터로 구분한다. 꼭 필요한 외상환자가 수술받지 못하거나 바로 입원해서 처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외상센터가 지난해 받은 정부 보조금만 해도 63억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인건비 계산만 해도 약30억원에 이른다.   

정 교수는 “외상센터가 정말 적자인지 병원에 원가분석을 해달라고 했지만 받지 못했다. 외상센터 지원금을 합치면 2016년부터 병원이 정부로부터 몇백억원을 지원받았을 것이다. 만에 하나 적자가 나더라도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 20명과 전담 간호사 30명 등의 인건비 30억원을 지원해주고 외상 수가도 많이 올랐다. 적자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자 문제도)병원이 처음에 외상센터를 신청할 때 감수했어야 하는 일이다. 누구도 외상환자를 위한 진심은 없다. 누구도 책임있게 외상환자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라며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의 예방가능한 사망률(제대로 처치, 수술했을때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병원 내에서의 예방가능한 사망률은 3~4%이고 병원 전단계까지 합치면 8~9%다. 그만큼 환자를 살리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서울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도 외상센터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 소위 빅5병원 모두 마찬가지다”라며 “외상환자들이 입원하면 수액을 달고 전산화단층촬영(CT)를 찍으러 간다.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의 의료진을 부르고 그들의 의견을 받다가 응급 수술이 지체된다. 이 과정에서 외상환자가 많이 죽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보건복지부도 외상센터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본인들에게 책임이 돌아간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정부 예산 몇십억원, 몇백억원이 걸려있고 그동안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라며 “병원도 그렇고 복지부 역시 환자를 위한 의지의 문제다. 복지부도 외상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외상환자는 병원 전체 입원환자에서 따져보면 굉장히 미미하다. 아마 0%대에 불과할 것이다”라며 “환자들은 외상센터 의료진에게 생명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정작 병원에선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외상센터 운영 문제를 마치 외상센터 잘못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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