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고혈압 치료시 1차부터 병용요법으로 혈압을 대폭 조절한 후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이며, 병용요법시 여러 성분의 약제들을 따로 쓰는 것보다 하나로 합쳐진 복합제를 처방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가톨릭의대 김지희 교수는 최근 대한고혈압학회 학술대회 '고혈압 치료 최근 이슈' 세션에서 '고혈압 치료에 대한 초기 병용요법의 이점'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원발성 고혈압 환자 70%는 최소 두 개의 약물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한 가지 약으로 시작하더라도 한 달 사이 적절한 혈압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약제가 필요하다"면서 "JNC7 보고서에서도 BP 목표값 보다 20/10mmHg 이상이면 두 가지 약제를 사용해 치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합제 형태 관리가 더 나은 혈압강하 효과 보여
특히 두 가지 약제를 따로 조합해 사용하는 것보다 복합제 형태로 관리하는 것이 더 나은 혈압강하 효과를 보인다고 부연했다. 실제 10만6621명의 고혈압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기 복합제 투여 환자(N=9194)는 두 개 성분 약제 조합 환자(N=18328)나 단일요법 환자(N=79099)보다 빠른 고혈압 조절은 물론, 더 높은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 조절률이 60%를 넘기는 것이 매우 어려운데, 두 개 성분을 합친 복합제를 이용하면 치료 시작 1년 정도 안에 이를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제나 두 개 성분 약을 따로 사용하는 경우와 많게는 17%p가 차이났는데, 이는 2~3단계로 고혈압 등급이 높아질수록 더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한 가지 성분 약제나 같은 약제(성분)를 두 배 추가(더블링)하는 것 보다, 다른 매커니즘의 약제를 병용하는 게 효능이 좋고 부작용도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 교수는 "고혈압을 처음 치료하는 환자라도 복합제 사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일단 치료 시작 후 혈압이 많이 떨어뜨린 후 유지시키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라며 "일단 복합제로 시작한 후 단일약제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단일약제부터 사용하다가 조절이 안 돼서 병용으로 가게 되면 치료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60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복합제 사용 후 3년 정도 지나면서 약제를 줄여갈 수 있었고, 중국에서 3만명 가량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병용으로 빠르게 고혈압을 조절했을 때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낮춰준다는 결과를 얻었다. 즉 시간이 지나서 혈압이 비슷해지더라도 일단 초기 치료부터 빠르게 낮추는 게 환자 예후에 더욱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효능 뿐만 아니라 안전성과 비용 측면에서도 복합제 사용이 더 좋다고 부연했다. 초기 단일요법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이나 사망, 입원 등을 현저하게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있으며, 더욱이 오메사르탄과 암로디핀을 따로 복용하는 것보다 이들 성분이 하나로 된 복합제를 복용시 아웃컴이 6~20% 향상하고 비용을 33%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안전성과 비용, 효과 측면에서 볼 때 모두 복합제 사용이 더 긍정적이다. 약물 순응도도 높여주기 때문에 치료 중단율도 낮출 수 있다"면서 "다만 최근 많은 제약사들이 복합제를 내놓고 있는데, 처음부터 고용량을 사용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도즈가 낮아도 효과는 비슷하나 부작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만큼 저용량 복합제 사용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2022년 개정된 고혈압 진료지침(가이드라인)에는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이거나 목표 혈압 보다 20/10mmHg 이상 높은 경우 강압 효과를 극대화하고 혈압을 빠르게 조절하기 위해 처음부터 고혈압약을 병용투여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고정 용량 복합제는 강압 효과를 상승시키고 부작용을 죽이며, 환자의 약 순응도를 증가시켜 심뇌혈관 질환과 무증상 장기손상 등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쓰는 ARB '임부금기'…노인에서 베타차단제 사용 주의·협심증 환자는 권장
한편 이날 학회에서 경희의대 손일석 교수는 '약제의 시작과 초기 단일 또는 병용 약물요법 원칙'을 주제로 병용요법 처방시 주의해야 할 사항과 금기사항 등을 소개했다.
손 교수는 "고혈압 치료에 있어서 약 순응도가 매우 중요하다. 순응도가 낮으면 심뇌혈관질환 예후가 매우 안 좋고 뇌출혈의 경우 2배정도 높아진다"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모두 병용을 추천하고, 국내 가이드라인도 하루 하나로 관리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적극적 치료와 고위험환자 관리를 위해서 병용요법이 권장되며, 특히 2기(2단계) 고혈압환자라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고려해 반드시 병용 약물 복용과 함께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 요법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1기 고혈압환자는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시 되지만, 다른 만성질환이 있거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2기부터는 백의고혈압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서 올바른 혈압 측정을 기반으로 제대로 진단한 후 병용요법과 생활습관개선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했다.
고혈압 치료 전 제대로된 진단이 중요하며, 약제 병용 처방시 무엇보다도 금기, 주의 사항을 반드시 염두에 둘 것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고혈압 약 중 가장 많이 처방하는 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ARB), ACE억제제(ACEi) 등 A계열은 심부전이나 당뇨병, 신장병증, 만성콩팥병이 있는 환자에서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반면 양측성 콩팥동맥협착증이나 고칼륨혈증에서는 주의가 필요한데, 2주~1달 사이 베이스라인 대비 크레아티닌 상승이 30% 이내면 중단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A계열은 태아에 해로운만큼 임산부에서는 금기 약물이며, 혈관부종 환자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A계열 처방시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베타 차단제(β-blocker)는 혈당 이상 증가나 말초혈관질환 등에서 주의가 필요하며 천식과 심한 서맥 등에서는 금기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베타차단제는 1차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동반시에는 필요한 약물이다. 기관지 수축으로 천식 환자에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저혈당 감지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노인, 당뇨병환자 등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칼슘통로 차단제(CCB)는 최근 진료지침이 변경되면서, 안정형 협심증 등에 사용이 가능하고, 수축기 단독 고혈압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강력한 수축 가능성으로 노인에서는 사용이 제한되며, 서맥 환자에서는 금기다. 손 교수는 "두통이나 안면홍조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갱년기 여성 사용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뇨제(DU)는 심부전이나 수축기 단독고혈압에서 많이 활용되지만, 저칼륨혈증환자와 통풍환자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포도당 등에 관여하기 때문에 혈당 이상 증가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손 교수는 "이뇨제 부작용을 고려해 티아지드(Thiazide)계열의 저용량 제품을 처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뇨제를 처방한 후 저칼륨 등 환자의 부작용여부를 반드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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