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3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선대위가 2021년의 마지막 날 발표했던 보건의료 공약인 '공공의료 확충' 정책 공약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공공의료 확충' 정책의 핵심 공약들은 이미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임이 드러난 현 정부의 제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한 무성의한 공약이었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공약인 공공병원 확충 정책은 명백한 포퓰리즘 공약이자 실현될 경우 의료 시스템 붕괴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했다.
병의협은 “두 번째 공약인 필수 의료 인력 확보 정책은 실효성 없는 위헌적 공약이다. 2020년 의료계와 정부 및 여당이 맺었던 9.4 의정합의를 파기하고 2000년 의약분업 당시의 의정합의까지 파기하는 무책임한 공약”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 번째 공약인 '전 국민 주치의제'는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고, 지불제도 개편에 악용될 수 있음에도 제도의 장단점과 위험성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료계가 가장 경악했던 부분은 바로 이재명 후보의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이 후보는 국가와 공공에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고 정치인이 생각해서 일을 추진하면 면허를 가진 전문가들은 이를 따라야 하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강압적으로 추진해도 된다는 뜻을 내비쳤다”라며 “이는 공공과 국가를 위해서라는 명분만 있으면 개인의 자유나 전문가들의 전문성은 무시돼도 문제없다는 말이다. 전문가 집단을 포함한 국민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면 안 된다는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했다.
병의협은 “면허 제도는 국민 안전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제도일 뿐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절대로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이를 혜택이라고 말하는 것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자신의 무지함만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반대할 경우 의사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기 위한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①병의협은 '공공의료 확충' 정책의 핵심 공약들은 이미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임이 드러난 현 정부의 제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한 무성의한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공공병원 확충 정책과 필수 의료 인력 확보 정책이 후보가 발표한 가장 첫 번째와 두 번째 공약인 것을 보면 이 정책들을 공약 내용 중에 가장 핵심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런데 이 공약들은 이미 지난 2021년 6월 정부가 발표했던 제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에 다 포함돼있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 자체가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임이 다 드러났다는 것이다”라며 “현 정부에서 발표하고 문제점을 지적당한 정책들을 그대로 답습한 수준의 공약을 내놓으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할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②병의협은 공공병원 확충 정책은 명백한 포퓰리즘 공약이자 실현될 경우 의료 시스템 붕괴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이어 “지역별로 중증질환 진료를 위해 국립대 병원을 신증축하거나 민간병원을 추가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은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켜 지방 중소병원 병상을 줄이고, 지역에도 대형병원들만 살아남게 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주장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선대위에 들어가면서 공약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윤 교수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고, 해당 주장들의 문제점은 이미 의료계에서 수차례 지적당해서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의협은 이 공약대로 정책이 추진되면 현재도 지방의료원들의 심각한 적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엄청난 부채에 허덕이게 되며, 무분별한 지방 공공병원 확충으로 인한 의료시장 교란으로 인해 상당수의 민간 의료기관들은 폐업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는 곧 기존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뿐이라는 것이다.
③병의협은 필수 의료 인력 확보 정책은 실효성 없는 위헌적 공약이라고 분명히 했다.
병의협은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OECD 국가 중에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빠르면 2025년 이후부터 OECD 평균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력 부족 문제를 단순히 정원 증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은 간호대 정원 증원 정책의 실패를 통해 여실히 증명됐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특히 “이미 수많은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등의 필수 의료 분야 의사들이 전공과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정책은 당연히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병의협은 “지역의사제와 지역간호사제는 개인의 직업 선택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 정책이다. 의무 복무 기간만 채우고 나서 대부분의 인력들이 수도권 및 대도시로 이동할 것이 뻔히 예상되어 장기적으로는 지방 의료 인력 부족과 대도시 의료 인력 과밀화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병의협은 “공공임상교수 제도는 국립대병원에서 임용만 하고, 실제로는 지방의료원에서 파견 근무만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지방의료원 봉직의사 양성 제도일 뿐이다”라며 “지방의료원 근무 의사들에 대한 연봉 및 처우 개선 등 합리적인 방법을 통한 인력 수급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이름만 교수인 지방의료원 봉직의사들을 손쉽게 모집하려는 공공임상교수 제도는 꼼수에 지나지 않으며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필수 의료 분야의 일자리를 늘리고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면서 수가를 OECD 평균 이상으로 현실화시키면, 필수 의료 분야는 자연스럽게 인력이 부족하지 않게 된다. 지방의 사회 및 교육 인프라를 개선시키는 것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의료 인력들을 대상으로 지방 근무에 대한 강한 유인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④병의협은 무엇보다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공공의전원) 설립과 지방 의대 신설 정책은 2020년 의료계와 정부 및 여당이 맺었던 9.4 의정합의를 파기하며, 2000년 의약분업 당시의 의정합의까지 파기하는 무책임한 공약이라는 것에도 주목했다.
병의협은 “지난 2020년 의료계는 파업까지 불사하는 단체행동을 단행했다”라며 “당시 의대생과 전공의를 중심으로 투쟁의 불길이 거세지는 상황에 놀란 정부 및 여당은 의협과 2020년 9월 4일에 의정합의를 체결했다”고 했다. 당시 파업을 촉발한 4대악 의료정책 중에서 의사들이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두 정책이 바로 공공의전원 설립과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었다.
병의협은 “9.4 의정합의에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에 의정협의체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는 것으로 명시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안정화가 되기 전에는 해당 논의조차 할 수 없도록 해놨다"라며 "역대 최악의 코로나19 팬데믹 시점에 협상의 주체 중에 하나였던 여당의 대선 후보가 의료계와 맺었던 의정합의 파기를 공식화하는 발표를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나 의대 정원 감축 및 동결 문제는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정부와 의료계의 의정합의에도 명시돼 있다. 의대 신설은 2000년 의약분업 의정합의 파기도 공식화하는 공약”이라고 덧붙였다.
⑤병의협은 '전 국민 주치의제'에 대해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고, 지불 제도 개편에 악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주치의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제도이며,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특성과 현 의료 시스템상 주치의제는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이 후보가 주치의제를 추진하고자 하는 명분으로 든 것은 평소 나의 건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의사가 있으면 예방과 진료에 드는 시간 및 비용도 절감되고 진단도 신속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이 후보가 현재 대한민국 의료 상황과 보건의료 정책들의 세부 내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이미 주치의제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이나 네덜란드, 독일 등의 국가에서 주치의는 환자들의 1차 진료를 담당하면서도 게이트키퍼(Gate keeper)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주치의는 1차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상급 병원으로의 환자 의뢰 여부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병의협은 “주치의제 국가에서는 환자가 주치의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곧바로 상급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돼있다. 따라서 주치의제를 시행하려면 이러한 의료 선택권 제한에 대한 국민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병의협은 이어 “국민들 중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 대부분은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근처 중소병원에 나름의 주치의를 정해놓고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교적 손쉽게 상급 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지금의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고, 이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병의협은 주치의제가 지불제도 개편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치의제를 운영하는 국가들이 주치의 진료 부분에 대해서 지불 제도로써 인두제나 총액계약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두제는 인당 급여비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지불 제도로 당연히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과소진료를 할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의료의 질 저하가 심각하게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총액계약제 역시 1년 치 급여비 총액이 정해져 있는 지불 제도이므로, 의료 기관 입장에서는 총액을 넘어가는 의료 행위를 하게 되면 급여비를 지불 받지 못하게 되므로 역시 과소 진료가 유발되고, 매년 총액이 줄어들면서 정부가 총액의 하향화를 유도할 수 있다.
병의협은 “의료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과소 진료로 인해 의료의 질 저하가 유발되는 이러한 지불제도 개편은 의사나 국민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계도 주치의제 도입을 찬성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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