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이재명 후보 공공의대 공약에 유감...9.4의정합의 어디 갔나"

의사수 증가·의사밀도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아...코로나 상황에서 의료진 번아웃만 초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사진=이재명 후보 캠프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공의료 확충 공약 발표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9.4의정합의를 정면에서 위배하고 있고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를 깨는 공약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2월 31일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확보 ▲지역·공공·필수 의료인력 양성 ▲지역 의료기관별 진료 협력체계 구축 ▲전국민 주치의 제도 도입 등을 공약했다. 당시 이 후보는 “필수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라며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했으며, “의대가 없는 지역에는 의대를 신설하고 정원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은 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난 9.4 의정 및 의당 합의를 정면 위배하는 이 후보의 공약 사항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합의사항에 역행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건 것은 의료계와의 신뢰를 여지없이 깨뜨리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그릇된 행위"라며 "우리협회와 여당,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키로 한 바 있다. 이후 아직도 코로나19는 안정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의료체계 붕괴의 위기가 염려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의료진은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을 만큼 소진돼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진 덕분이라고 추켜세우면서 공공의대와 의대정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다른 이중적인 행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의협은 감염병 대응을 강화하고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료 확충을 기치로 내건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방법과 절차가 잘못됐다고 봤다. 의대설립과 정원 증원은 결코 공공의료 확충의 해법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악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임상의사 숫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조금 낮지만, 병원의 전체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4개로 일본(12.8개)에 이어 2위로 OECD평균(4.4개)의 2.8배에 달한다. 국민 1인당 의사 외래 진료 횟수도 연간 17.2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 OECD 평균은 6.8회다.

또한 의사 수의 증가는 OECD 평균의 3배인 3.1%에 달하고 있고, 의사 밀도는 2017년 기준 12명으로 OECD국가 중 네덜란드(14.8명)와 이스라엘(13.2명)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다.

의협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공공의료에 대한 정확한 개념조차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기관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가 공공보건의료의 제공을 주요한 목적으로 해 설립·운영하는 보건의료기관’을 뜻한다.

의협은 "이런 정의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7조에서 규정하는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아동과 모성, 장애인, 정신질환, 응급진료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재난 및 감염병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등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의무는 조직 내부 반대와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은 "공공의료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동안 국가가 공공의료에 대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먼저 이러한 비합리적인 부분을 고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의사인력의 수급 논의는 의대 입학에서부터 졸업, 면허취득, 전문의 배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중요한 문제다. 차기 정부를 대비한 보건의료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면, 무분별한 공공의대 공약은 지양하고, 건강한 건강보험 재정운영 정책 마련을 우선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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