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누적 흑자 20조원 돌파에 협상 타결 의지 피력..."간호법은 의협과 보조 맞출 것"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대한병원협회 윤동섭 회장이 호전된 건강보험 재정 상태 등을 근거로 올해 수가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앞서 2년 연속 협상이 결렬됐던 만큼 올해는 타결을 이뤄내겠단 의지도 피력했다.
윤 회장은 19일 서울 마포구 병협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최근 1차 협상이 끝난 수가협상을 주요 화두로 언급했다.
수가협상 '제로섬 게임' 악순환...병원계 상대적 불이익 없어야
윤 회장은 “수가 협상이 한정된 밴드 내에서 제로섬 게임이 되는 악순환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선 적정 수가가 전제가 돼야 한다”며 수가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특히 병∙의원의 환산지수가 역전되는 등 병원계가 오히려 상대적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수가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병원계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며 “일상회복과 병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정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 만큼 올해도 밤샐 각오로 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공단도 전향적으로 밴드를 늘리고 (병원계의) 상대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그나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수가협상에서 기대를 해볼만한 부분들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3조 가까운 흑자를 냈고, 누적 적립금도 20조원을 재차 넘겨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한 의료계에 노고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재정이 여유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밴드가 늘어야 할 것으로 본다”며 “병원계는 지금까지 해온 노력에 비해 수가 인상에서 크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는데, 올해는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병협 유인상 보험위원장 역시 “작년에 밴드가 1조원을 약간 넘었는데 올해 정도의 재정 안전성이라면 3000억원 이상은 늘어나야 병협이 어느 정도 수가 인상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회장님이 3년 연속 결렬은 되지 않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하셨다”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가입자 측이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의료계에 지원된 손실 보상 등을 수가 협상과 연계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협 수가협상단장인 송재잔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 대응에서 병원계가 많은 노력을 해왔는네 가입자 측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와 관련된 부분은 비용에 대한 보상일 뿐 환자 진료비 증가와 관계없단 점을 강조하고, 향후 재유행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단 점을 들어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외에 새 집행부는 의료전달체계 정립, 보건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및 의료 양극화 해소방안 마련,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변화 대응 등에 회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간호법 반대 의협과 보조∙의대 정원 조정 검토..."정호영 후보자 잘 되길 바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간호법, 의대정원 증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 등 의료계의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윤 회장은 간호법과 관련해서는 “의협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병협도 같은 입장이고,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 목적이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그 목적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목적과 간호법을 따로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취임 전 5가지 공약 중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내세웠는데, 이를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기존 의과대학의 정원을 조정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질문에 윤 회장은 “의사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이어 “의료계에서는 기존의 의대 정원을 어느 정도, 얼마의 기간에 걸쳐 늘리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여러 협의체들이 있는데 병협도 여기에 보조를 맞춰 의사인력이 적정수가 될 때까지 어떤 방식이 교육의 질이나 국가 자원의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지지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국립대병원장이 되려면 검증절차가 꽤 까다롭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었는데 여러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며 “병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셨던 분이라 잘 돼셨으면 좋겠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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