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한올바이오파마 박승국 대표는 "이번 임상에서 객관적 지표의 주평가변수로 설정했던 ICSS(Inferior corneal staining score)에서는 유의성 있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으나, 이보다 임상적으로 상업적으로 더욱 의미가 있는 CCSS(Central corneal staining score)와 TCSS(Total corneal staining score)에서 유의성이 확인된 것은 HL036 점안액에 있어서 커다란 진전이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3상에서 연구 프로토콜을 바꿔 진행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이번에 유의성이 확인된 CCSS와 TCSS를 1차평가변수로 설정해 재현성을 확인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서 이번에 진행된 임상시험을 '성공'이라고 포장하기는 어렵다. CCSS와 TCSS가 상업적으로 더 의미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이번 임상에서 보고자 했던 목표 지표는 ICSS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도자료에서 대웅제약 전승호 대표는 "6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임상 3상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10개월만에 첫 투약에서 탑라인(Topline) 결과까지 확인하는 임상진행 속도에 놀랐다. 한올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고 표현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실패한 임상이 성공한 임상으로 둔갑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상시험의 성공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는 보도자료를 받고, 실제 논문 원문을 확인하면 2차평가변수만 달성하고 1차평가변수는 달성하지 못한 사례도 종종 있다. 물론 이런 보도자료에서 1차평가변수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던 2019년 9월 29일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3상이 성공적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리보세라닙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2.83개월로 위암 3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론서프나 옵디보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객관적 반응률(ORR) 또한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하지만 ANGEL로 명명된 이 임상 3상에서 보고자했던 1차평가변수는 전체 생존기간(OS)이었다. 연구결과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리보세라닙 5.78개월, 위약군 5.13개월(HR = 0.93; 95% CI 0.74–1.15; p = 0.4850)로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개선시키지 못하면서 연구는 실패했다. [관련기사=]
무진행 생존기간과 객관적 반응률은 모두 2차평가변수였다. 다만 연구팀은 결론 부분에 "4차 이상 치료를 진행한 환자군에서 전체생존기간을 포함한 대부분 유효성 평가변수에서 이점이 있을 수 있다"는 문구를 포함했을 뿐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러나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며, 투자자들에게도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