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별 백신 선구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구입해야 하는가?

[칼럼] 조양래 생물학 박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ka)는 개발하고 있는 백신의 효능이 임상시험 3상에서 높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캐나다, 영국, 브라질에 긴급사용권을 신청했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이 백신을 2000만 회분 선구매한다고 8일 밝혔다. 이 백신을 국민들에게 사용해도 될지 과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주자로 뉴스를 양산했으며 최근에는 임상시험 3상 결과 90%이상 효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높은 효능은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에서 임상시험 3상 결과를 밝힌 직후 발표됐다. 이 주장은 아직 과학적 근거가 빈약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이는 이유들이 몇가지 있다. 

독립적인 임상시험결과는 임상계획서에 표기된 대로 독립적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원천적인 문제점이 있다. 이 회사는 백신을 이용해 네가지 독립적인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각 임상시험에 대한 독립적인 분석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아마 네 가지 시험 중 한가지도 발표할 만큼 효능이 높게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그 대신 임상시험 분석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영국과 브라질에서 시행한 시험결과를 섞은 후에 분석해 효능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는 대신 일부 참여자들에 대한 결과만 뽑아 분석한 사실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개발사에서 주장하는 대로 90%이상 효능을 보인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공정상 실수로 1차 접종시에 백신의 양을 절반만 사용하고 2차에서 정상적인 양을 접종한 그룹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임상계획에 없이 실수로 만들어진 이 집단에서 효능이 90% 이상으로 나온다고 추후분석을 했다.

더구나 이 집단에는 55세 이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 임상시험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실수이지만 이 실수를 용인해도 90% 효능은 백신사용량 때문이 아니라 참가한 사람들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55세 이상이 포함된 정상적인 양을 접종한 집단에는 60% 정도의 효능 밖에 보이지 않았다. 즉 55세 이하 사람들에게 90% 효율이 나타났지만 일반인들에게 사용하면 60% 정도의 효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은 올해 9월 과학적으로 엄밀하고 정직하게 검증된 백신을 출시하자고 서약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임상시험결과를 획득한 뒤에 긴급사용권이나 정상적인 승인 신청을 하자고 약속했다. 이 서약을 준수했다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후보는 기본적으로 시험 및 분석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에 승인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영향을 미치는 제약회사도 과학적으로 결함이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긴급사용권을 신청했다.

결국 최종 선택의 부담은 국가기관에 떠넘겨 졌다. 과학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과학적인 엄밀성과 정직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미국 FDA는 긴급사용권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승인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며 백신의 절실하게 필요하므로 이 긴급사용권을 승인할 국가도 있을 것이다.
 
자료=보건복지부 

대한민국 정부는 이렇게 불완전한 임상시험 결과를 제시한 백신을 구입해 국민에게 보급할 것인가? 정부는 제약사별로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 회분, 화이자 2000만 회분 및 얀센 400만 회분, 모더나 2000만 회분을 선구매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는 선구매 계약을 이미 체결했고, 나머지 기업도 구속력 있는 구매 약관 등을 체결해 구매 물량 등을 확정했으며, 나머지 계약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19 백신들이 10여 개월 짧은 기간에 개발되는 동안 이미 여러 과정이 수정됐고 용인됐다. 이제 개발사들은 사용 국가들에게 백신 사용 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면책권을 요구하고 있다. 백신의 안전성을 개발사들도 보장할 수 없다고 암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값이 매우 낮고 효능은 90%나 된다고 주장하니 이 백신을 구입하면 국민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사용하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기관은 백신을 빨리 보급하려고 문제를 눈감아 줬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좋은 백신이 만들어져 보급돼도 백신에 대한 불신감이 퍼져 접종 받지 않는 분위기가 퍼지면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을 성취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부정적인 면을 피하려면 정부는 문제의 소지가 적은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임상시험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후에 구매결정을 내려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무엇일까? 긴급사용권을 승인하지도 않았는데 영국은 화이자에서 개발한 mRNA 백신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긴급사용권이 승인되면 5000만명분 백신을 보급해야 한다. 그러나 화이자에서 2021년에 생산할 수 있는 최대양은 대략 2500만명 분 정도이다. 정부가 미국과 유럽국가들과 경쟁해 매입한다고 해도 우리에게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는 모더나의 백신을 구입한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스프트니크5를 개발한 러시아처럼 한국에서 개발한 백신이 허가될 때까지는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다행히 안전성과 효능이 인정된 특이항원 백신기술을 이용한 코로나19 백신도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한 백신의 우수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미국 정부는 노바백스(Novavax)에 1조 6000억원, 사노피(Sanofi/GSK)에 2조 1000억원을 잠정적으로 투자했다. 특히 노바백스의 백신후보는 임상시험 1상에서 부작용이 거의 없었으며 임상시험을 시행한 백신들 중에서 효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약 4000명을 대상으로 효능을 검사하는 임상 2상b를 거의 마쳤으며, 영국에서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중간결과는 1월 정도에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영국 및 유럽 국가와 미국에서 긴급사용권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바백스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임상시험 3상을 12월에 시작할 예정인데 미국 FDA와 협의한 대로 대량생산용 공장에서 허가된 방법에 따라 조합한 백신을 사용한다. 2021년에 10억명을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을 생산해 긴급사용권이 승인되면 곧 많은 양을 세계 각국에 제공할 예정이다. 지금부터 1개월이 지나면 특이항원 백신에 관한 소식들이 전해질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시험을 다시 계획하고 있으며 긴급사용권을 신청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들의 허가를 위한 심사기간도 1달 이상 소요될 것이다. 각 백신들에 대한 긴급사용권이 승인될 날은 모더나, 화이자, 노바백스 사이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 아스트라제네카의 감기 바이러스를 벡터로 이용한 백신이나 신기술인 mRNA를 이용한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특이항원 백신을 구입하기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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