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년 소아과 문 닫게 한 보호자 "심평원 통해 의사들 괴롭히는 법 알았다…X먹어라"

광주 소재 소아과의원 폐과 선언 "환아 보호자 부당한 환불 요구하고 심평원에 민원"…보호자는 "사실 아냐" 반박

20년간 소아과 의사로 일해온 A 원장은 다음달 5일 폐과를 결정했다. 사진=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SNS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의사들을 효율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게 됐다면서 나한테 X 먹으라고 하더라.”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일해온 A 원장은 내달 5일부로 현재 운영 중인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폐과하고 만성통증과 내과 질환 의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단독으로 A원장의 사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픈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게 기뻐 힘든 몸을 이끌고도 소아과 일을 계속해왔던 A 원장이 폐과를 결심하게 된 건 최근 병원을 찾은 한 4살 환아의 보호자 B씨 때문이었다.
 
B씨 아이의 팔은 내원 당시 붓기가 심했고, 고름과 진물까지 나오고 있었다. 이미 앞서 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A 원장은 우는 아이를 달래가며 고름 제거, 소독 등 필요한 치료를 했다. B씨가 집에 돌아가서 아이에게 드레싱을 할 수 있도록 사진도 찍게 했고, 치료재료도 챙겨줬다. 진료 시간은 15분 가량이 소요됐다.
 
치료에 사용된 바셀린, 거즈 등에 대한 비급여 비용이 일부 나왔다. A 원장은 이를 문제 삼는 환자 보호자들이 종종 있었기에 해당 내용에 대해 B씨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다고 한다.
 
며칠 뒤 병원을 다시 찾은 아이의 상태는 많이 호전돼 있었다. 하지만 B씨는 그로부터 일주일쯤 뒤 다시 병원을 찾아 비급여와 관련해 2000원 환불을 요구했다. 간호사가 비급여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환불을 해줬지만 B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민원까지 넣었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심사하는 기관으로, 과다 청구 등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시정 및 환수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이다.
 
심평원은 B씨로부터 진료비 확인 신청을 접수한 후, A 원장이 급여로 해야 할 부분을 비급여로 받았다며 B씨에게 환불해줄 것을 지시했다. A 원장은 보건소로부터 해당 사안과 관련해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A 원장은 답답한 마음에 B씨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심평원을 통해 의사들을 효율적으로 괴롭힐 수 있다는 걸 잘 알게 됐다며 X나 먹으라"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상에도 A 원장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아이 상태가 나빠졌다는 내용의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
 
A 원장은 다음달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폐과한 이후 만성 통증과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갈 예정이다. 이렇게 우리는 또 한 명의 소중한 소아과 의사를 잃게 됐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A 원장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가해자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를 거쳐 업무방해, 무고 등으로 고발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보호자 측은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신청을 한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이며 A 원장에게 욕설을 했다는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보호자 측은 “간호사에게 상세 진료 내역서를 받으려고 했더니 '그거 갖고 심평원 가시게요'라고 하는 등 시종일관 한 번 해봐라는 식으로 한건 A 원장”이라며 “환불도 진료내역서 안에 A 원장에게 설명 듣지 않은 내용이 있어 물어봤더니 간호사가 해준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 청구되는 건 아닌 거 같아 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이는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부당하게 환불을 요구하거나 악성적으로 괴롭힌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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