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KRAS 억제제 초기 데이터 발표…특정 변이 억제 및 범용 억제제 나올까

학회서 미라티 KRAS G12C 억제제 첫 임상연구·베링거 pan-KRAS 억제제 전임상 결과 공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KRAS 변이는 모든 인간 암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종양 유전자 변이다. 변이 발생률이 췌장암에서는 90%가 넘고, 대장암에서는 40%, 폐선암에서는 30% 이상으로, 전체 전이성 암 7개 중 1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년 가까이 KRAS 억제제 개발을 시도해왔지만 아직 표준 치료 이후 사용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 옵션이 없다.

26~30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미국국립암연구소(NCI), 유럽암학회(EORTC)가 공동 주최 '세계 분자 표적 암 치료 컨퍼런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Molecular Targets and Cancer Therapeutics)'에서 초기 단계지만 유망한 KRAS 억제제 후보물질에 대한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라티, KRAS G12C 억제제 첫 임상연구 데이터 발표

미국 바이오텍 미라티 테라퓨틱스(Mirati Therapeutics)는 KRAS 변이 중 G12C를 표적하는 MRTX849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다나파버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 파시 잰(Pasi A. Jänne) 박사는 이번 학회에서 MRTX849의 임상 1상 데이터를 발표, 초기 단계지만 비소세포폐암 및 대장암 환자에서 임상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MRTX849의 효능을 확인한 전임상 연구 및 고형암 환자 2명에 대한 임상 데이터는 AACR의 저널인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에도 동시 게재됐다.
 
잰 박사는 "현재 KRAS G12C 변이 암 환자에게 효과적인 표적 치료법은 없다"면서 "KRAS 변이는 모든 인간 암에서 가장 흔한 종양성 변경(oncogenic alteration)이다. 이 하위그룹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 것은 암 환자들에게 엄청난 임상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설명했다.
 
발표된 논문 데이터에서 MRTX849는 KRAS G12C에 대한 강력하고 선택적인 공유 저분자 억제제라는 것을 보여줬다. MRTX849는 여러 종양 유형에 대한 KRAS G12C 양성 세포주 및 환자 유래 이종이식 모델의 65%에서 종양 수축을 유발했다. 수차례 치료에 반응을 멈춘 4기 폐암 환자와 다수 치료 라인 후 질병이 진행된 전이성 대장암 환자 2명은 MRTX849 치료에 부분 반응을 보였다.
 
2019년 10월 11일 기준 잰 박사팀은 KRAS G12C 변이가 있는 고형암 환자 17명을 1상에 등록했다. 등록된 모든 환자에서는 전이성 질환이 있었고, 이용 가능한 치료 옵션이 없으며, 활성 뇌 전이가 없었다. MRTX849의 초기 용량인 1일 1회 150㎎은 하루 1200㎎까지 증량됐다.
 
연구 결과 최고용량(하루 2회 600㎎) 투여군 가운데 평가 가능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5명 중 3명, 평가 가능한 대장암 환자 2명 중 1명이 부분반응을 달성했다. 이 환자들에서는 안정병변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모든 용량군을 분석했을 때, 비소세포폐암 환자 6명 가운데 3명, 대장암 환자 4명 가운데 1명이 부분반응을 달성했다. 캔서 디스커버리 논문에 기술된 환자 2명(비소세포폐암 1명, 대장암 1명)에서 확인된 부분반응(confirmed PR)이 나타났고, 둘 다 첫 스캔 검사 후 종양 수축이 계속됐다. 부분 반응을 보인 또다른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아직 연구 중이며 확인을 위한 스캔 검사는 아직 받지 않았다.
 
아직 이 연구에서 최대 허용 용량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임상 PK 데이터에서 하루 2회 600㎎ 용량이 KRAS G12C 신호 전달을 완전히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을 충족하거나 넘어선다는 것이 입증됐다. 반응이 있는 모든 환자는 하루 2회 600㎎ 용량을 투여받았다.
 
잰 박사는 "우리 데이터는 KRAS G12C를 표적하면 폐암이나 대장암 환자에서 임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놀라운 발견이며 특정 KRAS 변이 암에서 표적 치료제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약물이상반응에는 대부분 1등급 독성이 포함됐고, 가장 흔한 것은 설사와 메스꺼움이었다. 환자 2명에서 피로와 식욕 감소를 포함해 3등급 이상 독성이 나타났다.
 
잰 박사는 "전반적으로 MRTX849 치료는 내약성이 우수하고 3~4등급 독성 발생률이 낮았다. 부작용과 효능 관련 한가지 주의할 점은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고 추가 환자가 연구에 등록됨에 따라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잰 박사는 "지난 몇년간 우리는 EGFR 변이 또는 ALK 재배열 암 환자에 대한 표적 치료제의 임상적 성공을 봐왔다. 미국에서 KRAS 변이 폐암 환자 수는 EGFR 변이와 ALK 재배열 환자 수를 합한 것보다 더 많다. MRTX849의 초기 발견된 결과가 더 많은 환자 집단에서도 적용된다면 폐암 환자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링거, 범용 KRAS 억제제 전임상 결과 발표

G12C 외에도 많은 KRAS 유전자 변이가 암 성장을 일으킨다.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은 최초의 범용 KRAS(pan-KRAS) 억제제인 BI 1701963에 대한 유망한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베링거 글로벌 암연구 총괄인 노르베르트 크라우트(Norbert Kraut) 박사는 "우리의 pan-KRAS 억제제는 모든 주요 G12 및 G13 종양단백질을 포함해 광범위한 종양 형성 KRAS 변이를 표적하도록 설계됐다"면서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보편적인 KRAS 변이 대립 유전자의 효과적인 표적화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인 위암 및 폐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BI 1701963는 KRAS 활성화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SOS1에 바인딩해 KRAS를 억제한다. SOS1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KRAS 변이 유형에 관계 없이 KRAS를 막는 것이 가능한 치료 개념이다.

전임상 데이터에서 pan-KRAS 억제제는 단백질 잔류물 중 가장 자주 영향을 받는 G12와 G13 KRAS 유전자 변이에 대한 종양 성장을 차단하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화합물은 KRAS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암 세포주에 선택적으로 작용했다.

비임상 연구에서 BI 1701963와 MEK억제제를 병합했을 때 KRAS 신호 전달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경로 차단 및 KRAS 유도 암을 혹인에 대한 보완 작용 메커니즘에 기반해 항종양 활성을 증가시켰다.

베링거는 이 결과를 기반으로 KRAS 변이가 있는 여러 유형의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BI 1701963 단독 또는 트라메티닙(trametinib)과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1상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BI 1701963는 베링거가 인도 기반 제약사 루핀(Lupin)으로부터 도입한 MET 억제제 LNP3794와의 병용요법으로도 추가로 개발될 예정이다.

베링거 기업 수석 부사장 겸 디스커버리 연구 글로벌 총괄인 클라이브 우드(Clive R. Wood) 박사는 "우리는 BI 1701963를 넘어 포괄적인 KRAS R&D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며, KRAS 변이 암을 가진 모든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면서 "이 프로그램은 암 세포 표적 및 면역 세포 표적 치료법의 최적의 조합으로 암을 물리치려는 우리의 전략 중 한 부분이다"고 밝혔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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