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요구안 수용없이 돌아가지 않는 전공의들..."9월 전공의 모집도 의미 없다"

8일 기준 출근 전공의 8%…9월 모집 시 수도권·인기과 쏠림으로 의료체계 악화 가속화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를 약속했지만 전공의들은 7대 요구안을 외면하는 정부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수련병원에 오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해 전공의들의 복귀 혹은 사직 여부를 확정해 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이 상태로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진행되면 오히려 필수·지역의료 붕괴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 8일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철회한다고 밝혔지만 8일 집계된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는 1095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8%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일이었던 5일 출근자가 1092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흘 사이 늘어난 복귀 전공의 숫자는 단 3명이다.

복지부는 당장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서라도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련병원에 7월 15일까지 전공의 복귀 혹은 사직 여부를 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공의에게 '퇴로를 열어 줬다', '대 사면을 해줬다"며 전공의들도 이제 수련병원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전공의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방 모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정부는 지난 6월 4일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철회 때와 마찬가지로 각종 행정처분을 '철회'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발표는 6월 4일 발표와 다를 것이 없다"며 "모든 행정명령은 애초 헌법 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초법적인 명령이었다. 따라서 결함이 큰 행정명령을 내린 정부는 반성하고 해당 명령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여전히 당시의 행정명령이 적법했고, 이제와서 전공의들을 위해 대단한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코웃음이 나온다. 이후 법정에 가면 당시 행정명령이 문제시될 것을 예상해 조치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며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애초에 요구한 7대 요구안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공의들은 정부의 행정처분 철회 카드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7월 15일까지 사직 여부를 결정하고, 오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사직 전공의들이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마련한다고 나섰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역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울 모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의료공백 사태에서 9월 전공의 모집이 과연 적절한 절차에 맞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만약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현재 전공의는 정부 정책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결국 지방 전공의의 수도권 수련의 길을 터주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전공의는 "지방 전공의의 수도권 쏠림으로 지방에는 전공의가 더 없어지는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질 것이고 이는 지방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 기조에 어긋난다"라며 "전공 과목 역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필수의료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전공의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필수의료를 지원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직 전공의도 "아직도 정부는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수박 겉핥기 식의 수습책만 내는 모양새다"라며 "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당장 전공의 복귀만을 노리는 전공의 모집이 진행될 경우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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