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대법관'이 되겠다는 심평원, 요양급여비용 심사제도로 의료행위 통제 권한 없어

[칼럼]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변호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양급여비용 심사제도 문제점, 의사가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
①심평원, 요양급여비용 심사제도로 의료기관 의료행위 통제 권한 없어  

[메디게이트뉴스] 의사가 의료제도 중 불합리하다고 대표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진료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고 급여기준으로만 심사한다는 점이다. 이에 세 번에 걸쳐 심평원의 요양급여비용 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 사용을 허가하면서 ’65세 이상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경고문을 기재하도록 했다. 식약처는 “의사가 대상자 상태에 따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유익성을 충분히 판단해 결정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의사에게 백신 접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한다고 비판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끝내 질병관리청은 16일 65세 이상에서는 접종을 일단 보류했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서 의료행위에 관한 과실이 문제되는 경우 법원이 이에 대한 판단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행위의 적법성 여부를 법원이 아닌 정부가 판단한다고 의심한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의료계가 의료행위 적법성 여부를 정부가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요양급여비용 심사제도를 통해 의료행위를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있었고, 의사들은 자기의 의학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없었다. 심평원은 ‘의료행위의 범위’를 급여 삭감이라는 우회적 방식으로 정했고 심평원이 정한 ‘의료행위의 범위’가 요양기관 대표자인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의 기준이 됐다. 

의료계는 몇 차례에 걸쳐 요양기관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를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비록 합헌 결정이 나왔지만, 2002년 이를 다툰 사안에서 강제지정제의 반대 의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관 2인은 강제지정제 반대 의견에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획일적 통제제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과신과 인간의 이기적 습성을 무시한 제도다. 관료제도와 결합하면 관료제도의 속성상 그 관리기구는 점점 방대해지고 권한은 점점 더 커지며 비용은 날로 늘어나는 폐단을 일으키기 쉽다. 양질의 의료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계획경제의 전철이 보여주듯, 제대로 소기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과연 거둘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를 들어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을 위헌이라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99헌바76 결정 참고).

최근 심평원이 요양급여비용 심사 전문성을 강화해 '의료계의 대법관'이 되겠다고 한다. 심평원이 의료계의 대법관까지 돼야 할 이유가 없다. 만약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위법성이 문제 되는 경우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최종 판단을 하면 된다. 심평원이 스스로 의료행위를 통제하는 권한이 있다고 오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심평원 요양급여비용 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이해하기 위해 요양급여행위와 의료행위의 차이점과 요양기관과 의료기관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의료행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정의한 법은 없고 의료법은 의료행위를 의료인이 하는 의료, 조산, 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법 문언만으로는 실제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대법원은 의료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판단했다(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도 80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1도298 판결 등 참조).

요양급여행위는 의료법에 의해 개설된 모든 의료기관, 약사법에 의해 등록된 모든 약국 등이 요양기관으로서 건강보험의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대신해 가입자 등에게 건강보험의 주된 보험급여인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1항, 제42조 제1항). 의료기관은 의료인이 공중 또는 특정 다수인을 위해 의료·조산의 업(의료업)을 하는 곳이다. 요양기관은 요양급여(간호와 이송은 제외한다)를 실시하는 곳을 말한다. 

대법원 역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은 국민 보건이나 국민 건강 보호․증진을 위한 법률이라는 점에서는 그 목적이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은 질병의 치료 등에 적합한 요양급여 실시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임에 비해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료인, 의료기관 및 의료행위등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로서 그 입법목적과 규율대상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또한 의사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요양기관으로 지정되고,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 제2항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심사만을 하도록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행위와 요양급여행위,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은 명확히 구분된다. 대법원도 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동일시해 요양급여비용 심사제도를 통해 의료기관의 의료행위를 통제하려 한다는 점이 요양급여비용 심사제도의 핵심적인 문제다.

다음 칼럼에서는 급여와 비급여, 법정비급여와 임의비급여, 요양급여비용의 본인부담률 100분의 100과 비급여의 개념을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요양급여비용 심사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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