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안정화 이후 논의하기로 한 '의대정원 확대'...5월 논의 가능해지나

복지부 의대정원 확대 논의 수차례 요청하자 의협·대전협 반대 입장...코로나 안정화 선언 이후 촉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난해부터 중증과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으며 의사인력 확충에 대한 요청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힘겹게 재개한 대한의사협회와의 의정협의체에서 의사인력 확충에 대해 운을 떼기 시작하면서 의료계는 '코로나19 안정화'라는 논의의 전제 조건이 아직 성립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선을 긋고 있어 의정 간 동상이몽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안정화가 향후 의대정원 확대 논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19 안정화 선언이 곧 비대면 진료 중단을 의미해 정부도 시기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의정협의체에서 '의대정원 확대' 논의 재개 의중 밝혀…공론화 본격화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올해 2월부터 재개된 대한의사협회와의 의정협의체에서 본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 논의를 제안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의료 인력 양성 및 배출을 위해 의대정원 확대 등을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관련 논의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대한의사협회와의 의료현안협의체 5차 회의에서 "지난 17년간 의대 정원이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필수의료를 비롯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인력 부족으로 일촉측발의 위기 상황"이라며 의협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의료인력 양성 방안에 대한 논의를 요청했다.

의료계는 일찍이 복지부가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등 의사인력 확충과 관련된 논의를 재개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5번째 만남 만에 노골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면서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특히 해당 발언을 기점으로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한 사회적 공론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의료계를 향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복지부가 개최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는 발제를 맡은 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원이 필수의료 공백해소를 위해 필수의료 중심 인력 확충 및 유입을 강조했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한발 더 나아가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7%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 9.4 의정합의 따라 '코로나19 안정화 선언 이후' 논의 입장 고수

이러한 공세 속에 의정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꼿꼿하게 의사인력 확충과 관련한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의협은 복지부에서 의협 정총에 의료인력 양성 방안을 논의해 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의협 대의원총회는 대의원분들이 논의할 주제를 정하고 운영된다.  의협 대의원 총회에 외부 의견을 반영한 사례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대의원 내부에서 의사인력 양성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외부의 요청 사항을 반영해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홍보이사는 무엇보다 "최근 복지부가 의정협의체에서 우리 쪽과 협의하지 않은 사항을 갑자기 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당혹스럽다. 의정협의체는 양자가 모두 관심을 두는 공통 사안에 대해 먼저 논의하기로 약속했음에도 일방적으로 합의하지 않은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사인력 확충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나 일방적인 접근 방식은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의정협의체에서 몇 차례 의료인력 확충과 관련된 사안을 언급했고, 그때마다 이정근 의협 부회장은 "의사인력 확충 관련 논의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하기로 협의한 사항"이라며 복지부의 일방적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곤란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도 "복지부가 모두 발언을 통해 의사인력 확충에 대한 논의를 원한다는 부분을 밝혔다. 이 때문에 최근 대전협 임시총회에서도 관련된 내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의협이 의정협의를 통해 복지부와 의사인력 확충과 관련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하겠다고 정했기 때문에 대전협도 이에 발맞춰 가려 한다. 현재는 의대정원에 대한 논의를 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의협의 방침에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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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안정화 '시점' 관건…정부, 5월 발표 놓고 '고심'

의료계는 2020년 직접 의협 회장과 복지부 장관이 의정합의를 한 만큼, 해당 합의의 내용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앞으로 관건은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코로나19 엔데믹, 혹은 안정화의 핵심은 결국 지역사회에서 거리두기와 같은 비약물적 중재를 중단하고, 의료기관에서 일상적인 의료체계로 코로나19에 대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지역사회의 비약물적 중재는 모두 중단됐으나 병원에서 일상적 의료체계에서 코로나 환자를 보는 것은 완전히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일반 병원에서 통상적인 진료체계 내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며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이러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질병청은 4월 말에는 정리를 마무리해 5월 초 쯤에는 코로나 안정화에 대해 발표하겠다는 내부적인 타임 테이블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더 이상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특별 체계를 운영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 앞으로는 지역사회에서 신종 감염병 유입 시 코로나19 때처럼 혼란스럽지 않도록 장기 플랜을 갖고 대응 체계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 입장에서도 코로나19 안정화를 '선언'하는 데 부담이 있다는 점이다.

먼저 WHO가 코로나19 종식 시기와 관련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정치적으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할 경우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급작스럽게 중단돼야 하기 때문이다.

WHO는 올해 초에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를 논의한 바 있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며 이를 유지했고, 오는 5월 팬데믹 상황에 대한 전문가 휘원회를 개최해 재차 논의하기로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도 정치적 계산에 따라 코로나19 안정화 선언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코로나 안정화 선언이 WHO의 완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라며 "또 코로나 안정화를 선언하면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 되기 때문에 복지부도 고심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가 더디게 진행됨에 따라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게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다"라고 전했다.

의협은 만약 정부가 이러한 부담을 안고 무리하게 코로나19 안정화를 선언하더라도 현재 필수의료 문제가 의사 수 부족과 관련이 없다는 판단 하에 지속적으로 정부를 설득해 나갈 계획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아무리 양적으로 의사를 많이 배출해도 필수의료 의사 불균형 문제는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이연 이사는 "코로나가 안정화되면 의정합의를 통해 약속한대로 의정협의체에서 해당 논의를 하게 될 수 있겠지만,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논의 보다는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재원 투여를 통해 의사인력 배분이 먼저 이뤄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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