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의사 대체 아닌 보완 수단…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정확하게 이용할지 아는 의사가 중요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연세의대 본과와 의학전문대학원 1학년 학생들의 선택교과 과정 '인공지능과 영상의학'. 이 과정을 수강한 의대생 7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를 듣고 있다. 연세의대는 2014년 평가방식이 절대평가(Pass or Fail)로 바뀌면서 다소 여유가 생긴 본과 1·2학년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의 선택교과 수업을 듣고 있다.
'인공지능과 영상의학' 전체 과정은 10월 18일부터 12월 13일까지 7주 과정으로 진행됐다. 수업은 인공지능과 영상의학 개요, 딥러닝 네트워크의 이론과 실습, 영상의학과의 인공지능 연구동향, 의료영상분석에 대한 최신 기술 소개, 3D 영상분석 소프트웨어 실습,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의학 연구방법론 등으로 구성됐다. 의료인공지능 기업으로 화제를 몰고 있는 루닛의 특별강연도 마련됐다. 이 중 지난달 진행된 '영상의학과의 인공지능 연구동향'과 '딥러닝 네트워크의 이론과 실습'의 수업을 참관해봤다.
선택교과 수업을 수강한 의대생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특별히 없다고 했다. 의대생들은 “인공지능 수업은 호기심에 참석했다. 앞으로 의사로서 살아가는데 인공지능은 두려운 상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상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과정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진단의 효율성과 검사의 정확성, 검사시기의 적절성 등을 높일 수 있다. 만약 의사가 진단할 때 90%의 정확성이라면 인공지능을 통해 100%에 가까운 정확성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모색해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은 의사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할 수 있다.
연세의대 영상의학교실 김성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는 “의료영상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해볼 수 있다”라며 “인공지능을 이용하더라도 의사가 최종 진단을 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없어질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면 의사가 다량의 데이터를 입력해야 한다. 분류를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연구하고자 한다면, 연구하려는 주제의 한 클라스 당 500-1000개가 있으면 해당 연구를 시작해 볼 수 있다. 2016년 구글에서 네이처 자매지에 출간한 망막영상 판독 자동화 연구에서는 전체 6만개 정도의 데이터에서 인공지능의 성능이 포화됐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어느 정도 크기의 데이터를 갖춰야 충분한 인공지능 연구가 가능할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을 실제로 학습을 시킬 수 있는 데이터가 중요하다. 영상의학과는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의료영상 빅데이터를 만들 때는 의사가 이를 구현해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며 "다만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분류하는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는 구분하고자 하는 객체의 수를 어느 정도 맞춰서 학습해야 한다. 가령 사진으로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려고 한다면 개와 고양이의 데이터 개수를 거의 같게 맞춰야 한다. 만약 개는 100개, 고양이는 1개 데이터를 입력해 인공지능을 개발하면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개를 맞추는 것이 학습에 유리하기 때문에 어떤 사진을 입력하건 '개'라고 대답하는 인공지능이 된다.
김 교수는 “검진센터에 20만명의 환자 데이터가 있더라도 질환별로 어떤 영상을 쓸 것인지 의사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라며 “다량의 양질의 데이터가 있는지, 일반화가 가능한지, 리얼월드 데이터에서 반영할 수 있을지 등을 두루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데이터를 입력한 사람이 편향성을 가질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리얼월드 기반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라며 “의사 입장에서 보면 인공지능으로 의사가 대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의사 스스로 데이터의 정확성 여부를 아는 의사 위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제 데이터에서 오버피팅(트레이닝 데이터에 그래프가 너무 정확히 맞아 들어갈 때 발생하는 현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리얼월드데이터(Real World Data)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라며 "인공지능 알고리즘도 실제로 진단에 활용하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논문이 몇 차례 나온다고 하더라도 진단의 판도가 바뀐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인공지능이 활성화되기 위해 한계 요인이 있다고 봤다. 우선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비가 저렴한 것이 기술 발전의 저해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판독하는 의사 인건비가 낮은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여러 판독 업무에 대한 포괄적인 기능이 없는 인공지능이라면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 판독은 일반적인 흐름이다. 영상판독은 단순한 사진의 해석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복잡한 임상흐름에 영상을 접목해 수행하는 판단 행위”라며 “현재까진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어도 아직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공지능의 임상적 효용과 과학적 의미, 사업성 등을 전체적으로 잘 따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맹목적으로 아이템을 찾기보다 리얼월드에 작동하고 쓰일 아이템을 찾고 그 쓰임이 실제로도 있을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다면 비전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찾는 키워드나 인사이트가 다르다면 결과물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의 전망은 의사의 수고를 덜어줄 일을 하는 데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 시점에서는 당장 처리해야 하는 많은 영상검사에서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알고리즘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썬 강의와 실습, 인공지능 구현하려면 이해 필요성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프로그램언어 파이썬을 다룰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실제로 이날 수업에서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파이썬 실습이 이뤄졌다. 실습을 진행한 연세의대 영상의학교실 김성원 교수(세브란스병원)는 공학도 출신의 의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선택교과 수업 초기에는 난이도가 낮은 실습을 했지만 갈수록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늘자 난이도를 높였다. 이날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설계 작업을 했다.
김 교수는 “이번 수업은 데이터를 엑스레이에 넣은 다음 실제 값과 이를 평가했다. 실제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이론을 정립해보는데 중점을 뒀다"라며 "코딩 기반으로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령 파이썬을 통해 딥러닝을 구현하면 특정 패턴을 분석하거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다. 또 정확한 지표를 분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파이썬을 이용하면 막연했던 것을 수치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가령 종양이 있다면 모양과 위치를 수치화할 수 있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을 근거로 잡아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파이썬을 배우면 인공지능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데이터 분석이나 딥러닝을 하려면 파이썬을 확실히 잘해야 한다. 파이썬은 배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관심 있는 의대생이라면 두 달 정도 기본적인 개념을 배우면 다음부터는 수월해진다“고 했다.
김 교수는 “파이썬을 배운 다음에는 실제적으로 임상 현장에 쓰일 수 있는 활용방법에 대한 임상 연구가 중요하다”라며 “이 과정에서 코딩을 직접하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를 진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세의대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예전보다 본과 1학년 학생들도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파이썬에 대한 실습 난이도도 높였다”라며 “의대는 무엇보다 연구가 중요하다. 연구해보지 않고 의학을 할 수 없다. 의대생이나 전공의 등 누구나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문이 열려있다”라고 말했다.
연세의대는 이번 선택교과 과정을 통해 학생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현재 의대생 3명이 연구를 하겠다는 의향을 밝혀서 인공지능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이들의 연구를 기술적으로 도와주고 나아가 영상의학과 분야에서 검사의 정확도와 환자 안전을 위해 후속 연구도 진행해보겠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의사는 새로운 연구를 토대로 환자에게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논의할 수 있다. 일단 의학 연구를 이해해야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고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다”라며 “그 다음 딥러닝을 이용해 기존에 하지 못하던 성능이 보일 수 있고 이를 임상으로 증명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연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엑스레이 진단을 놓쳤을 때 의사 한 명이 추가로 더 판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뽑아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의사를 대체한다기 보다는 보완하는 개념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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